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지방법원 안양지원은 차량에 이미 설치된 블랙박스에 저장된 대화를 나중에 듣고 작성한 녹취록의 증거능력을 인정하고, 배우자와 부정행위를 한 상대방에게 위자료 3,000만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습니다. 차량 출입에 관한 양해, 기존 장치의 사용 경위, 대화 녹음 목적의 설치나 실시간 청취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는 사정을 함께 살핀 결과입니다.
이 판결은 블랙박스라는 장치의 이름만으로 증거사용을 허용한 사례가 아닙니다. 수원지방법원 안양지원 2026. 7. 8. 선고 2025가단105195(본소)·2026가단101656(반소) 판결입니다.
- 1. 소장을 받은 뒤에도 교제를 이어간 상대방에게 위자료 3,000만 원을 인정했습니다
- 2. 기존 블랙박스 녹취록을 증거로 인정한 데에는 네 가지 사정이 있었습니다
- 3. 같은 블랙박스 녹음도 설치·사용·확인 경위를 대조해야 합니다
- 4. 녹음·유포·협박을 이유로 낸 반소는 제출 시기가 늦어 각하되었습니다
- 5. 남편이 이혼소송을 제기했어도 이 사건은 민사소송으로 판단했습니다
- 6. 「이미 파탄된 줄 알았다」는 주장과 실제 대화 내용이 맞지 않았습니다
- 7. 위자료의 지연손해금은 판결일까지 연 5%, 그다음 날부터 연 12%입니다
- 윤혜영 변호사의 실무 인사이트
- 자료 출처
1. 소장을 받은 뒤에도 교제를 이어간 상대방에게 위자료 3,000만 원을 인정했습니다
원고인 아내와 남편은 2012년 3월 혼인신고를 마쳤고 두 자녀를 두고 있었습니다. 남편의 회사 동료인 피고는 남편에게 배우자가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2025년 1월 3일경부터 성관계를 포함한 교제를 했습니다. 아내는 같은 해 7월경 피고가 남편에게 보낸 애정 표현이 담긴 쪽지를 보고 관계를 알게 되었습니다.
아내는 2025년 12월 1일 피고에게 부정행위에 관한 문자메시지를 보냈고, 피고는 2026년 1월 9일 소장 부본을 받았습니다. 그런데도 피고와 남편은 계속 연락하거나 함께 해외로 출국하는 등 교제를 이어갔습니다. 법원은 제출된 자료와 출입국 관련 사실조회 회신 등을 종합하여 이러한 사실을 인정했습니다.
법원은 혼인기간, 부정행위의 기간과 정도, 혼인관계에 미친 영향, 발각된 뒤 피고가 보인 태도를 고려해 위자료를 3,000만 원으로 정했습니다. 소송이 제기된 사실을 알고도 관계를 이어간 행동은 부정행위 이후의 태도를 판단하는 사정에 포함되었습니다. 판결이 각 사정에 얼마씩을 배정한 것은 아니므로, 소장을 받은 뒤 교제를 계속하면 일정 금액이 자동으로 가산되는 구조로 이해할 수는 없습니다.
2. 기존 블랙박스 녹취록을 증거로 인정한 데에는 네 가지 사정이 있었습니다
피고는 아내가 남편의 차량에 침입해 통신비밀보호법을 위반하여 얻은 녹취록이므로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법원은 통신비밀보호법을 위반하여 취득한 증거는 민사소송에서도 사용할 수 없다는 기준을 확인하면서도, 이 사건의 녹취록은 그 법을 위반해 수집한 증거라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 법원이 살핀 사정 | 이 사건에서의 판단 |
|---|---|
| 차량에 접근한 권한 | 아내에게 남편 차량의 출입·수색 등에 관한 일반적인 양해가 있었다고 보았습니다. |
| 파일을 확인한 경위 | 차량에 이미 설치된 블랙박스에 저장된 대화를 사후에 듣고 녹취록을 작성한 것으로 보았습니다. |
| 대화 녹음 목적의 설치·실시간 청취 | 아내가 남편의 대화를 녹음하거나 듣기 위해 장치를 설치했다거나 실시간으로 들었다는 증거가 없었습니다. |
| 기존 장치의 성격 | 블랙박스가 교통사고 순간과 원인·책임을 기록하기 위해 설치되는 장치라는 점도 고려했습니다. |
법원은 위법한 녹음이지만 소송에 필요하다는 이유로 허용한 것이 아니라, 위 사정들을 근거로 이 녹취록이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증거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 차량 출입에 관한 양해도 이 사건의 인정 사실입니다. 배우자라는 신분만으로 상대방의 차량이나 모든 사적 자료에 자유롭게 접근할 권한이 생기는 것은 아닙니다.
