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방의 잘못과 사실혼 파탄 책임, 위자료를 인정한 이유 – 서울가정법원 2013드합3385·2013드합7479

한쪽이 먼저 잘못했더라도 상대방의 이후 행동이 모두 정당화되는 것은 아닙니다. 법원은 최초의 갈등 원인과 이후의 대응, 관계를 회복하려 한 노력과 파탄에 이른 경과를 함께 살펴 책임을 판단합니다.

서울가정법원 2014. 11. 19. 선고 2013드합3385·2013드합7479 판결은 그 차이를 보여 줍니다. (원문 및 평석) 법원은 아내가 외박하고 그 경위를 처음부터 충분히 설명하지 못한 잘못을 인정했습니다. 그러나 남편의 반복된 의심과 비난, 혼인신고 지연, 가출 등에 더 무거운 파탄 책임이 있다고 보아 남편에게 아내의 위자료 1,000만 원을 지급하도록 했고, 남편의 반소 위자료 청구는 기각했습니다.

이 사건은 혼인신고를 마친 부부의 이혼소송이 아니라, 사실혼 관계가 해소된 뒤 서로 위자료를 청구한 사건입니다. 먼저 잘못한 사람과 최종적으로 위자료를 부담하는 사람이 반드시 같지는 않습니다.

1. 사실혼 관계와 아내의 외박

원고는 아내, 피고는 남편입니다. 두 사람은 결혼식을 올리고 함께 생활했지만 혼인신고는 하지 않았습니다. 아내는 사실혼 해소에 따른 위자료 3,000만 원과 재산분할을 청구했고, 남편은 반소로 위자료 5,000만 원을 청구했습니다.

혼인신고가 없다는 이유만으로 위자료나 재산분할을 청구할 수 없는 것은 아닙니다. 사실혼 관계가 인정되고 상대방의 책임 있는 행위로 그 관계가 부당하게 파탄되었다면 위자료를 청구할 수 있습니다. 위자료와 공동재산을 나누는 문제의 차이는 사실혼 부당파기 위자료와 재산분할에서 함께 살펴볼 수 있습니다.

갈등은 외박 전부터 있었습니다. 아내는 결혼 전 임신했으나 신혼생활을 즐길 수 없다는 남편의 권유로 임신중절수술을 받았습니다. 아내는 서운함을 느꼈지만, 남편은 수술 당일 아내를 한강으로 데리고 가 장미꽃과 반지를 선물하는 이벤트를 했습니다.

결혼 후에도 아내는 남편이 부부관계에 소극적이고 자신의 입장을 일방적으로 강요한다고 느꼈습니다. 각자 수입을 관리하면서 공동생활비만 절반씩 부담하자는 방식에도 불만이 있었습니다. 반면 남편은 아내의 잦은 야근과 늦은 귀가, 택시 이용 등에 불만을 가졌습니다.

아내는 직장 회식 후 새벽까지 귀가하지 않다가 오전 9시경 집에 들어왔습니다. 처음에는 동료와 과장의 집에서 함께 잤다고 설명했지만, 남편이 확인한 결과 과장은 새벽 2시경 아내와 헤어진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아내는 과장의 임신 소식을 듣고 자신의 임신중절수술이 떠올라 슬픔과 상실감으로 술을 많이 마셨고, 동료가 만취한 자신을 모텔에 데려다주었다고 다시 설명했습니다. 남편은 이를 믿지 못하고 아내를 집에서 내보냈습니다. 법원은 외박과 초기 해명에 관한 아내의 잘못을 인정했습니다.

“먼저 원고에게는, 신혼기간에 직장동료들과 회식을 하다가 외박을 하였고, 그러한 경우 그 경위를 처음부터 솔직하고 소상하게 이야기하여 피고의 오해를 풀어주지 못하였던 잘못이 있다고 할 것이다.”

다만 법원은 아내에게 부정행위가 있었다고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외박과 충분하지 않았던 해명의 잘못, 부정행위의 존재는 구별해야 합니다.

2. 남편의 대응은 어떻게 관계를 악화시켰을까요?

