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래 녹음한 대화, 왜 어떤 것은 증거로 쓰고 어떤 것은 못 쓸까요?

몰래 녹음한 대화가 형사처벌의 대상이 되는지, 이혼·상간소송에서 증거로 쓰일 수 있는지를 가르는 핵심은 녹음자가 그 대화에 직접 참여했는지입니다. 자신이 참여한 대화를 녹음한 경우와 다른 사람들끼리의 비공개 대화를 녹음한 경우는 통신비밀보호법상 판단이 달라집니다.

녹음을 시작할 때 함께 있었는지, 끝까지 대화 당사자로 참여했는지도 중요한 부분입니다. 녹음기를 남겨 둔 채 대화에서 완전히 이탈하면, 그 이후에는 타인 간의 대화를 녹음한 것이 됩니다. 다른 사람이 드나드는 장소라고 하여 그 안의 대화가 공개된 대화라고 판단할 수 없습니다.

이 글에서 살펴볼 사건의 사실관계와 쟁점

사건번호사실관계 요약주된 쟁점
대법원
2006도4981
사무실에서 세 사람이 대화하던 중 한 사람이 상대방들 몰래 대화를 녹음했습니다.대화에 참여한 사람의 녹음이 금지되는 ‘타인 간 대화’의 녹음에 해당하는가.
대법원
2013도16404
택시기사가 승객 두 명과 대화를 나누면서, 그 내용을 승객들 몰래 인터넷으로 생중계했습니다.주로 질문하고 승객의 답변을 들은 기사 역시 대화 당사자인가.
대법원
2021다236999
상간소송 원고가 배우자와 상대방의 통화 녹취록을 제출하며, 배우자가 직접 녹음한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실제 녹음 주체와 경위를 어떻게 판단하며, 제3자의 불법감청으로 얻은 녹취록을 증거로 쓸 수 있는가.
서울고등법원
2022노1109
(상고심 2022도12150)
뮤지컬단원이 괴롭힘 등의 증거를 확보하려고 연습실 대화를 녹음했습니다. 두 날짜의 녹음에서 자리를 떠났는지 여부가 각각 문제 됐습니다.녹음자가 대화에서 이탈했는가. 단원들이 드나드는 연습실의 대화가 공개된 대화인가.
대법원
2023므16593
상간소송에서 배우자와 상대방 사이의 대화 녹음파일이 증거로 제출됐고, 그 증거능력이 다투어졌습니다.비공개 타인 간 대화의 위법 녹음에 통신비밀보호법상 증거사용 금지가 적용되는가.

1. 직접 참여한 대화인가, 다른 사람들끼리의 대화인가

대화 당사자가 상대방 몰래 녹음하는 행위는 통신비밀보호법이 금지하는 ‘타인 간 대화’의 녹음에 해당하지 않습니다. 사무실 대화를 녹음한 2006도4981 사건에서 법원은 녹음자가 대화의 일방 당사자였다는 이유로 무죄를 인정했습니다.

반면 대법원 2021다236999 판결에서는 배우자와 상간 상대방의 통화를 제3자가 동의 없이 녹음한 것으로 판단했습니다. 이 경우에는 불법감청에 해당하므로, 녹취록을 상간소송의 증거로 사용할 수 없었습니다.

판단 기준2006도49812021다236999
녹음자가 대화에 참여했는가참여함. 세 사람 중 한 사람이 자신이 나눈 대화를 녹음했습니다.참여하지 않음. 제3자가 두 사람의 통화를 동의 없이 녹음한 것으로 인정됐습니다.
법적 판단자신이 참여한 대화이므로 ‘타인 간 대화’의 녹음에 해당하지 않습니다.통화 당사자가 아닌 제3자의 녹음이므로 불법감청에 해당합니다.
재판 결과통신비밀보호법 위반 무죄.녹취록을 증거에서 배제. 다른 부정행위 증거가 없어 손해배상청구 기각.