3. 같은 블랙박스 녹음도 설치·사용·확인 경위를 대조해야 합니다
대법원 2026. 4. 30. 선고 2024다222212 판결은 배우자의 차량에 몰래 녹음기를 설치하여 수집한 대화 녹음파일과 녹취록을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통신비밀보호법 제14조 제1항을 위반한 타인 간 대화 녹음에는 같은 조 제2항과 제4조의 증거사용 금지가 적용되기 때문입니다.
다른 비교 사례로는 춘천지방법원 속초지원 2021. 2. 4. 선고 2020드단3232 판결이 있습니다. 담당 판사인 조재헌이 논문에서 소개한 내용에 따르면, 블랙박스는 2016년 1월 보험특약 가입 이전부터 설치되어 있었고 부정행위가 문제 된 것은 2019년 7월경이었습니다. 법원은 사고 증거 확보와 보험특약을 위해 사용하던 장치에 대화가 우연히 녹음된 경위를 근거로 해당 대화를 녹음하려는 고의를 부정했습니다.
| 비교할 사실 | 속초지원 사례 논문 소개 | 이번 안양지원 판결 |
|---|---|---|
| 설치와 외도 문제의 시점 | 2016년 1월 이전 설치, 2019년 7월 외도 문제 발생 | 기존 장치였다는 점을 인정. 구체적인 설치일은 제시되지 않음 |
| 설치·사용 목적 | 사고 증거 확보와 보험특약을 위한 설치로 판단 | 사고 기록이라는 일반적 기능과 대화 녹음 목적의 설치 증거 부재를 고려 |
| 녹음 당시의 고의 판단 | 위 설치·사용 경위를 근거로 해당 대화를 녹음할 고의 부정 | 녹음 목적의 설치나 실시간 청취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는 사정 등을 종합 |
| 파일을 확인한 경위 | 아내가 가출한 뒤인 2019년 8월경 저장 파일 확인 | 차량 출입·수색의 일반적 양해를 인정하고 저장 파일의 사후 재생으로 판단 |
두 사례 모두 기존 블랙박스의 대화를 증거로 인정했지만, 그 판단을 뒷받침하는 사실의 구체성에는 차이가 있습니다. 이번 판결에 속초지원 사례와 같은 보험특약이나 설치 연혁이 있었다고 덧붙일 수는 없습니다. 또한 이번 판결은 2024다222212를 직접 인용하여 관계를 설명하지 않았으므로, 후행 하급심이 대법원의 증거배제 법리를 바꾼 것으로 이해해서는 안 됩니다.
최초 녹음이 통신비밀보호법을 위반했다면 나중에 들었다는 이유로 그 내용의 증거배제가 해소되지는 않습니다. 고의 없는 우연 녹음과 사후 재생을 구별하는 기준은 기존 차량 블랙박스 녹음의 증거사용에 관한 해설에서 자세히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4. 녹음·유포·협박을 이유로 낸 반소는 제출 시기가 늦어 각하되었습니다
피고는 아내가 사적인 대화 등을 녹음하고 블랙박스 영상을 제3자에게 유포했으며 자신을 협박했다고 주장하면서, 아내에게 4,000만 원의 손해배상을 구하는 반소를 제기했습니다. 그러나 변론이 끝난 날은 2026년 6월 10일이고, 반소를 제출한 날은 6월 24일이었습니다.
민사소송법 제269조 제1항은 다음과 같이 정하고 있습니다.
①피고는 소송절차를 현저히 지연시키지 아니하는 경우에만 변론을 종결할 때까지 본소가 계속된 법원에 반소를 제기할 수 있다. 다만, 소송의 목적이 된 청구가 다른 법원의 관할에 전속되지 아니하고 본소의 청구 또는 방어의 방법과 서로 관련이 있어야 한다.
피고는 반소와 함께 변론재개도 신청했습니다. 법원은 변론종결 전에 피고에게 책임을 묻기 어려운 사정 때문에 주장·증명의 기회가 없었던 것으로 보기 어렵고, 반소의 내용도 이미 방어방법으로 주장한 내용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보았습니다. 이에 변론을 다시 열지 않고 반소를 부적법하다고 각하했습니다.
각하는 재판의 절차적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는 판단입니다. 이 반소에 관하여 유포·협박이 없었다거나 손해배상책임이 전혀 없다는 본안 판단까지 한 것은 아닙니다.
5. 남편이 이혼소송을 제기했어도 이 사건은 민사소송으로 판단했습니다
남편은 아내를 상대로 이혼소송을 제기한 상태였습니다. 하지만 법원은 아내가 이혼과 무관하게 개별적인 부정행위로 입은 손해의 배상을 구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습니다. 아내가 이혼에 동의했다거나 직접 이혼을 청구했다는 증거가 없고, 협의이혼이나 최종적인 이혼에 이르지도 않았으므로 이 사건을 통상의 민사소송으로 보았습니다.
