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사이에 거액이 오갔고 돈을 받은 사람이 매달 일정액을 보냈더라도, 그 돈이 곧바로 대여금과 이자로 인정되는 것은 아닙니다.
창원지방법원 마산지원은 2026년 7월 7일 선고한 2025가단10457 판결에서, 약 7억 4,895만 원이 입금된 거래를 둘러싼 대여금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통장에 적힌 ‘변제받았음’이라는 메모와 매달 70만 원의 송금이 있었지만, 다른 거래내역과 지급 경위까지 살펴 대여 사실의 증명이 부족하다고 판단했습니다. 대여금이 아니라면 부당이득으로 돌려달라는 청구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1. 사망한 아버지가 빌려준 돈이라며 반환을 청구한 사건입니다
원고는 사찰의 주지였던 망인의 아들이고, 피고는 망인이 재혼한 배우자의 아들입니다. 망인이 사망한 뒤 원고는 다른 자녀들과 망인의 대여금 반환청구권 등에 관한 협의를 거쳐 피고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2015년 12월부터 2019년 11월까지 피고 명의의 한 은행 계좌와 사찰 명의 계좌 등에서 피고의 다른 은행 계좌로 총 20회에 걸쳐 7억 4,895만 원이 입금되었습니다. 망인이 피고 명의의 통장과 도장을 보관·관리하고, 피고 명의로 출금전표를 작성한 사실도 있었습니다.
원고는 망인이 피고 명의를 빌려 자신의 재산을 관리하다가 그 돈을 피고에게 빌려주었다고 주장했습니다. 반면 피고는 자신의 부동산 임대료와 어머니의 지원금 등을 관리하던 계좌이고, 망인은 송금 업무를 도왔을 뿐이라고 다투었습니다.
| 구분 | 금액과 의미 |
|---|---|
| 입금된 금액 | 7억 4,895만 원. 입금 사실은 인정되었지만 전액이 대여금인지는 다투어졌습니다. |
| 원고가 변제받았다고 주장한 금액 | 3억 4,625만 원 |
| 원고가 계산한 미변제 잔액 | 4억 270만 원 |
| 실제 청구액 | 2억 6,846만 6,666원. 위 잔액 중 원고가 반환을 청구한 범위입니다. |
법원은 돈의 출처가 망인의 자금이라고 가정하더라도, 그것만으로 대여금이 되지는 않는다고 보았습니다.
2. 송금내역은 돈의 이동을 보여주지만 대여 약정까지 증명하지는 않습니다
돈을 보내는 이유에는 대여, 증여, 기존 채무의 변제 등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민법 제598조는 소비대차에 관하여 다음과 같이 정하고 있습니다.
소비대차는 당사자 일방이 금전 기타 대체물의 소유권을 상대방에게 이전할 것을 약정하고 상대방은 그와 같은 종류, 품질 및 수량으로 반환할 것을 약정함으로써 그 효력이 생긴다.
차용증 작성이나 이자 약정 자체가 대여계약 성립의 필수 조건은 아닙니다. 구두로 빌려주거나 이자 없이 빌려주는 경우에도 반환 약정은 성립할 수 있습니다. 다만 상대방이 돈을 빌린 사실을 부인하면, 대여금의 반환을 요구하는 쪽이 대여 사실을 증명해야 합니다. 이 판결이 인용한 대법원 72다221, 2014다26187 판결도 이러한 증명책임을 전제로 합니다.
이 사건에서는 차용증뿐 아니라 변제기·이자 약정에 관한 객관적인 자료도 부족했고, 망인이 생전에 돈을 갚으라고 요구하거나 독촉한 구체적인 흔적도 찾기 어려웠습니다. 법원은 이러한 사정과 아래의 메모·정기 송금·대화 내용을 함께 평가했습니다.
3. ‘변제받았음’이라는 메모와 매달 70만 원의 송금은 어떻게 평가했나요?
