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집을 나갔다는 사실만으로 곧바로 유책배우자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별거의 경위와 그 과정에서 동거·부양·협조 및 자녀 양육의 책임을 정당한 이유 없이 저버렸는지를 살펴야 합니다.
이혼을 고민하며 집을 나오려는 상황이라면, 별거가 필요해진 경위를 보여 주는 자료를 먼저 정리하고 생활비와 자녀 돌봄을 어떻게 이어갈지 준비하는 것이 좋습니다.
1. 먼저 집을 나가는 것과 ‘악의의 유기’는 어떻게 다른가요?
이혼청구의 허용 여부를 판단할 때 말하는 ‘유책배우자’는 혼인 파탄에 주된 책임이 있는 배우자입니다. 먼저 이사를 했거나 이혼을 요구했다는 순서만으로 주된 책임이 정해지지는 않습니다.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가 제한되는 원칙과 예외에 비추어, 집을 나간 경위와 그 이후 행동을 함께 살펴야 합니다.
민법 제826조 제1항은 부부의 동거·부양·협조의무를 규정하면서도, 정당한 이유로 일시적으로 함께 살지 않는 경우에는 서로 이를 받아들여야 한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떨어져 산다는 사실 자체가 곧 의무 위반을 뜻하지는 않습니다.
문제가 되는 것은 민법 제840조 제2호의 악의의 유기입니다. 대법원 1998. 4. 10. 선고 96므1434 판결은 정당한 이유 없이 동거·부양·협조의무를 포기하고 상대방을 버린 경우를 악의의 유기라고 설명합니다.
함께 살기 어려워진 원인이 무엇인지, 별거에 관한 대화가 있었는지, 집을 나온 뒤 가족의 생활을 어떻게 돌보았는지를 연결해서 살펴야 합니다.
2. 이혼을 고민하며 시작한 별거는 어떤 사정이 중요한가요?
집을 나오는 것이 갈등을 잠시 진정시키기 위한 선택인지, 상대방의 잘못 때문에 공동생활을 견디기 어려워진 결과인지, 정당한 이유 없이 가족에 대한 책임을 끊는 행동인지에 따라 판단이 달라집니다. (외박 이후의 비난과 가출까지 함께 살펴 파탄 책임을 판단한 사례)
대법원 1986. 6. 24. 선고 85므6 판결은 이민 문제로 가족 간 갈등이 심해져 남편이 일시적으로 집을 나온 사건을 다루었습니다. 남편은 생활비도 지급하지 않았지만, 대법원은 부부 공동생활 자체를 끝내려는 가출이 아니었다는 점에서 악의의 유기를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판결에서는 남편이 가정으로 돌아가기를 바라고 있다는 사정도 확인됩니다.
가정으로 돌아가려는 의사 등 당시 사정을 반영한 판결로, 생활비 미지급을 일반적으로 허용한 것은 아닙니다.
반대로 본인이 이혼을 원한다는 이유만으로 별거에 관한 책임 문제가 모두 해소되지는 않습니다. 상대방에게 이혼을 받아들이게 하려고 가족에 대한 지원을 끊거나, 자녀의 돌봄을 전부 떠넘기는 행동은 별거가 시작된 경위와 함께 불리한 사정으로 문제 될 수 있습니다.
폭력이나 위협을 피해 나오는 경우에는 안전 확보가 우선입니다. 대법원 1986. 5. 27. 선고 85므87 판결도 배우자의 폭행, 가정재판소의 조언과 상대방의 동의에 따라 별거한 사안에서 악의의 유기를 부정했습니다. 이 사건에 동의가 있었다는 것이 모든 피신에 배우자의 허락이 필요하다는 뜻은 아닙니다. 위험한 상황에서는 자료나 합의를 모두 갖출 때까지 집에 머무를 필요가 없습니다.
폭력을 피해 거처를 분리해야 한다면 가정폭력 신고 후의 분리·보호와 관련 자료를 준비하는 방법도 확인해 보세요.
별거의 배경이 된 상대방의 행동이 이혼 사유에 해당하는지는 이혼사유 총정리: 혼인파탄과 악의의 유기, 부당한 대우의 판단 기준에서 함께 살펴볼 수 있습니다.
3. 별거 후에도 생활비와 자녀 돌봄을 이어가야 하나요?
