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행위를 입증하거나 상간소송의 증거로 사용하려고 형사책임까지 감수해 확보한 녹음이라도, 통신비밀보호법을 위반해 얻은 자료라면 이혼·상간소송의 증거로 쓸 수 없습니다. 수집행위에 따른 형사책임과 그 자료를 재판에서 사용할 수 있는지는 별도로 판단해야 합니다.
실무에서는 다른 증거를 확보하기 어려워 위법수집증거를 제출하는 선택이 이루어지기도 합니다. 그러나 통신비밀보호법을 위반해 배우자와 상대방의 통화나 비공개 대면 대화를 녹음했다면, 형사책임을 감수해도 증거 활용이라는 목적을 달성할 수 없습니다. 대법원 2024. 4. 16. 선고 2023므16593 판결은 그간 하급심 실무에 혼선이 있던 이 문제에 관해 대법원의 입장을 분명히 확인한 판결입니다.
1. 형사책임을 감수하고 증거를 제출하려는 선택이 생기는 이유
부정행위는 당사자들이 관계를 숨기는 상황에서 입증해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배우자와 상대방이 모두 부인하고, 외부에 드러난 자료도 충분하지 않다면 피해 배우자로서는 증거 확보 자체가 어려워집니다. 그 과정에서 수집행위에 따른 형사책임을 감수하더라도 이혼이나 위자료 청구에 자료를 사용하려는 선택이 나오기도 합니다.
제가 접한 실무에서는 부정행위 입증을 목적으로 한 도·감청 사건에서 선고유예나 집행유예로 마무리되는 경우가 적지 않았습니다. 전과가 없고 다른 증거 확보가 어려웠다는 사정 등이 양형에서 고려되기도 합니다. 다만 도·감청의 기간과 방법, 동기, 전과 등에 따라 판단이 달라지므로 특정한 처벌 결과를 전제로 삼을 수는 없습니다.
2024년 판결 전 제가 접한 민사 실무에서는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녹음의 증거 채택 여부가 하급심 판결에서 갈리는 혼선도 있었습니다. 다만 다른 위법수집증거가 민사재판에서 사용될 수 있다는 사실을, 이 법이 사용을 금지한 녹음에 그대로 적용할 수는 없습니다. 먼저 그 자료에 법률상 증거사용 금지가 적용되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2.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녹음은 자유심증주의로 허용할 수 없습니다
민사소송법 제202조는 자유심증주의를 정하고 있습니다. 법원이 변론 전체의 취지와 증거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사실을 판단한다는 원칙입니다. 그러나 법률이 명시적으로 사용을 금지한 증거까지 재판부의 재량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통신비밀보호법 제3조 제1항은 법에서 정한 절차에 따르지 않은 감청과 공개되지 않은 타인 간 대화의 녹음 등을 금지합니다. 같은 법 제4조는 불법감청으로 알게 되거나 기록한 통신 내용을 재판 또는 징계절차에서 증거로 사용할 수 없도록 정합니다.
전화통화가 아닌 대면 대화에도 같은 제한이 적용됩니다. 같은 법 제14조는 공개되지 않은 타인 간 대화의 녹음을 금지하면서, 그 녹음에 대해서도 제4조의 증거 사용 금지를 적용합니다.
차량이나 주거지에 녹음기를 설치해 자신이 참여하지 않은 배우자와 상대방의 비공개 대화를 몰래 녹음하는 등, 통신비밀보호법을 위반해 얻은 녹음은 자유심증주의를 근거로 사용할 수 없습니다. 파일 대신 녹취록으로 제출하더라도 증거배제를 피할 수 없습니다.
형사책임의 부담은 남지만, 그 부담을 감수한 목적인 재판상 증거 활용은 막힙니다.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녹음은 바로 이 점에서 다른 위법수집증거와 구별됩니다.
3. 2024년 대법원은 혼선이 있던 증거배제 법리를 분명히 확인했습니다
대법원 2023므16593 사건에서 원심인 수원가정법원은 원고가 제출한 녹음파일의 증거능력을 인정했습니다. 배우자와 피고가 팔짱을 끼고 다니고 여러 차례 함께 식사했으며 가방을 사준 사정 등을 들어 부정행위를 인정하고, 위자료 청구를 일부 받아들였습니다.
대법원은 제3자의 불법감청으로 녹음된 통화에는 증거능력이 없으며, 대화에 참여하지 않은 제3자가 비공개 대화를 녹음한 경우에도 같은 법리가 적용된다고 밝혔습니다. 원심의 녹음파일 증거능력에 관한 설명에는 부적절한 부분이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다만 부정행위를 인정하여 위자료 청구를 일부 인용한 원심의 결론은 정당하다고 보아 상고를 기각했습니다. 녹음의 증거능력에 관한 판단과 위자료 청구의 결론을 구별한 것입니다. 공개된 대법원 판결문에는 나머지 자료의 수집 방법이 모두 나타나 있지 않습니다.
