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박스에 저장된 배우자와 상간자의 대화를 증거로 쓰려면 녹음이 만들어진 경위와 제출 파일의 신뢰성을 살펴야 합니다. 기존 장치에 우연히 남은 녹음을 인정한 사건이 있는 반면, 녹음에 관한 동의의 근거가 부족하고 원본까지 삭제된 사건에서는 해당 자료를 외도의 증거로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 사건번호 | 사실관계 요약 | 주된 쟁점 |
|---|---|---|
| 춘천지법 속초지원 2020드단3232 | 남편이 부부가 함께 쓰던 차량의 기존 블랙박스에서 아내와 상대방의 대화를 발견해 제출했습니다. | 사고 기록·보험특약을 위해 사용하던 장치에 우연히 남은 대화를 증거로 쓸 수 있는지 |
| 수원지법 안양지원 2025가단105195·2026가단101656 | 아내가 남편 차량의 기존 블랙박스에 저장된 대화를 듣고 녹취록을 제출하자, 상간 상대방이 불법 수집 증거라고 다퉜습니다. | 차량 출입에 관한 양해와 장치의 사용·사후 재생 경위에 비추어 위법수집증거인지 |
| 서울중앙지법 2023가단5517282 | 원고는 블랙박스에서 음성만 추출해 변호사에게 전달한 뒤 원본을 삭제했다고 밝혔습니다. 상대방은 파일의 위작을 주장했습니다. | 녹음에 관한 동의가 뒷받침되는지, 원본이 없는 사본을 믿을 수 있는지 |
속초지원 사건은 담당 판사인 조재헌이 논문에 소개한 사실관계와 판단을 바탕으로 살펴봅니다.
1. 녹음 당시 고의가 없었다면 그 녹음으로 처벌받지 않습니다
우연히 녹음된 파일을 나중에 발견해 외도 증거로 사용했다고 해서, 처음부터 고의로 녹음한 것이 되지는 않습니다. 녹음 당시 고의가 없었다면, 그 녹음에 대해 통신비밀보호법 위반의 형사책임을 지지 않습니다.
반면 배우자와 다른 사람의 비공개 대화를 녹음하려고 장치를 설치하거나, 그 대화가 녹음될 가능성을 알면서 받아들이고 기존 장치를 대화 녹음에 이용했다면 고의가 인정될 수 있습니다. 블랙박스에 녹음 기능이 있다는 일반적인 지식만으로 이러한 고의가 증명되지는 않습니다. 대법원 2004도74 판결은 미필적 고의에 결과 발생 가능성의 인식과 그 결과를 받아들이는 의사가 필요하다고 설명합니다.
통신비밀보호법을 위반하여 녹음한 비공개 타인 간 대화는 같은 법 제14조 제2항과 제4조에 따라 재판에서 증거로 사용할 수 없습니다. 대법원 2026. 4. 30. 선고 2024다222212 판결은 배우자의 차량에 몰래 녹음기를 설치한 사건에서 이 기준을 확인했습니다.
| 사건 | 녹음 경위에 관한 법원의 판단 | 증거 판단 |
|---|---|---|
| 속초지원 평석 | 2016년 1월 보험특약 가입 전부터 설치된 장치였고, 외도가 문제 된 것은 2019년 7월경이었습니다. 사고 증거 확보와 보험특약을 위한 사용 중 대화가 우연히 녹음된 것으로 보았습니다. | 해당 대화를 녹음할 고의를 부정하여 증거사용을 인정 |
| 안양지원 평석 | 차량 출입·수색에 관한 일반적 양해가 있었고, 기존 장치의 파일을 사후에 재생했습니다. 아내가 대화 녹음 목적으로 설치했거나 실시간으로 들었다는 증거가 없었습니다. |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증거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아 녹취록을 인정 |
| 서울중앙지법 | 차량을 공동으로 사용했다거나, 배우자가 운행하지 않는 중의 상시 녹음에 동의했다는 증거가 없었습니다. 배우자는 그러한 녹음을 인식하지 못했던 것으로 보았습니다. | 원본 삭제·위작 다툼까지 함께 검토하여 외도를 인정할 증거로 받아들이지 않음 |
2. 서울중앙지법 사건은 원본 삭제와 파일의 신뢰성을 함께 판단했습니다
이 사건에서는 상대방이 파일이 조작되었다고 주장했는데, 원본과 대조할 수 없었습니다. 원고는 SD카드에 저장된 영상·음성에서 음성만 추출해 변호사에게 전달한 뒤 원본을 삭제했다고 설명했습니다.