근거: 대법원 2006. 10. 12. 선고 2006도4981 판결, 대법원 2021. 8. 26. 선고 2021다236999 판결.

대화 참여의 기준은 발언의 길이나 양으로 결정되는 것은 아닙니다. 대법원 2014. 5. 16. 선고 2013도16404 판결에서는 택시기사가 주로 질문하고 승객들의 답변을 들었습니다. 대법원은 기사의 발언량이 적더라도 질문과 답변을 주고받으며 대화를 이어 갔으므로 대화 당사자라고 보았습니다.

배우자가 상대방과 직접 통화하면서 녹음하는 것과, 배우자의 허락을 받은 제3자가 대신 녹음하는 것은 구별해야 합니다. 제3자는 통화 당사자 한쪽의 동의만으로 상대방 동의 없는 녹음을 할 수 없습니다. 관련 내용은 배우자가 직접 참여한 대화의 녹음과 증거 사용에서 살펴볼 수 있습니다.

2. 함께 대화하다가 자리를 떠났는지가 유죄와 무죄를 갈랐습니다

뮤지컬단원의 연습실 녹음을 다룬 서울고등법원 2022노1109 판결에서는 2020년 6월 10일의 녹음은 유죄, 6월 12일의 녹음은 무죄로 판단됐습니다. 결론을 가른 것은 녹음자가 실제로 대화에서 이탈했는지 여부입니다.

판단 기준6월 10일 녹음6월 12일 녹음
대화에서 이탈했는가이탈 사실 인정. 녹음기를 남겨 두고 점심을 먹으러 나갔습니다.이탈 사실 입증 부족. 녹음자가 밖으로 나갔다고 인정할 증거가 부족했고, 대화에 계속 참여했을 가능성이 남았습니다.
그 이후 대화의 성격녹음자가 빠진 상태에서 다른 단원들끼리 나눈 대화입니다.녹음자가 참여하지 않은 ‘타인 간 대화’라고 인정할 수 없었습니다.
판결비공개 타인 간 대화의 녹음과 고의를 인정해 유죄. 형의 선고를 유예했습니다.타인 간 대화를 녹음했다는 증명이 부족해 무죄를 유지했습니다.

법원은 6월 10일의 이탈 사실을 다음과 같이 판단했습니다.

“피고인은 이 부분 대화 당시 점심식사를 위해 이 사건 연습실에서 나왔으므로, 그 후 대화 과정에서 완전히 이탈하였다.”

서울고등법원 2022. 9. 7. 선고 2022노1109 판결

6월 12일에는 출입 경위에 관한 증언과 녹음 내용이 달랐습니다. 다른 단원이 자신이 밖으로 나갔다고 진술했고, 돌아온 사람에게 녹음자가 문의 결과를 묻는 대화가 확인됐습니다. 법원은 이러한 자료를 근거로 다음과 같이 판단했습니다.

“검사 제출의 증거만으로는 피고인의 위 주장이 허위이고, 피고인이 이 사건 연습실에서 나갔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다.”

서울고등법원 2022. 9. 7. 선고 2022노1109 판결

녹음을 시작할 때 대화에 참여했다는 사실은 자리를 떠난 뒤의 녹음까지 허용하는 근거가 되지 않습니다. 문제 된 대화가 오갈 당시 녹음자가 여전히 대화 당사자였는지를 확인해야 합니다. 판결의 구체적인 경과는 서울고등법원 2022노1109 판결 원문과 평석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3. 다른 사람이 들을 수 있었다면 공개된 대화일까요?

공개성은 일반 공중이 대화 내용을 알 수 있도록 허용된 상황이었는지를 기준으로 판단합니다. 특정 단체의 구성원들이 드나들고 주변 사람이 말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는 사정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앞서 살펴본 뮤지컬단 연습실 사건의 1심은 단원들이 자유롭게 출입하며 다른 단원의 대화를 들을 수 있었다는 점을 들어 공개된 대화로 보았습니다. 항소심은 같은 상황에서 단원들 사이의 청취 가능성과 일반 공중에 대한 공개를 구별했습니다.

