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명의 예금의 분할 여부는 실제로 자녀에게 귀속된 재산인지, 자녀 명의로 보관하면서 부부가 실질적으로 지배해 온 재산인지에 따라 달라집니다. 명의와 부모의 입금·관리 사실만으로는 판단하기 어렵습니다.
아이 통장에는 여러 성격의 돈이 섞여 있을 수 있습니다. 조부모가 손주에게 준 돈, 아이가 받은 세뱃돈, 부모가 매달 넣은 적금, 잠시 옮겨 놓은 가계자금이 같은 계좌에 들어 있기도 합니다. 그래서 계좌 명의와 현재 잔액만 확인해서는 분할 여부를 제대로 판단하기 어렵습니다.
1. 아이의 재산은 부모의 재산분할 대상과 구분합니다
민법 제839조의2에 따른 재산분할은 부부가 협력하여 형성한 재산을 청산하는 제도입니다. 자녀가 독립적으로 소유하는 재산까지 부모가 이혼하면서 나누는 제도는 아닙니다.
민법 제916조는 자녀가 자기 명의로 취득한 재산을 자녀의 특유재산으로 하고, 법정대리인인 친권자가 이를 관리하도록 규정합니다. 조부모가 손주에게 증여한 돈이나 자녀가 상속받은 돈처럼 실제로 자녀에게 귀속된 재산은 원칙적으로 부부의 분할대상 재산과 구별됩니다.
부모는 친권자로서 미성년 자녀의 통장과 거래수단을 관리할 수 있습니다. 부모가 비밀번호를 알고 은행 업무를 처리했다는 사정만으로 그 예금을 부모 소유라고 판단해서는 안 됩니다.
부모의 소득에서 나온 돈도 자녀에게 유효하게 증여되어 귀속되었다면 자녀의 재산이 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부모가 번 돈이라는 이유만으로 전부 부부 재산이라고 볼 수는 없습니다.
2. 자녀 명의 예금도 재산분할에 포함한 대법원 결정이 있습니다
대법원 2009. 6. 9. 자 2008스111 결정은 자녀 명의 예금에서 인출한 돈이 재산분할 대상인지 다룬 사례입니다. (자녀 명의 예금과 인출금의 처리를 확인한 원문과 평석)
이 사건에서 원심은 청구인이 이혼소송의 사실심 변론종결 당시 해당 예금인출액을 보유하고 있다고 보아 적극재산에 포함했습니다. 대법원은 이러한 판단을 받아들이면서, 제3자 명의라도 부부 일방이 명의신탁하거나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재산으로서 부부 쌍방의 협력으로 형성된 것이라면 재산분할 대상이 된다는 법리를 밝혔습니다.
이 결정은 자녀 명의 계좌라는 외형만으로 재산분할에서 제외할 수 없다는 근거입니다. 다만 이미 자녀에게 증여된 모든 예금을 부모가 나눠도 된다는 판단은 아닙니다. 실제로 부부의 재산으로 평가할 수 있는 사정이 확인되어야 합니다.
따라서 분할에 포함하려는 쪽은 단순히 “아이 통장에 돈이 있다”고 주장하는 데서 나아가야 합니다. 어느 배우자의 어떤 자금이 들어갔고, 그 돈을 누가 어떤 목적으로 관리·사용했는지 연결하여 제시해야 합니다.
3. 증여한 돈인지, 부부가 보관한 돈인지 무엇으로 구분할까요?
가. 입금한 사람과 돈을 준 취지를 함께 확인합니다
조부모가 아이에게 준 용돈인지, 부부에게 생활비로 보낸 돈을 아이 계좌에 넣어 둔 것인지에 따라 의미가 달라집니다. 송금인이 같더라도 돈을 받을 사람과 지급 목적은 다를 수 있습니다.
부모의 급여가 들어온 경우에도 마찬가지입니다. 매달 일정 금액을 자녀에게 주기로 하여 적립한 것인지, 부모가 필요할 때 다시 사용할 저축을 자녀 명의로 관리한 것인지 살펴야 합니다.