이 증거배제 법리의 선행 판결로는 대법원 2021. 8. 26. 선고 2021다236999 판결이 있습니다. 그 사건에서도 불법감청 녹취록은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고 판단했고, 달리 부정행위를 인정할 증거가 없어 청구가 기각되었습니다.
그간 하급심에서 증거 채택 여부가 갈렸던 실무에 비추어 보면, 2024년 판결의 의미는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녹음을 민사·가사재판에서도 사용할 수 없다는 대법원의 입장이 명확히 정리되었다는 데 있습니다. “형사책임은 감수하되 가사재판에서는 증거로 활용하겠다”는 접근은 이 법을 위반한 녹음에 통하지 않습니다.
4. 문자·사진 등 다른 위법수집증거와는 구별해야 합니다
대법원 2026. 4. 30. 선고 2024다222212 판결은 그 차이를 보여 줍니다. 원고는 배우자의 차량에 녹음기를 설치하여 대화를 녹음했고, 배우자의 휴대전화에 있던 문자메시지와 사진·동영상 등을 자신의 휴대전화로 촬영했습니다. 두 수집행위에 관하여 각각 유죄판결이 확정된 사안입니다.
대법원은 통신비밀보호법을 위반한 녹음파일과 녹취록의 증거능력을 부정했습니다. 반면 휴대전화의 문자·사진 등을 촬영한 자료에는 증거 사용을 배제하는 별도 법률 규정이 없으므로, 수집 경위와 침해 정도, 증거 확보의 필요성 등을 비교하여 증거능력을 판단했습니다. 그 결과 해당 사건에서는 문자·사진 등의 증거 사용을 인정했습니다.
수집행위에 대한 형사책임이 있으면서도 민사재판에서는 증거로 인정되는 경우가 실제로 존재한다는 뜻입니다. 그러나 그 판단을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도·감청·녹음에 그대로 적용할 수는 없습니다. 증거 사용을 법률이 금지한 자료인지, 개별 사정을 비교하여 사용 여부를 판단할 자료인지가 전략을 가르는 기준입니다.
배우자의 자료에 접근한 행위 자체의 형사책임은 두 사례에서 살펴볼 수 있습니다. 수원지방법원 2024노7552 판결과 평석은 공동 노트북에 로그인된 배우자의 구글 사진첩에 무단 접속한 사안을, 울산지방법원 2025고정394 판결과 평석은 알고 있던 잠금 패턴으로 배우자의 휴대전화를 열어 자료를 확인·촬영한 사안을 다룹니다. 두 사건 모두 유죄를 인정하되 형의 선고를 유예했습니다. 기기를 함께 사용하거나 잠금 해제 방법을 알고 있다는 사정과, 상대방의 자료에 접근할 권한이 있는지는 구별해야 합니다.
5. 대화 참여 여부와 우연한 블랙박스 녹음을 먼저 확인합니다
우선 누가 어떤 방식으로 녹음했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자신이 배우자와 직접 통화하면서 그 내용을 녹음한 경우는, 배우자와 다른 사람의 통화를 제3자의 입장에서 몰래 녹음한 경우와 다릅니다. 대법원 2021다236999 판결도 통화 당사자가 상대방 모르게 직접 녹음하는 것은 통신비밀보호법상 감청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설명합니다.
처음에는 대화에 참여했더라도 자리를 떠난 뒤의 녹음은 따로 살펴야 합니다. 서울고등법원 2022노1109 판결은 녹음기를 남겨 둔 채 점심식사를 하러 나가 다른 단원들의 비공개 대화를 녹음한 부분을 유죄로 판단했습니다. 증거를 확보하려는 목적과 별개로 녹음 당시의 참여 관계와 고의를 살핀 사례입니다. (원문, 평석)
평소 사고 확인용으로 작동하던 블랙박스에 대화가 우연히 남았다면, 녹음 자체가 통신비밀보호법을 위반한 것인지 먼저 따져야 합니다. 조재헌의 「블랙박스 녹음파일 등의 증거능력」은 고의 없는 우연한 녹음이라면 제14조 위반이 아니므로 제4조의 증거배제도 적용되지 않는다는 해석을 제시합니다. 위법하더라도 민사재판에서 허용하자는 논리와는 출발점이 다릅니다.
이 해석을 대법원이 모든 정상 블랙박스 녹음에 관하여 확정한 것은 아닙니다. 대법원 2026. 4. 30. 선고 2024다222212 판결은 차량에 몰래 설치한 녹음기로 얻은 위법 녹음의 증거능력을 부정한 사건입니다. 기존 블랙박스에서도 녹음행위의 주체와 당시의 고의, 장치의 설치·관리 경위를 확인해야 합니다. 외도 증거를 수집할 목적이 없었다거나 차량이 내 명의라는 설명만으로 녹음의 고의나 위법성이 모두 부정되는 것은 아닙니다.