공개성 판단1심이 주목한 사정항소심이 구별한 사정
장소의 출입 범위단원이라면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었습니다.일반인이 임의로 출입하는 장소는 아니었습니다.
대화를 들을 수 있는 범위현장에 있던 다른 단원이 대화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외부에서는 녹음장치 없이 대화를 들을 수 없었습니다.
대화의 성격내밀한 비밀이 아닌 일상적인 이야기였습니다.점심 휴게시간에 통상적인 목소리로 나눈 사적 대화였고, 일반에 알리려는 발언이 아니었습니다.
공개성에 관한 결론공개된 대화로 판단했습니다.일반 공중에 공개되지 않은 대화로 판단했습니다.

항소심은 “일반 공중이 알거나 알 수 있도록 허용된 경우에 대화가 공개된 것으로 보아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주변 단원이 듣는 것을 예상한 대화와, 자리에 없는 사람이 녹음해 보관하는 것까지 허용한 대화는 다르다는 취지입니다. 일상적인 이야기라도 비공개로 나눈 대화라면 통신비밀보호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4. 이혼·상간소송에서 증거로 사용할 수 있는 범위

자신이 직접 참여한 대화의 녹음은 통신비밀보호법상 타인 간 대화의 녹음 금지에 걸리지 않아 증거로 제출할 수 있습니다. 반면 이 법을 위반하여 녹음한 비공개 타인 간 대화는 재판에서 증거로 사용할 수 없습니다. 통신비밀보호법 제14조 제2항이 제4조의 증거사용 금지를 적용하기 때문입니다. 대법원 2024. 4. 16. 선고 2023므16593 판결은 이 기준이 비공개 타인 간 대화의 녹음에 적용된다는 점을 확인했습니다.

한 파일에 직접 참여한 대화와 자리를 떠난 뒤의 대화가 함께 들어 있다면, 증거로 쓸 발언이 어느 상황에서 녹음됐는지를 구분해야 합니다. 배우자의 잘못을 보여 주는 발언이어도 위법한 녹음 구간에 담겨 있다면 증거사용 제한을 받습니다. 구체적인 확인 사항은 자리를 비운 뒤 녹음된 대화의 증거 사용에서 설명합니다.

녹음이 배제되면 문자·사진·진술 등 적법하게 확보한 다른 자료로 부정행위를 입증해야 합니다. 자료별 검토와 준비 방법은 상간소송 녹음 증거의 배제와 대체 입증 방법에 정리했습니다.

윤혜영 변호사의 실무 인사이트

이미 확보한 녹음은 전체 원본을 보존하고, 입증하려는 발언의 시점과 당시 대화 참여자를 표시해 두세요. 전후의 질문과 답변, 출입 경위가 녹음자의 참여 여부를 판단하는 자료가 될 수 있습니다. 일부 발언을 제출할 때의 준비 방법은 녹음 일부 제출과 원본 보존을 참고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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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출처

  • 통신비밀보호법 제3조·제4조·제14조 — 타인 간 비공개 대화의 녹음 금지와 증거사용 제한.
  • 대법원 2006. 10. 12. 선고 2006도4981 판결, 2014. 5. 16. 선고 2013도16404 판결 — 대화 당사자의 녹음과 대화 참여 여부.
  • 대법원 2021. 8. 26. 선고 2021다236999 판결 — 제3자의 불법감청과 상간소송에서의 증거배제.
  • 서울고등법원 2022. 9. 7. 선고 2022노1109 판결 — 대화 이탈의 인정 여부와 대화의 공개성. 유죄 부분에 대한 상고는 대법원 2023. 2. 23. 선고 2022도12150 판결에서 기각됐습니다. 국가법령정보센터 판례 검색.
  • 대법원 2024. 4. 16. 선고 2023므16593 판결 — 비공개 타인 간 대화의 위법 녹음에 대한 증거사용 제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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