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를 팔아 재산분할금을 주기로 했는데 상대방이 매매를 거절한다면, 먼저 매각 여부와 관계없이 지급해야 하는 돈인지, 매각을 전제로 지급하기로 한 돈인지를 확인해야 합니다. 지급기한이 이미 지났다면 강제집행을 검토할 수 있고, 매각이 조건으로 정해져 있더라도 상대방이 그 성취를 부당하게 방해했다면 대응할 근거가 있습니다. 다만 합의서 한 장만으로 바로 아파트를 경매에 넘길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1. “팔아서 준다”는 말과 지급기한을 함께 봅니다
설명을 위한 가상 사례입니다. “재산분할금 2억 원을 12월 31일까지 지급한다”는 약정을 하면서 그 돈을 아파트 매각으로 마련하기로 했다면, 매각이 지급의 전제라는 별도 약정이 없는 한 집이 팔리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 지급기한이 늦춰지는 것은 아닙니다.
반면 “아파트가 매각되면 잔금 수령일로부터 7일 이내에 지급한다”라고만 정했다면 해석이 필요합니다. 매각되지 않으면 지급의무도 발생하지 않도록 정한 것인지, 지급의무는 인정하면서 돈을 마련할 때까지 이행을 미뤄준 것인지 살펴야 합니다. 합의서 전체와 당시 주고받은 메시지, 정산금액을 확정한 경위가 판단 자료가 됩니다.
대법원 2003. 8. 19. 선고 2003다24215 판결은 이미 부담하는 채무의 변제에 일정한 사실이 붙은 경우에 관하여 다음과 같이 설명했습니다.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것은 변제기를 유예한 것으로서 그 사실이 발생한 때 또는 발생하지 아니하는 것으로 확정된 때에 기한이 도래한다.”
출처: 대법원 2003. 8. 19. 선고 2003다24215 판결
이 판결은 회사정리계획 인가 후 지급하기로 한 퇴직위로금 사건입니다. 정리절차가 폐지되어 인가를 받을 수 없게 되자 지급기한이 도래했다고 보았습니다. 아파트 매각 거부를 직접 판단한 사건은 아니며, 이 법리를 적용하더라도 매각이 오래 지연되었다는 이유만으로 곧바로 지급기한이 지났다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2. 상대방이 매각을 막았다면 방해행위를 구체적으로 입증합니다
민법 제150조 제1항은 조건 성취로 불이익을 받을 당사자가 신의성실에 반하여 조건의 성취를 방해하면 상대방이 그 조건이 성취된 것으로 주장할 수 있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합의한 가격과 거래 조건에 맞는 매수인이 나타났는데도 이유 없이 계약을 거절하거나, 매수 희망자에게 집을 보여주는 일조차 반복해서 막았다면 매각 방해를 주장할 자료가 될 수 있습니다. 매수인이 나타날 때마다 처음 합의한 가격을 올렸다면 그 경위를 확인해야 합니다.
핵심은 실제로 거래가 진행될 수 있었는데 상대방의 행동 때문에 막혔는지입니다. 중개 의뢰 내역, 매수 제안 가격과 잔금 조건, 방문 요청, 상대방의 거절 답변, 중개인의 확인 내용을 날짜순으로 정리하는 것이 좋습니다. 합의한 가격보다 현저히 낮은 제안을 거절한 경우와 합의에 맞는 거래를 부당하게 막은 경우는 구별해야 합니다.
조건이 성취된 것으로 주장한다는 것은 약정한 지급의무를 이행하라고 요구하는 근거입니다. 실제 매매계약이 체결되거나 아파트 소유권이 제3자에게 넘어간 것으로 처리된다는 뜻은 아닙니다.
3. 합의서만 있는지, 조정조서까지 있는지에 따라 절차가 달라집니다
부부가 작성한 사적인 합의서만 있다면 그것만으로 예금을 압류하거나 아파트 강제경매를 신청할 수는 없습니다. 유효하게 확정된 재산분할 약정의 이행을 구하는 소송 등을 통해 집행권원을 확보해야 합니다. 합의 내용 자체가 불명확하거나 유효성에 다툼이 있다면 그 문제부터 정리해야 합니다.