통장에는 2019년 5월 말 피고 명의로 입금된 5,000만 원 옆에 망인의 자필로 보이는 “약속된 금액 5,000만 원이다(변제받았음)”이라는 기재가 있었습니다. 대여금 주장에 유리해 보이는 표현이지만, 법원은 이 기재만으로 문제 된 7억 4,895만 원 전체가 대여금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피고 명의로 입금된 다른 거래에는 같은 표시가 없었던 점도 함께 고려했습니다.
정기 송금 역시 액수와 주기만으로 판단하지 않았습니다. 피고 또는 피고가 운영하는 회사의 계좌에서 망인 명의 계좌 등으로 매달 20만 원과 50만 원이 송금되었고, 원고는 이를 합계 70만 원의 이자라고 주장했습니다.
| 검토한 자료 | 법원이 이자로 단정하기 어렵다고 본 이유 |
|---|---|
| 매달 일정한 70만 원 | 대여금이라고 주장한 돈은 약 4년에 걸쳐 여러 차례 지급되었는데, 매달 송금액은 원금의 변동과 관계없이 일정했습니다. |
| 50만 원의 지급 시작 시점 | 2013년 5월경부터 지급되어, 문제 된 입금이 시작된 2015년 12월보다 앞섰습니다. |
| 50만 원에 관한 기부금 영수증 | 피고가 운영한 회사가 정기 사찰 운영 기부금으로 납부했다는 영수증이 발급되어 있었습니다. |
| 피고의 지급 목적 설명 | 피고는 20만 원은 의붓아버지에게 드린 용돈, 50만 원은 사찰 기부금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법원은 이 설명과 지급 시점·영수증을 함께 살폈습니다. |
특히 50만 원이 대여를 주장한 시점보다 먼저 지급되었고 기부금 영수증까지 있었다는 점은, 그 돈을 해당 대여금의 이자로 해석하는 데 장애가 되었습니다. 매달 같은 금액을 보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모든 사건에서 이자 지급을 부정할 수는 없습니다.
4. 금전관계를 인정한 말이나 상대방의 부족한 해명만으로는 부족했습니다
피고는 2024년 11월 원고와 대화하면서 망인과 금전관계가 있었다는 취지로 말했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금전관계가 있었다는 말과 이 사건 돈을 빌렸다는 인정은 다르다고 보았습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돈을 어떤 조건으로 받았고 얼마를 갚아야 한다고 인정했는지가 중요합니다.
피고가 자신의 임대료나 어머니의 지원금이라는 설명을 충분히 입증하지 못한 점도 원고에게 결정적인 도움이 되지는 않았습니다. 피고의 해명에 부족한 부분이 있더라도, 그 사정이 원고의 대여 사실 증명을 대신하지는 않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이 판결은 돈의 출처에 관한 피고의 설명을 모두 사실로 확정한 판결과는 구별됩니다. 법원은 망인의 돈이라고 보더라도 반환 약정에 관한 증명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대여금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5. 대여금이 아니라면 부당이득으로 돌려받을 수 있을까요?
대여금이라는 증명이 부족하다는 이유만으로 부당이득 반환이 인정되지는 않습니다. 부당이득으로 반환을 구하려면 상대방이 그 돈을 보유할 법률상 원인이 없다는 점이 문제 됩니다. 대여 외에도 증여나 기존 채무의 변제 등 돈을 지급할 원인이 있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민법 제741조는 다음과 같이 규정합니다.
법률상 원인없이 타인의 재산 또는 노무로 인하여 이익을 얻고 이로 인하여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자는 그 이익을 반환하여야 한다.
자신의 의사로 돈을 지급한 뒤 그 지급에 법률상 원인이 없다고 주장하며 반환을 구하는 경우를 ‘급부부당이득’이라고 합니다. 대법원 2018년 1월 24일 선고 2017다37324 판결에 따르면, 이러한 경우에는 반환을 청구하는 사람이 법률상 원인이 없다는 점을 증명해야 합니다.
| 청구 유형 | 이 사건에서 필요한 증명 |
|---|---|
| 대여금 반환 | 망인과 피고 사이에 돈을 빌려주고 돌려받기로 하는 약정이 있었다는 점 |
| 스스로 지급한 돈의 부당이득 반환 | 어떤 원인으로 지급한 돈인지, 그 원인이 무효·취소·해제 등으로 없어져 피고가 보유할 근거가 없다는 점 |
법원은 돈의 액수, 송금 시기와 방식, 이후 정황을 보아 망인이 착오로 잘못 송금한 것으로는 보이지 않고 자신의 의사로 돈을 지급했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런데 원고는 지급 원인이 무엇이고, 그 원인이 어떻게 효력을 잃었는지를 구체적으로 주장·증명하지 못했습니다. 이에 부당이득반환 청구도 기각되었습니다.
