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도가 문제 되기 전부터 차량에 설치되어 있던 블랙박스에 배우자와 상대방의 대화가 남아 있었다면, 타인 간 대화가 녹음되는 데 대한 고의가 있었는지와 저장된 파일을 나중에 들은 행위를 나누어 판단해야 합니다. 춘천지방법원 속초지원 2021. 2. 4. 선고 2020드단3232 판결은 기존 블랙박스에 우연히 저장된 대화를 나중에 재생한 사건입니다.
이 글은 당시 담당 판사인 조재헌이 「블랙박스 녹음파일 등의 증거능력―통신비밀보호법 제4조, 제14조 해석론을 중심으로」에 소개하고 인용한 판결 내용을 해설합니다. 판결문 전문이 공개된 사건은 아니므로, 논문에 실린 사실관계와 녹음·청취에 관한 판단을 중심으로 살펴봅니다.
1. 외도가 문제 되기 수년 전부터 쓰던 블랙박스였습니다
논문에 소개된 사건에서 남편인 원고는 아내 A와 피고 사이의 대화가 담긴 차량 블랙박스 파일을 확인했습니다. 법원은 원고가 대화를 확보하게 된 사정뿐 아니라, 차량과 블랙박스를 언제부터 어떤 목적으로 사용했는지 살폈습니다.
| 확인된 사정 | 사건에서의 의미 |
|---|---|
| 2007. 10. 2. 원고가 차량등록을 마침 | 자동차등록이 확인되는 시점입니다. 블랙박스 설치일을 뜻하지는 않습니다. |
| 원고 명의 자동차보험에 부부한정 운전특약 적용 | 보험상 운전자 범위가 원고와 아내로 정해져 있었습니다. |
| 2016년 1월 보험가입 당시 블랙박스 특약 가입 | 블랙박스는 그 특약에 가입하기 전부터 차량에 설치되어 있었습니다. |
| 2019년 7월경 아내와 피고의 부정행위가 문제 됨 | 외도 문제가 생기기 전부터 블랙박스를 사용하고 있었다는 시간적 관계가 드러납니다. |
| 2019년 8월경 아내의 가출 이후 원고가 파일 확인 | 이미 저장되어 있던 대화를 나중에 확인한 경우였습니다. |
논문 467~468쪽 각주 54에 따르면, 법원은 원고가 교통사고 증거 확보와 자동차보험 특약 적용을 위하여 블랙박스를 설치했고 여기에 대화가 우연히 녹음되었을 뿐이라고 보았습니다. 아내와 피고의 대화를 녹음할 의도로 장치를 설치하여 녹음했다고 볼 수 없다는 판단입니다. 논문은 이 판결이 항소 없이 확정됐다고 기록합니다.
2. 핵심은 공동사용 차량이라는 사실보다 녹음의 경위였습니다
통신비밀보호법 제14조는 공개되지 않은 타인 간 대화의 녹음과 전자장치 등을 이용한 청취를 금지합니다. 같은 조 제2항은 제4조의 증거사용 제한도 적용하도록 규정합니다. 따라서 증거로 제출할 파일이 이 금지에 위반하여 생성됐는지가 먼저 문제 됩니다.
이 사건에서 중요한 사정은 외도 문제가 생기기 훨씬 전부터 블랙박스가 설치되어 있었고, 사고 기록과 보험 특약이라는 설치·사용 경위가 확인됐다는 점입니다. 차량을 부부가 함께 쓴다는 사정만으로 모든 대화의 녹음에 동의했다고 보는 것과는 다릅니다. 차량 이용 권한과 대화의 비밀에 관한 동의는 구별해야 합니다.
조재헌은 논문에서 증거사용 금지 규정이 통신비밀보호법의 ‘위반’을 전제로 한다는 점을 들어, 고의 없는 진정한 우연 녹음에는 그 금지가 적용되지 않는다고 해석합니다. 이 사건은 그 해석과 연결하여 소개된 구체적인 판단 사례입니다. 모든 자동녹음의 증거능력을 대법원이 일률적으로 인정했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다른 사건에서도 “사고 기록용이었다”는 설명만으로 결론이 정해지지는 않습니다. 설치 목적과 시점, 작동·설정 경위, 타인의 대화가 녹음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는지 등을 살펴 녹음의 고의를 판단해야 합니다. 외도 증거를 모으려는 목적이 없었다는 사정과 타인 간 대화 녹음의 고의가 없다는 판단은 같지 않습니다.
3. 이미 저장된 파일을 나중에 들은 행위도 따로 판단했습니다
같은 논문 470쪽 각주 57에는 이 사건 판결의 다음 문구가 인용되어 있습니다.
원고가 차량에 원래부터 설치되어 있던 블랙박스에 이미 녹음되어 남아 있는 아내와 피고 사이의 대화를 나중에 들은 것은, 통신비밀보호법 제14조에서 금지하는 타인 간의 대화 ‘청취’에 해당하지 않는다.
