배우자가 부모에게 돈을 보낸 뒤 “예전에 빌린 돈을 갚았다”고 주장하더라도, 차용증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그 금액 전부가 재산분할 계산에서 빠지는 것은 아닙니다. 차용증의 증명력을 살피면서 실제로 빌린 돈인지, 부부의 공동생활이나 재산 형성에 사용했는지, 이미 얼마를 갚았는지를 함께 확인해야 합니다.
이혼 무렵 부모 계좌로 큰돈을 보냈다면, 차용증과 실제 입출금 내역을 대조해야 합니다. 송금 시점이 의심스럽다는 사정만으로 차용증을 배척하기는 어렵습니다.
1. 차용증의 증명력은 가볍지 않지만, 모든 쟁점을 해결하지는 않습니다
부모와 자녀 사이에 작성한 차용증도 중요한 증거입니다. 가족끼리 쓴 문서라는 이유만으로 의미가 없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민사소송법 제358조는 본인 또는 대리인의 서명이나 날인 등이 있는 사문서의 진정성립을 추정합니다. 이는 우선 그 문서가 작성명의인의 의사에 따라 작성되었는지에 관한 문제입니다.
나아가 돈을 빌리고 갚기로 한 의사표시가 담긴 차용증은 처분문서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대법원 2010. 5. 27. 선고 2010다6659 판결은 처분문서의 진정성립이 인정되면, 그 내용을 부정할 만한 분명하고 수긍할 수 있는 반증이 없는 한 문서에 기재된 의사표시의 존재와 내용을 인정해야 한다고 설명합니다.
따라서 “이혼하려고 부모와 짜고 쓴 것 같다”는 의심만으로 차용증을 배척하기는 어렵습니다. 다만 차용증이 있다고 해서 그 돈이 부부의 공동생활에 사용되었다거나, 차용증에 적힌 원금이 현재까지 전부 남아 있다는 점까지 함께 확정되는 것은 아닙니다.
반대로 차용증이 없거나 이자를 지급하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 대여 자체를 부정할 수도 없습니다. 민법 제598조에 따른 소비대차는 반환 약정이 핵심이며, 차용증 작성이나 이자 약정이 계약 성립의 필수 요건은 아닙니다.
2. 실제로 빌린 돈인지와 어디에 썼는지를 나누어 확인합니다
가. 부모가 돈을 보냈다는 사실만으로 대여금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부모가 자녀에게 돈을 보냈더라도 증여인지, 나중에 돌려받기로 한 대여인지에 따라 법적 의미가 달라집니다. 돈을 받을 당시의 대화, 반환 시기와 방법에 관한 약정, 이후의 상환 내역 등을 함께 살펴야 합니다.
혼인 중에는 “부모님이 보태주신 돈”이라고 설명하다가 이혼 분쟁이 시작된 뒤 차용금이라고 주장한다면, 설명이 달라진 이유를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렇다고 나중에 작성된 차용증이 모두 허위인 것은 아닙니다. 실제로 존재하던 빚을 뒤늦게 문서로 정리했을 수도 있으므로, 돈을 빌린 날짜와 문서를 작성한 날짜를 구분해 검토해야 합니다.
돈을 받은 경로도 확인해야 합니다. 부모가 배우자의 계좌를 거치지 않고 임대인이나 부동산 매도인에게 직접 지급했을 수 있습니다. 배우자 계좌에 입금 내역이 없다는 이유만으로 자금 지원 자체가 없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습니다.
나. 진짜 빚이라도 재산분할에서 공제할 수 있는지는 별도입니다
대법원 2010. 4. 15. 선고 2009므4297 판결은 부부 일방이 혼인 중 제3자에게 부담한 채무라도 일상가사에 관한 채무나 공동재산 형성에 수반한 채무인지에 따라 재산분할의 청산 대상이 달라진다고 보았습니다.
부모에게 빌린 돈을 부부가 거주할 집의 전세보증금이나 매매대금에 사용했다면 재산분할에서 함께 정산할 채무인지 검토할 수 있습니다. 반면 배우자 개인의 용도로 사용한 돈이라면, 실제 대여가 인정되더라도 같은 결론이 나오지는 않습니다. 위 판결도 일상가사나 공동재산 형성과의 관련성이 인정되지 않은 신용카드대금에 대해서는 청산 대상 채무로 보지 않았습니다.
다른 배우자가 차용증에 서명하지 않았거나 빌린 사실을 몰랐다는 사정만으로 공제 여부가 결정되지는 않습니다. 부모의 지원이 증여로 판단되어 갚을 빚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그 지원을 재산 형성에 대한 기여로 어떻게 평가할 것인지는 별도의 문제로 남습니다.