처음부터 잘못 송금한 돈이라면 착오송금이라는 사정을 증명하는 문제가 됩니다. 이 사건에서는 그러한 착오가 인정되지 않았습니다.
6. 가족에게 받은 돈이 이혼 재산분할에서 문제 될 때도 구별이 필요합니다
이 사건은 상속인이 제기한 민사상 대여금 소송입니다. 다만 가족 사이의 송금이 실제 빚인지, 정기 지급액이 이자인지를 따질 때 어떤 자료를 살피는지 보여준다는 점에서 이혼 재산분할을 준비할 때도 참고할 수 있습니다.
재산분할에서는 실제 반환해야 하는 채무인지와 함께, 그 채무가 부부의 공동재산 형성이나 공동생활과 어떤 관계가 있는지도 검토해야 합니다. 이러한 구별은 부모 지원금의 빚·증여·기여도 판단에서 이어서 살펴볼 수 있습니다.
윤혜영 변호사의 실무 인사이트
가족 사이의 금전거래를 정리할 때에는 입금과 출금의 합계만 계산하기보다, 각 송금에 대응하는 약속과 자료를 한 줄씩 연결해 두는 것이 좋습니다. 돈을 보낸 날짜·금액 옆에 당시의 반환 약속, 지급 목적을 설명한 대화, 실제 상환액, 이자 계산 근거를 함께 적으면 무엇이 증명되고 무엇이 부족한지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일부 금액에 ‘갚았다’는 표현이 있더라도 어느 채무를 갚았다는 것인지 확인해야 합니다. 여러 해 동안 용돈·지원금·대여금 등이 함께 오갔다면, 특정 거래에 관한 표현을 전체 송금에 일괄 적용하기 어렵습니다. 매달 받은 돈을 이자라고 주장할 때도 최초 지급일, 원금의 증감, 약정 이율이나 계산 방식이 서로 맞는지 살펴야 합니다. (부모에게 갚았다는 돈을 재산분할에서 채무로 인정받으려면?)
상속인이 청구하는 경우에는 돈을 보낸 당사자가 직접 설명하기 어렵다는 점도 고려해야 합니다. 생전의 메시지·편지·거래 메모와 계좌내역을 함께 보존하고, 상대방의 발언은 앞뒤 문맥까지 정리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반환을 청구할 법적 근거 역시 이 자료에 맞추어 검토해야 합니다.
이혼을 앞두고 가족 간 채무를 정리하고 있다면, 채무뿐 아니라 부부의 전체 재산과 기여도를 함께 검토해야 합니다. 이혼 재산분할 총정리에서 분할 대상과 비율을 판단하는 전체 흐름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상담 전에는 재산·채무 목록과 주요 송금내역, 반환 약속을 확인할 자료를 준비해 두시면 좋습니다. 상담과 사건 진행을 맡길 변호사를 검토할 때에는 이혼전문변호사 선택 기준과 상담 준비 요령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자료 출처
- 창원지방법원 마산지원 2026. 7. 7. 선고 2025가단10457 판결 — 가족 간 송금의 대여금 여부와 예비적 부당이득반환 청구
- 대법원 2012. 7. 26. 선고 2012다30861 판결 — 송금이 이루어지는 다양한 법적 원인
- 대법원 1972. 12. 12. 선고 72다221 판결, 대법원 2014. 7. 10. 선고 2014다26187 판결 — 대여 사실에 관한 증명책임
- 대법원 2018. 1. 24. 선고 2017다37324 판결 — 급부부당이득에서 법률상 원인 부존재의 증명책임
- 민법 제598조, 제741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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