나. ‘아이를 위한 돈’과 ‘아이에게 준 돈’을 구분합니다
“나중에 대학 등록금으로 쓰려고 모았다”는 설명은 자녀를 위한 저축 목적을 보여줍니다. 그러나 그 설명만으로 이미 자녀에게 증여가 이루어졌는지까지 확정되지는 않습니다. 부모가 자신의 재산으로 교육비를 준비하는 경우와 자녀에게 재산을 넘긴 경우는 법률관계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민법 제554조에 따른 증여가 실제로 이루어졌는지 확인하려면, 증여 의사를 확인할 수 있는 문서나 당시 대화, 송금 내역, 이후 자금의 관리 상태를 함께 살펴야 합니다. 증여세 신고 자료가 있다면 판단 자료가 될 수 있지만, 신고 유무 하나로 재산의 귀속을 결정하지는 않습니다.
다. 출금 내역은 입금 당시의 사정과 연결해서 봅니다
부모가 필요할 때마다 돈을 넣었다가 자신의 투자금이나 대출 상환자금으로 회수했다면, 자녀 명의 계좌를 부부의 자금 보관처로 사용했다는 주장에 힘이 실릴 수 있습니다. 반대로 자녀에게 준 돈을 별도로 보관하고 그에 맞게 관리했다면 자녀 재산이라는 설명을 뒷받침할 수 있습니다.
다만 부모가 돈을 사용했다는 사실이 곧 그 돈의 원래 소유자였다는 뜻은 아닙니다. 이미 자녀에게 귀속된 돈을 부모가 임의로 사용한 문제일 수도 있습니다.
4. 이혼 무렵 아이 계좌로 옮겼다면 별도로 살펴야 합니다
오랫동안 일정하게 적립해 온 돈과 혼인관계가 파탄된 뒤 한꺼번에 옮긴 목돈은 입금 경위가 다릅니다. 후자의 경우에는 자녀에게 실제로 귀속시킨 것인지뿐 아니라, 재산분할에서 고려할 부부 재산을 일방적으로 줄인 것인지도 쟁점이 됩니다.
대법원 2025. 10. 16. 선고 2024므13669, 13676 판결은 혼인관계 파탄 이후 부부공동생활이나 공동재산의 형성·유지와 무관하게 처분한 적극재산을 여전히 보유한 것으로 보아 분할대상에 포함할 수 있다는 법리를 설명했습니다. 다만 해당 사건에서는 처분 시기와 공동재산 유지와의 관련성을 제대로 살펴야 한다는 이유로 원심을 파기했습니다.
이 판결은 자녀 통장에 관한 사건은 아니지만, 이혼을 앞두고 이전한 재산을 평가할 때 참고할 기준을 제시합니다. 단순히 다툼이 시작된 뒤 송금했다는 이유만으로 모든 이전을 재산 은닉으로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실제 파탄 시점, 이전 목적, 종전의 증여 계획과 자금 사용 경위를 확인해야 합니다.
또한 이전한 금액을 부부 사이의 재산분할 계산에 반영하는 것과 자녀에 대한 증여 자체를 무효로 돌리거나 자녀에게 반환을 요구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입니다. 아이 계좌에 돈이 남아 있다는 이유로 바로 인출하여 부부끼리 나누는 방식으로 해결할 수는 없습니다.
5. 잔액증명서보다 입출금의 흐름을 정리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현재 잔액만 표시된 자료로는 그 돈이 어떻게 모였는지 알기 어렵습니다. 다투는 계좌와 기간을 정한 뒤 다음 자료를 서로 연결하면 주장이 구체화됩니다.
- 입출금 거래내역: 입금일·송금인·금액과 출금 후 돈이 이동한 곳을 확인합니다.
- 부모나 조부모 계좌의 대응 거래: 자녀 계좌로 들어온 돈의 실제 출처를 연결합니다.
- 증여 관련 문서와 당시 대화: 돈을 자녀에게 준 것인지, 특정 용도로 보관한 것인지 설명합니다.
- 인출금의 사용 자료: 교육비 영수증, 대출 상환 내역 등으로 사용처를 확인합니다.