다. 매달 돈을 보냈더라도 실제 이자였는지는 따져봐야 합니다
배우자가 부모에게 매달 일정한 돈을 보낸 내역을 제시하면서 “빌린 돈의 이자를 계속 지급했다”고 주장할 수도 있습니다. 이때는 정기 송금이 있었다는 사실에 더해, 그 금액과 지급 시점이 주장하는 대여관계에 들어맞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창원지방법원 마산지원 2026. 7. 7. 선고 2025가단10457 판결은 이러한 검토 방법을 보여줍니다. 고인의 상속인이 제기한 대여금 소송에서, 원고는 약 4년에 걸쳐 지급된 돈이 대여금이고 피고가 매달 보낸 합계 70만 원은 그 이자라고 주장했습니다. 법원은 다음 사정을 지적했습니다. (원문·평석)
“변동되는 원금의 액수에 따라 이자 금액도 달라져야 함에도 매월 송금된 금액이 일정한 점”
월 70만 원 중 50만 원은 주장된 대여가 시작되기 전부터 지급되고 있었습니다. 피고는 20만 원은 고인을 위한 용돈이고, 50만 원은 사찰 기부금이라고 설명했으며, 실제로 50만 원에 관한 기부금 영수증도 발급되어 있었습니다.
법원은 이러한 사정과 차용증 등 대여 약정을 뒷받침할 객관적인 자료가 부족한 점 등을 종합하여 대여금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이혼 재산분할에서도 이런 방식으로 자료를 검토할 수 있습니다. 부모에게 추가로 돈을 빌리거나 원금 일부를 갚았다면서 이자 명목의 송금액은 계속 같았다면, 그 계산 근거를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돈을 빌리기 전부터 같은 금액을 보냈다면 기존의 생활비나 용돈 지급을 뒤늦게 이자로 설명하고 있는지도 살펴야 합니다.
다만 매달 같은 금액을 보냈다는 이유만으로 상환을 부정할 수는 없습니다. 원금과 이자를 합쳐 일정액을 내는 원리금균등상환 방식도 있고, 이자액 자체를 정액으로 약정했을 가능성도 있기 때문입니다. 위 판결은 차용증이 없었던 대여금 사건으로, 이혼 재산분할 사건은 아닙니다. 부모 차용금을 일률적으로 배척하는 근거가 아니라, 정기 송금의 성격을 검증하는 사례로 참고할 수 있습니다.
3. 이미 갚은 빚을 재산에서 다시 빼고 있지는 않은지 확인합니다
송금 후 줄어든 예금 잔액을 재산으로 반영하면서, 이미 갚아 없어진 채무를 다시 공제하고 있지는 않은지 확인해야 합니다.
설명을 위한 가상 사례를 들어보겠습니다. 분할 대상 예금이 2억 원이고, 함께 정산할 부모 차용금이 5,000만 원 남아 있다면 순재산은 1억 5,000만 원입니다. 그 예금으로 5,000만 원을 전부 갚았다면 예금은 1억 5,000만 원, 남은 채무는 0원이 됩니다. 이때 남은 예금에서 같은 채무 5,000만 원을 다시 빼면 순재산을 중복해서 줄이는 계산이 됩니다.
예금과 채무의 잔액 기준일을 맞추고 상환 전후 금액을 대조해야 중복 공제를 막을 수 있습니다. 처음 작성된 차용증의 금액을 현재의 채무 잔액으로 그대로 옮겨 적어서는 안 됩니다.
4. 공동재산과 무관하게 보낸 돈은 분할대상에 다시 반영할 수 있습니다
실제 차용금의 변제가 아니라 공동재산과 무관한 송금으로 판단된다면, 배우자 계좌에서 돈이 빠져나갔다는 이유만으로 재산분할 대상에서 제외되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처분 시점과 목적을 함께 살펴야 합니다.
대법원 2025. 10. 16. 선고 2024므13669, 13676 판결은 혼인관계가 파탄된 이후 부부공동생활이나 공동재산의 형성·유지와 관련 없이 적극재산을 처분했다면, 그 재산을 그대로 보유한 것으로 보아 분할대상에 포함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반대로 공동생활이나 공동재산의 형성·유지와 관련된 처분이라면 이미 존재하지 않는 재산을 분할대상으로 삼을 수 없다고 보았습니다.
이 판결에서 문제 된 것은 기부금이나 가족에게 지급한 돈 등이며, 대법원은 처분 시점과 공동재산의 형성·유지와의 관련성을 충분히 살피지 않은 원심 판단을 지적했습니다. 따라서 이혼을 앞두고 부모에게 보냈다는 이유만으로 모든 송금액을 다시 더할 수 있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부모에게 보낸 돈을 재산분할 계산에 반영해 달라는 주장과 부모에게 직접 반환을 청구하는 것은 서로 다른 문제입니다. 재산분할에서 배우자가 해당 금액을 보유한 것으로 평가되더라도, 그 판단만으로 부모에게 반환 의무가 생기는 것은 아닙니다.