반면 확정판결이나 조정조서 등에 지급할 금액과 의무가 명확히 정해져 있고 지급기한도 지났다면, 집행에 필요한 요건을 갖추어 예금 압류·추심이나 상대방 소유 부동산의 강제경매를 검토할 수 있습니다. 이 경우 상대방이 자발적으로 매매계약에 서명해 줄 때까지 기다려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조정조서에 “매각 후 지급한다”는 조건이 붙어 있다면, 민사집행법 제30조 제2항에 따라 집행에 필요한 조건의 성취를 서류로 증명해야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 증명이 어렵다면 같은 법 제33조의 집행문부여의 소를 검토하게 됩니다.
“매각대금의 절반”처럼 금액을 정한 경우에는 매각 전 얼마를 청구할 수 있는지도 쟁점입니다. 상대방의 방해가 인정된다고 해서 내가 추산한 시세의 절반이 그대로 집행할 금액으로 확정되는 것은 아닙니다.
4. 공동명의라면 공유물분할 요건을 확인합니다
이혼 후에도 아파트가 공동명의로 남아 있고 처분에 합의하지 못한다면, 기존 재산분할 합의와 공유관계를 확인한 뒤 공유물분할청구를 검토할 수 있습니다. 민법 제269조는 분할 방법의 협의가 성립하지 않으면 법원에 분할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하고, 현물분할이 어렵거나 그로 인해 가치가 현저히 줄어들 염려가 있으면 경매를 명할 수 있도록 규정합니다.
공유물분할은 공유자로서 청구하는 절차입니다. 상대방 단독명의 아파트에 대해 재산분할금 채권만 있다면, 앞서 설명한 지급 청구와 강제집행 절차를 검토해야 합니다.
5. 새로 합의한다면 매각 실패 시의 지급 방법까지 정합니다
매각에 협조한다는 문구만으로는 가격이나 시기를 둘러싼 다툼이 남을 수 있습니다. 매각을 통한 정산을 선택한다면 최소 매도가격과 가격 조정 방법, 중개 의뢰와 방문 협조, 대출·보증금·세금·중개보수의 정산 기준을 구체적으로 정하는 편이 좋습니다.
합의서에는 정해진 날까지 팔리지 않았을 때 누가 얼마를 언제 지급할 것인지를 명시해야 합니다. 매각 성사 여부와 별개로 최종 지급일과 금액을 정하거나, 미매각 시 적용할 대체 정산 방식을 마련하면 상대방의 매각 협조에만 의존하는 상황을 줄일 수 있습니다. 이미 조정이 성립했다면 이러한 내용을 일방적으로 추가할 수는 없으므로 변경 합의와 집행 가능성을 함께 검토해야 합니다.
윤혜영 변호사의 실무 인사이트
경매를 검토할 때는 선순위 대출과 세입자 보증금, 집행비용을 공제한 뒤 실제 배당받을 금액을 살펴야 합니다.
재산분할 대상과 정산 방법에 관한 전체 기준은 이혼 재산분할 실무 총정리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합의서나 조정조서를 가지고 상담을 준비할 때 확인할 사항은 이혼전문변호사 선택과 상담 준비 안내에 정리했습니다.
자료 출처
- 대법원 2003. 8. 19. 선고 2003다24215 판결 — 이미 부담하는 채무의 변제에 일정한 사실을 붙인 경우의 변제기 해석. 국가법령정보센터. (국가법령정보센터 판례 검색)
- 민법 제150조 제1항 — 신의성실에 반한 조건 성취 방해와 상대방의 조건 성취 주장. 국가법령정보센터.
- 민사집행법 제30조 제2항·제33조 — 조건이 붙은 집행권원의 집행문 부여와 집행문부여의 소. 국가법령정보센터.
- 민법 제269조 — 협의 불성립 시 재판상 공유물분할과 경매분할의 요건. 국가법령정보센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