또한 대법원 2024. 2. 29. 선고 2023도8603 판결은 이미 종료된 대화의 녹음물을 사후에 재생하는 행위를 제14조의 금지된 ‘청취’와 구별했습니다. 그러나 파일을 나중에 들었다는 사실만으로 최초의 위법 녹음이 적법해지거나 증거배제가 해소되는 것은 아닙니다. 우연히 발견한 사람의 경위와 처음 녹음한 사람의 행위를 나누어 확인해야 합니다.
블랙박스의 설치·사용 경위와 녹음 당시의 고의를 어떤 자료로 설명할지는 기존 블랙박스 녹음의 증거능력과 제출 전 준비자료에서 구체적으로 살펴볼 수 있습니다.
6. 사용할 수 없는 녹음 대신 다른 증거로 입증 구조를 세웁니다
통신비밀보호법에 따라 사용할 수 없는 녹음이라면, 그 파일을 제외하고도 주장할 수 있는 사실과 증거를 정리해야 합니다. 적법하게 확보한 대화 자료, 공개된 게시물, 구체적인 만남의 정황, 법원 절차를 통해 확보할 수 있는 거래 자료 등이 어떤 사실을 뒷받침하는지 살펴보는 것입니다.
보관 기간이 짧은 CCTV 등은 확보할 장소와 시각을 특정하고, 필요한 경우 증거보전을 검토할 수 있습니다. 사실조회나 문서제출명령도 필요한 자료와 사건의 관련성을 구체화하여 검토해야 합니다. 먼저 이미 확보한 증거와 추가로 필요한 자료를 구분해야 합니다.
새로 확보하는 자료는 수집 방법과 증거 사용 가능성을 따로 검토해야 합니다.
대화·통화 자료와 만남의 정황이 각각 무엇을 입증하는지는 부정행위의 판단 기준과 증거 정리 방법에서 살펴볼 수 있습니다.
윤혜영 변호사의 실무 인사이트
부정행위 입증을 위해 형사책임까지 감수하려는 당사자의 선택은 실제 소송 현장에 존재합니다. 다른 증거를 확보하기 어렵다는 절박함 때문입니다. 다만 그 선택이 소송 전략으로 의미를 가지려면, 적어도 확보한 자료를 재판에서 사용할 수 있어야 합니다.
통신비밀보호법을 위반한 도·감청 녹음은 그 전제가 성립하지 않습니다. 처벌이 비교적 가볍게 끝날 가능성을 생각하더라도 증거능력이 생기지는 않습니다. 상대방이 부정행위를 부인하기 어렵게 들리는 내용이라도, 법원이 이를 사실인정의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면 위자료 청구를 뒷받침하는 자료로 삼을 수 없습니다.
2024년 판결로 그간 혼선이 있던 증거배제 문제에 관해 대법원의 명확한 입장이 정리되었습니다.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도·감청·녹음은 형사책임의 부담을 떠안고도 재판상 증거로 활용할 수 없으므로, 변칙적인 입증 전략으로서는 실익을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사건을 준비할 때에는 이 한계를 전제로 사용할 수 있는 다른 증거로 입증 구조를 세워야 합니다.
부정행위의 책임 요건부터 합의와 위자료 회수까지의 전체 흐름은 배우자 외도 이혼·상간소송 총정리에서 살펴볼 수 있습니다.
상담에 준비할 자료와 사건을 맡길 변호사를 정하는 기준은 이혼전문변호사 선택 기준과 상담 준비 안내에 정리했습니다.
자료 출처
통신비밀보호법 제3조·제4조·제14조, 민사소송법 제202조
불법감청과 비공개 타인 간 대화 녹음의 금지, 증거사용 제한, 자유심증주의에 관한 규정입니다. 열람 출처: 국가법령정보센터.
대법원 2024. 4. 16. 선고 2023므16593 판결
가사재판에서도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녹음의 증거사용을 금지한다는 기준을 확인한 판결입니다. 원문 열람 출처: 국가법령정보센터. (국가법령정보센터 판례 검색)
대법원 2021. 8. 26. 선고 2021다236999 판결
불법감청 녹취록의 증거사용 금지와 통화 당사자의 직접 녹음을 구별한 판결입니다. 원문 열람 출처: 국가법령정보센터. (국가법령정보센터 판례 검색)
대법원 2026. 4. 30. 선고 2024다222212 판결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녹음의 증거배제와, 별도 배제 규정이 없는 휴대전화 촬영 자료의 비교형량을 구별한 판결입니다. 원문 열람 출처: 국가법령정보센터. (국가법령정보센터 판례 검색)
대법원 2024. 2. 29. 선고 2023도8603 판결
종료된 대화 녹음물의 사후 재생을 제14조의 금지된 청취와 구별한 판결입니다. 원문 열람 출처: 국가법령정보센터. (국가법령정보센터 판례 검색)
조재헌, 「블랙박스 녹음파일 등의 증거능력-통신비밀보호법 제4조, 제14조 해석론을 중심으로」
사법논집 제73집(2021), 433~479쪽. 고의 없는 우연 녹음과 제14조 위반·제4조 증거배제의 관계를 설명하는 학술적 해석론입니다. 원문 열람 출처: 국회도서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