법원은 이미 SD카드를 분리했다면 그대로 보관하여 원본을 유지할 수 있었는데, 소송을 준비하거나 진행하는 중에 원본을 삭제한 경위를 납득하기 어렵다고 보았습니다. 원고는 원본을 제출하지 못할 구체적인 사유를 증명하지 못했습니다. 판결은 다음과 같이 판단했습니다.
“위 각 증거는 증거능력이 없거나 그와 같은 내용의 사본이 존재한다는 것 이상의 증거가치는 없다.”
여기에는 위법하게 녹음된 자료인지와 사본이 실제 대화를 정확하게 담고 있는지라는 두 문제가 함께 담겨 있습니다. 법원이 파일 조작을 확정한 것은 아닙니다. 제출된 자료로 외도 사실을 인정하기에 부족하다는 판단이었고, 통화 내역 등 나머지 증거만으로는 그 부족을 보완하지 못해 청구가 기각되었습니다.
원본을 제출할 수 없는 경우에는 그 사유와 사본의 신뢰성을 뒷받침할 자료가 필요합니다. 서울중앙지법이 인용한 대법원 2023. 6. 1. 선고 2023다217534 판결에서는 녹음 원본이 삭제되었지만, 감정 결과 등을 통해 원본의 존재와 제출 파일의 동일성이 인정되었습니다.
3. 끝난 대화의 파일을 재생하는 행위는 금지된 실시간 청취가 아닙니다
이미 끝난 대화의 녹음파일을 나중에 재생하는 행위는 통신비밀보호법이 금지하는 실시간 ‘청취’에 해당하지 않습니다. 대법원 2024. 2. 29. 선고 2023도8603 판결의 판단입니다. 그러나 처음부터 위법하게 녹음된 내용은 나중에 재생하거나 녹취록으로 바꾸어 제출해도 증거사용 금지가 유지됩니다.
우연한 녹음의 고의와 증거능력에 관한 해석은 차량 블랙박스 대화를 증거로 제출할 수 있는지에 관한 실무 해설에서 자세히 다루고 있습니다.
윤혜영 변호사의 실무 인사이트
블랙박스 녹취를 검토할 때는 대화 내용과 함께 장치의 설치·사용 자료, 최초 파일, 파일을 복사·추출한 경위를 준비하는 것이 좋습니다. 설치 내역이나 보험특약은 녹음 경위를, 원본과 복사·전달 기록은 파일의 신뢰성을 설명하는 자료가 됩니다. 확보한 원본은 임의로 편집하거나 삭제하지 말고 별도로 보존해 두어야 합니다.
상대방이 불법 수집을 이유로 고소를 예고했다면, 실제로 어떤 행위를 문제 삼는지부터 확인해야 합니다. 수집 경위와 제출 내역을 정리하는 방법은 외도 증거를 냈다가 고소하겠다는 말을 들었을 때의 대응에 정리했습니다.
상담에서는 대화 내용과 수집 경위를 함께 검토할 수 있도록 자료를 준비하세요. 변호사 선택 기준과 첫 상담 준비 안내를 참고하실 수 있습니다.
자료 출처
- 조재헌, 「블랙박스 녹음파일 등의 증거능력 — 통신비밀보호법 제4조, 제14조 해석론을 중심으로」, 사법논집 제73집(2021), 433~479쪽. 특히 467~468쪽 각주 54, 470쪽 각주 57의 춘천지방법원 속초지원 2021. 2. 4. 선고 2020드단3232 소개. 국회도서관 서지정보.
- 수원지방법원 안양지원 2026. 7. 8. 선고 2025가단105195·2026가단101656 판결 — 기존 블랙박스 녹취록의 증거능력.
- 서울중앙지방법원 2025. 2. 20. 선고 2023가단5517282 판결 — 녹음에 관한 동의 주장, 원본 삭제 및 사본의 증거가치. 국가법령정보센터 판례 검색.
- 대법원 2026. 4. 30. 선고 2024다222212 판결 — 통신비밀보호법을 위반한 타인 간 대화 녹음의 증거사용 금지.
- 대법원 2023. 6. 1. 선고 2023다217534 판결 — 녹음 원본과 사본의 동일성 및 원본을 제출하지 못하는 사유의 증명.
- 대법원 2004. 5. 14. 선고 2004도74 판결 — 미필적 고의의 인식·용인 및 증명 기준.
- 대법원 2024. 2. 29. 선고 2023도8603 판결 — 녹음 고의의 증명 부족과 종료된 대화 녹음물의 사후 재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