이 인용은 진행 중인 대화를 실시간으로 엿듣는 행위와, 대화가 끝난 뒤 남아 있는 파일을 재생하는 행위를 구별합니다. 이후 대법원 2024. 2. 29. 선고 2023도8603 판결도 통신비밀보호법상 ‘청취’는 실시간으로 대화 내용을 엿듣는 것이며, 종료된 대화의 녹음물을 재생해 듣는 행위는 여기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
파일을 나중에 재생한 행위가 금지된 청취에 해당하지 않더라도, 최초 녹음이 통신비밀보호법을 위반했다면 그 파일에는 증거사용 제한이 적용됩니다.
장치의 설치 경위부터 파일의 사후 재생까지 구별하는 기준은 블랙박스 대화의 증거능력과 제출 전 확인할 사항에서 더 자세히 살펴볼 수 있습니다.
4. 위법 녹음을 배제한 대법원 판결과 모순되는 사례인가요?
대법원 2026. 4. 30. 선고 2024다222212 판결에서는 배우자의 차량에 몰래 녹음기를 설치하여 얻은 녹음파일과 녹취록의 증거능력을 부정했습니다. 그 사건의 녹음행위에 대해서는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유죄판결도 확정되어 있었습니다.
| 비교 대상 | 판단의 초점 |
|---|---|
| 속초지원 2020드단3232 2021. 2. 4. | 기존 블랙박스의 설치·사용 경위에 비추어 대화 녹음의 고의가 있었는지, 사후 재생이 금지되는 청취인지 판단했습니다. 논문에 소개된 범위의 설명입니다. |
| 대법원 2023도8603 2024. 2. 29. | 이미 종료된 대화의 녹음물을 재생하는 행위는 통신비밀보호법상 실시간 청취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 |
| 대법원 2024다222212 2026. 4. 30. | 통신비밀보호법에 위반하여 녹음한 파일과 녹취록은 민사소송에서도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
표에 든 두 대법원 판결은 속초지원 사건의 상고심이 아닌 별도 사건입니다.
실무에서는 먼저 녹음이 통신비밀보호법을 위반했는지 판단하고, 위반한 녹음이라면 법이 정한 증거배제 규칙을 적용해야 합니다. 위법성이 인정된 녹음을 “외도 입증에 꼭 필요하다”는 이유만으로 채택하는 구조가 아닙니다. 녹음과 휴대전화 사진 등 다른 자료의 취급 차이는 통신비밀보호법상 증거배제와 다른 위법수집증거의 차이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윤혜영 변호사의 실무 인사이트
외도 문제가 생긴 시점과 장치 설치 시점, 보험 특약 가입 기록, 평소 사용 방식, 파일을 발견한 경위를 구체적으로 정리해야 우연한 녹음이었다는 설명에 근거가 생깁니다.
특히 실제 녹음이 이루어진 경위와 제출자가 파일을 발견한 경위를 나누어 정리해야 합니다. 제출자가 우연히 발견한 파일이라도 다른 사람이 의도적으로 위법하게 녹음한 것이라면 문제가 달라집니다. 반대로 이 사건처럼 오래전부터 정상적인 목적으로 사용하던 장치에 대화가 남은 경우에는 처음부터 통신비밀보호법 위반에 해당하는지를 검토할 필요가 있습니다. (외도 증거 수집으로 고소당할 위험과 증거 사용은 어떻게 구별하나요?)
파일을 증거로 사용할 수 있는지와 그 내용이 부정행위를 얼마나 입증하는지도 별개의 문제입니다. 원본 파일을 보존하고 녹음 일시·대화 상대·앞뒤 맥락을 정리하면 녹음 경위뿐 아니라 내용의 신빙성을 검토하는 데에도 도움이 됩니다.
위자료 청구의 다른 요건과 증거의 관계는 배우자 부정행위 위자료와 상간소송 총정리를 참고해 주세요. 확보한 파일과 관련 자료를 바탕으로 상담을 준비하려면 변호사 선택 기준과 첫 상담 준비 요령도 함께 살펴볼 수 있습니다.
자료 출처
조재헌, 「블랙박스 녹음파일 등의 증거능력―통신비밀보호법 제4조, 제14조 해석론을 중심으로」, 『사법논집』 제73집(2021), 433~479쪽. 이 사건의 사실관계와 고의 판단은 467~468쪽 각주 54, 사후 청취에 관한 판결 인용은 470쪽 각주 57, 저자의 해석 정리는 472~473쪽에 실려 있습니다.
춘천지방법원 속초지원 2021. 2. 4. 선고 2020드단3232 판결: 위 논문 467~468쪽 각주 54 및 470쪽 각주 57에 소개·인용된 판단.
대법원 2024. 2. 29. 선고 2023도8603 판결: 종료된 대화의 녹음물 재생과 실시간 청취의 구별. 대법원 2026. 4. 30. 선고 2024다222212 판결: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녹음의 증거배제와 다른 위법수집증거의 취급.
통신비밀보호법 제14조 및 같은 조 제2항에 따라 적용되는 제4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