서로 성격이 다른 돈이 섞였다면 입금 건별로 구분할 필요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조부모가 손주에게 준 돈과 부모가 잠시 옮긴 생활자금이 같은 계좌에 섞인 가상 사례라면, 각 금액의 출처와 남아 있는 범위를 따져야 합니다. 부모 계좌에서 빠져나간 금액과 자녀 계좌에 남은 금액을 이중으로 합산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합니다.
필요한 거래내역을 확보하기 어렵다면 소송에서 금융거래정보 제출명령을 신청하는 방법을 검토할 수 있습니다. 금융실명거래 및 비밀보장에 관한 법률 제4조는 법원의 제출명령에 따른 정보 제공을 허용합니다. 다만 자녀는 부모의 이혼소송 당사자와 구별되므로, 해당 계좌가 분할대상 재산과 관련된다는 사정과 조회할 기간·범위를 구체적으로 제시해야 합니다.
대법원 2009. 3. 19. 선고 2008다45828 전원합의체 판결은 실명확인을 거쳐 예금계약을 체결한 경우 원칙적으로 예금명의자를 계약 당사자로 보며, 자금 출처나 통장 관리 사정만으로 이를 쉽게 뒤집을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이 사건은 배우자 명의 예금의 계약 당사자를 다룬 사건으로, 자녀 재산의 분할 여부를 직접 판단한 것은 아닙니다.
따라서 재산분할에서 자녀 명의 계좌의 경제적 가치를 고려할 수 있다는 설명을, 부모가 그 계좌의 예금을 자신의 돈처럼 인출해도 된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서는 안 됩니다. 실제 자녀 재산을 보관·관리할 사람을 정하는 문제 역시 부모 사이의 정산금과 구별하여 정리해야 합니다.
윤혜영 변호사의 실무 인사이트
자녀의 돈이라고 주장하려면 누가 어떤 취지로 주었고 이후 어떻게 보관했는지 자료로 제시해야 합니다. 반대로 부부 재산이라고 주장하려면 배우자의 자금이 자녀 계좌로 이동한 흐름과 그 이후의 지배·사용 관계를 구체적으로 밝혀야 합니다.
재산분할에서 다툴 금액을 정리한 뒤에는 실제 자녀에게 귀속된 재산을 보호할 방법도 함께 정해야 합니다. 이혼 후 누가 어떤 권한으로 계좌를 관리하고, 관련 자료를 어떻게 인계할 것인지까지 확인하면 부모 사이의 정산과 자녀 재산의 관리가 뒤섞이는 일을 줄일 수 있습니다.
자녀 명의 예금 외에 부동산·퇴직급여·채무까지 포함한 전체 분할대상과 기여도 판단은 이혼 재산분할의 대상과 판단 기준에서 함께 확인할 수 있습니다.
금융자료를 정리하고 재산분할 사건을 맡길 때 확인할 사항은 이혼전문변호사 선택 기준과 상담 준비를 참고할 수 있습니다.
자료 출처
민법 제839조의2·제916조·제554조
재산분할의 대상, 자녀의 특유재산과 친권자의 관리, 증여의 성립에 관한 근거입니다.
출처: 국가법령정보센터 — 제839조의2, 제916조, 제554조
금융실명거래 및 비밀보장에 관한 법률 제4조
금융거래정보의 비밀보장과 법원의 제출명령에 따른 정보 제공의 근거입니다.
출처: 국가법령정보센터
대법원 2009. 6. 9. 자 2008스111 결정
제3자 명의 재산의 분할대상 여부와 자녀 명의 예금인출액을 재산분할에 포함한 판단입니다.
출처: 국가법령정보센터 결정 전문
대법원 2025. 10. 16. 선고 2024므13669, 13676 판결
혼인관계 파탄 전후 처분한 재산의 반영 여부를 판단할 때 처분 시기와 부부공동재산 형성·유지와의 관련성을 살펴야 한다는 판단입니다.
출처: 국가법령정보센터 판결 전문
대법원 2009. 3. 19. 선고 2008다45828 전원합의체 판결
금융기관과의 관계에서 예금계약 당사자를 확정하는 기준입니다.
출처: 국가법령정보센터 판결 전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