5. 반박할 때는 차용증과 거래내역의 맞지 않는 지점을 특정합니다
차용증과 함께 다음 자료를 날짜순으로 정리합니다.
- 최초 자금 지급 자료: 부모가 언제 얼마를 지급했는지, 배우자나 임대인·매도인 등 누구에게 지급했는지 확인합니다.
- 반환 약정 자료: 차용증과 당시 문자·메신저 대화 등을 통해 증여인지 대여인지, 반환 조건이 무엇이었는지 살핍니다.
- 사용처 자료: 전세계약서, 매매대금 지급 내역, 생활비 지출 자료 등을 통해 부부의 공동생활이나 재산 형성과 관련된 돈인지 확인합니다.
- 상환과 잔액 자료: 원금·이자 지급 내역을 나누어 남은 채무를 계산하고, 부모에게 보낸 돈이 배우자에게 다시 돌아온 정황이 있는지도 살핍니다.
예를 들어 차용증에는 8,000만 원이라고 적혀 있는데 확인되는 자금 지급은 5,000만 원뿐이라면, 나머지 3,000만 원이 언제 어떤 방식으로 지급되었는지가 쟁점입니다. 일부 원금을 이미 갚은 내역이 있는데 최초 차용금 전부를 다시 갚았다고 한다면, 그 차액을 설명할 추가 차입이나 다른 약정이 있었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본인이 확보할 수 없는 금융자료는 소송에서 필요한 범위를 특정하여 금융거래정보 제출명령 등을 신청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습니다. 금융실명거래 및 비밀보장에 관한 법률 제4조는 법원의 제출명령 등에 따른 금융거래정보 제공의 예외를 정하고 있습니다.
다만 부모의 모든 계좌를 제한 없이 조회할 수 있다는 뜻은 아닙니다. 문제 삼는 송금일, 금액, 금융기관과 확인하려는 쟁점을 구체화해야 필요한 자료의 범위도 설명할 수 있습니다. 이미 확보한 차용증과 배우자의 거래내역에서 출발해 확인할 부분을 좁혀가는 것이 좋습니다.
윤혜영 변호사의 실무 인사이트
부모 차용금이 등장하면 채무 전부가 허위인지에만 관심이 쏠리기 쉽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빌린 돈이더라도 일부를 이미 갚았거나, 부부의 공동생활과 관계없는 용도로 사용했거나, 재산명세표에서 중복 공제되고 있을 수 있습니다.
정기 송금 내역은 차용일·원금 잔액·상환 약정과 대조해야 합니다. 원금이 달라졌는데 이자액이 같은 거래, 차용 전부터 이어진 송금, 이미 갚은 원금이 남은 채무에 포함된 부분을 표시해 두면 반박할 금액을 특정할 수 있습니다.
최초 지급부터 마지막 상환까지 내역을 확인한 뒤, 인정할 채무와 다툴 금액을 나누어 상담을 준비하는 것이 좋습니다.
분할 대상 재산과 채무, 기여도를 함께 살펴보려면 이혼 재산분할의 기본 구조와 실무 쟁점을 참고할 수 있습니다.
자료를 정리해 상담을 준비하고 사건을 맡길 변호사를 검토할 때에는 이혼전문변호사 선택과 상담 준비에 관한 안내를 함께 살펴볼 수 있습니다.
자료 출처
- 민법 제598조 — 국가법령정보센터. 금전소비대차의 성립과 반환 약정.
- 민사소송법 제358조 — 국가법령정보센터. 서명·날인 등이 있는 사문서의 진정성립 추정.
- 대법원 2010. 5. 27. 선고 2010다6659 판결 — 국가법령정보센터 판결문 전문. 처분문서의 진정성립과 기재 내용의 증명력. (국가법령정보센터 판례 검색)
- 대법원 2010. 4. 15. 선고 2009므4297 판결 — 국가법령정보센터 판결문 전문. 이혼 재산분할에서 청산할 채무의 범위와 관련 채무 변제에 사용된 재산의 처리 기준. (국가법령정보센터 판례 검색)
- 창원지방법원 마산지원 2026. 7. 7. 선고 2025가단10457 판결 — 원금 변동, 정기 송금액과 지급 시작 시점을 대조하여 이자 지급 주장의 신빙성을 판단한 사례. (국가법령정보센터 판례 검색)
- 대법원 2025. 10. 16. 선고 2024므13669, 13676 판결 — 국가법령정보센터 판결문 전문. 혼인관계 파탄 이후 처분한 재산을 분할대상에 반영할 수 있는 기준. (국가법령정보센터 판례 검색)
- 금융실명거래 및 비밀보장에 관한 법률 제4조 — 국가법령정보센터. 법원의 제출명령 등에 따른 금융거래정보 제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