별거를 시작했다고 해서 부부의 부양의무나 부모의 양육책임이 곧바로 없어지지는 않습니다. 민법 제833조는 부부 공동생활에 필요한 비용을 특별한 약정이 없으면 공동으로 부담하도록 정합니다.
대법원 2017. 8. 25. 자 2014스26 결정에서도 별거 중인 배우자의 부양료와 자녀 양육비가 문제 되었고, 당사자의 소득·경제력, 갈등의 원인, 자녀의 나이와 양육상황 등을 고려한 원심의 판단이 유지되었습니다.
따라서 기존에 생활비를 부담해 왔다면, 집을 나간다는 이유만으로 지원을 일방적으로 중단하기보다 별거 중 필요한 비용과 부담 방법을 정리하는 것이 좋습니다. 합의한 금액과 실제 송금 내역도 보관합니다. 다만 먼저 집을 나온 사람이 언제나 상대방에게 생활비를 지급해야 한다는 뜻은 아닙니다. 누가 소득을 얻고 누가 자녀를 돌보는지, 기존에 비용을 어떻게 부담했는지에 맞춰 살펴야 합니다.
미성년 자녀가 있다면 당장의 등하원, 식사, 병원 방문 등을 누가 맡을지 구체적으로 정합니다. 자녀를 상대방이 돌보게 되는 경우에도 비용 부담과 필요한 연락을 어떻게 이어갈지 마련해야 합니다.
4. 집을 나가기 전에 어떤 기록을 남겨 두면 좋을까요?
우선 별거를 생각하게 된 사건들을 날짜순으로 짧게 정리하고, 그 내용을 뒷받침하는 자료를 연결합니다. 본인이 주고받은 문자나 카카오톡, 기존 송금 내역처럼 이미 가지고 있는 자료부터 정리하면 됩니다.
| 남겨 둘 자료 | 설명할 내용 |
|---|---|
| 갈등 당시의 대화와 사건 기록 | 왜 함께 살기 어려워졌는지 |
| 별거 이유·기간에 관한 대화 | 별거를 제안한 목적과 상대방의 반응 |
| 생활비 협의와 송금 내역 | 별거 후 비용 부담을 어떻게 이어갔는지 |
| 돌봄 일정과 자녀 관련 연락 | 자녀의 일상을 위해 어떤 역할을 했는지 |
상대방과 대화할 수 있는 상황이라면, 별거가 필요한 이유와 당분간의 생활비·돌봄 방안을 구체적으로 전달하는 것이 좋습니다. 이후 실제로 이행한 내용도 남깁니다.
윤혜영 변호사의 실무 인사이트
별거를 준비하는 상담에서는 마지막 부부싸움만 이야기하기보다, 그 이전부터 어떤 문제가 반복되었고 왜 지금은 함께 지내기 어려워졌는지를 설명하는 것이 좋습니다.
별거 전에 상담을 받으려면 갈등의 경과와 현재 생활비·돌봄 구조를 정리해 가져가는 것이 좋습니다. 상담에서 어떤 설명을 받아야 하는지는 이혼전문변호사 선택기준과 상담 준비 가이드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자료 출처
- 민법 제826조 제1항, 제833조, 제840조 제2호: 부부의 동거·부양·협조의무, 생활비용 부담과 악의의 유기. 국가법령정보센터.
- 대법원 1998. 4. 10. 선고 96므1434 판결: 악의의 유기의 의미. 국가법령정보센터. (국가법령정보센터 판례 검색)
- 대법원 2015. 9. 15. 선고 2013므568 전원합의체 판결: 혼인 파탄에 주된 책임이 있는 배우자의 이혼청구 원칙과 예외. 국가법령정보센터.
- 대법원 1986. 6. 24. 선고 85므6 판결: 가정불화로 인한 일시적 별거와 생활비 미지급을 악의의 유기로 인정하지 않은 사례. 국가법령정보센터. (국가법령정보센터 판례 검색)
- 대법원 1986. 5. 27. 선고 85므87 판결: 폭행과 가정재판소의 조언, 상대방의 동의에 따른 별거의 평가. 국가법령정보센터. (국가법령정보센터 판례 검색)
- 대법원 2017. 8. 25. 자 2014스26 결정: 별거 중 부양료·양육비와 생활비용 부담. 국가법령정보센터. (국가법령정보센터 판례 검색)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