대법원 2021. 11. 25. 선고 2021다253154·2021다253161 판결 등은 이혼을 원인으로 한 손해배상과, 혼인 중 개별적인 부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을 구별합니다. 어느 청구인지 판단할 때에는 당사자의 의사, 혼인 유지 여부, 이혼청구와 그 진행 경과 등을 함께 살핍니다. 따라서 배우자가 이혼소송을 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모든 상간 위자료 청구가 가정법원 사건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6. 「이미 파탄된 줄 알았다」는 주장과 실제 대화 내용이 맞지 않았습니다
피고는 부부의 혼인관계가 이미 파탄된 것으로 알아 부정행위의 고의가 없었다고 주장했습니다. 법원은 피고가 남편의 법률혼 관계가 해소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던 점과 함께, 관계가 발각된 뒤 두 사람이 나눈 대화의 맥락을 살폈습니다.
피고가 남편에게 별거 중이거나 혼인이 파탄되었다고 말하지 않았느냐며 따졌다는 증거는 없었습니다. 오히려 아내가 어떤 부정행위 증거를 가지고 있는지 확인하거나 오해를 풀어 달라고 했고, 남편을 통해 아내가 증거를 확보한 것은 아닌지 의심했습니다. 법원은 이러한 대화가 혼인관계의 유지를 전제로 하고 있다고 보아 피고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대법원 2014. 11. 20. 선고 2011므2997 전원합의체 판결에 따르면, 부정행위 전에 부부공동생활이 이미 회복할 수 없을 정도로 파탄되었다면 제3자의 책임이 부정될 수 있습니다.
7. 위자료의 지연손해금은 판결일까지 연 5%, 그다음 날부터 연 12%입니다
법원은 위자료 3,000만 원에 대하여 불법행위일인 2025년 1월 3일부터 판결 선고일인 2026년 7월 8일까지 연 5%, 그다음 날인 2026년 7월 9일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12%의 지연손해금을 인정했습니다.
피고가 배상 의무의 존재나 범위를 다툴 만한 사정이 있다고 보아 판결일까지는 민법상 이율을 적용하고, 그 이후에는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상 이율을 적용한 것입니다.
윤혜영 변호사의 실무 인사이트
기존 블랙박스 파일을 증거로 검토할 때에는 대화 내용과 함께 파일이 생성된 경위와 이를 확인한 경위를 정리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장치를 누가 언제 설치·관리했는지, 평소 어떤 용도로 사용했는지, 해당 대화가 녹음될 당시의 인식은 어떠했는지, 파일에는 어떤 권한과 경위로 접근했는지를 구분해야 합니다. 원본 파일과 확인 가능한 설치·보험·설정 자료는 서로 다른 사실을 설명하는 자료가 됩니다. (외도 증거의 수집 경위와 형사책임은 어떻게 검토하나요?)
소송 대응에서는 증거를 배제해 달라는 주장과 상대방에게 돈을 지급하라고 요구하는 반소도 나누어 준비해야 합니다. 반소가 필요하다면 청구 내용과 증거뿐 아니라 변론종결 전 제출 여부를 함께 확인해야 합니다.
부정행위의 입증, 혼인파탄 주장, 위자료 산정의 전체 흐름은 배우자 외도와 상간소송 종합 안내에서 함께 살펴보실 수 있습니다.
상담을 준비하실 때에는 보유한 증거와 취득 경위, 소송이 어느 단계까지 진행되었는지를 정리해 오시면 도움이 됩니다. 사건을 맡길 변호사를 살펴보는 기준은 이혼전문변호사 선택과 첫 상담 준비 안내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자료 출처
수원지방법원 안양지원 2026. 7. 8. 선고 2025가단105195(본소)·2026가단101656(반소) 판결 — 기존 블랙박스 녹취록의 증거능력, 변론종결 뒤 반소의 각하, 민사 관할 및 위자료 판단. 위 내용은 이 1심 판결의 판단 범위이며, 후속심과 확정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국가법령정보센터 판례 검색
대법원 2026. 4. 30. 선고 2024다222212 판결 —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녹음의 증거배제. 대법원 2021. 11. 25. 선고 2021다253154·2021다253161 판결 — 이혼을 원인으로 한 손해배상과 개별 부정행위 손해배상의 구별. 대법원 2014. 11. 20. 선고 2011므2997 전원합의체 판결 — 부부공동생활 침해와 이미 파탄된 혼인의 구별.
조재헌, 「블랙박스 녹음파일 등의 증거능력 — 통신비밀보호법 제4조, 제14조 해석론을 중심으로」, 사법논집 제73집(2021), 433~479쪽 — 467~468쪽 각주 54의 춘천지방법원 속초지원 2020드단3232 사례 소개를 비교에 활용했습니다. 해당 사례는 논문에 수록된 범위에 따른 설명입니다.
관련 조문: 민사소송법 제269조 제1항, 통신비밀보호법 제14조, 통신비밀보호법 제4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