아내는 집에서 나온 직후 남편의 본가로 찾아가 남편과 시어머니 앞에서 무릎을 꿇고 용서를 빌었습니다. 그러나 남편은 헤어지자는 말을 했습니다. 이후 남편은 아내의 부모와 직장동료까지 함께 아내가 묵었던 모텔을 찾아다니며 외박 당일의 행적을 확인하려 했습니다.

남편은 아내에게 밤 11시 통금, 금주와 회식 때의 음주량 제한, 6개월간 모든 가사일을 혼자 하는 내용의 각서를 쓰게 했습니다. 이를 어기면 외박에 대한 책임으로 위자료 5,000만 원을 지급한다는 내용이 포함되었습니다. 두세 달 뒤 남편이 이제 되었다며 각서를 파기했지만, 그 뒤에도 외박 사건을 둘러싼 갈등은 계속됐습니다.

아내와 아내의 아버지가 혼인신고를 요구했지만 남편은 이를 미뤘습니다. 두 사람이 서로 서운했던 점을 이야기하고 대화·운동·부부관계 등에 관한 해결책을 서면으로 적은 적도 있었습니다. 아내가 다시 편지를 써서 문제를 해결하려 했으나, 남편은 외박 사건 이후 믿음과 애정이 없어졌다며 헤어지자는 말을 했습니다.

이후 아내가 회식 중 전화를 받지 않고 새벽 1시경 귀가한 날에도 남편은 외박 사건을 다시 언급하며 비난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아내가 남편의 목을 잡아 손톱에 긁힌 자국이 생겼고, 남편도 이불로 아내를 뒤집어씌우는 등 서로 몸싸움을 했습니다.

남편은 그 뒤 집을 나가 보름 넘게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아내가 “미안하다”는 문자를 보냈지만, 남편은 다음과 같이 답했습니다.

“헤어질 거니까 미안하다는 말은 하지 마라.”

이후에는 다음과 같은 문자도 보냈습니다.

“너 없을 때 짐 싸서 가고 싶어. 시장조사 갈 거면 그 때 짐 가지고 갈게.”

아내가 남편의 누나에게 도움을 요청한 뒤 남편이 돌아와 한 달간 함께 살아보자고 제안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아내의 부모가 결혼생활 유지와 출산, 혼인신고에 관한 의사를 물었을 때 남편은 확답하지 않았고, 이후 대화를 거부하고 각방을 사용하다 다시 짐을 싸서 나갔습니다.

판결문에 인용된 마지막 문자는 남편이 아내의 외박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었는지 보여 줍니다.

“너가 외박한 건 물론 결백하겠지만 잊었다고 생각한 내가 그걸 못 잊은 건 어쩔 수 없고 또한 이제 와서 그 결백을 증명할 수 없겠지.”

법원은 외박 이후의 사과와 대화, 각서를 파기한 경과, 혼인신고를 미룬 이유, 반복된 비난과 가출까지 관계가 악화된 과정 전체를 살폈습니다.

3. 아내의 잘못을 인정하면서 남편에게 위자료를 명한 이유

법원은 남편이 아내의 한 차례 외박을 부정행위처럼 단정하고, 아내의 관계 회복 노력에 응하지 않은 점을 중요하게 보았습니다. 혼인신고를 미룬 사정도 외박을 좀 더 지켜보겠다는 태도와 함께 판단했습니다. 판결의 해당 부분을 나누어 인용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그러나 피고는 원고의 단 한 번의 외박을 마치 부정행위가 있는 것처럼 단정하면서 과민하게 반응하며 원고를 의심하고 집에서 나가라고까지 하였으며”

“원고의 문자, 편지, 대화 시도 등 갈등을 해결하고자 하는 노력에 응하지 아니하였을 뿐 아니라”

남편의 임신중절 권유와 이후 태도도 판단에 포함됐습니다. 남편은 가사조사와 재판에서 임신중절은 합의에 따른 것이었다거나 앞으로 아이는 얼마든지 가질 수 있다는 취지로 설명했습니다. 법원은 이러한 인식과 수술 당일의 이벤트, 평소 자기중심적·일방적 태도가 아내에게 큰 상처를 주었을 것으로 보았습니다.

각서를 파기하고 외박 사건을 마무리하기로 한 이후에도 남편은 아내가 늦게 귀가할 때마다 이를 다시 언급하며 비난했고, 스스로는 가출을 반복했습니다. 법원은 남편에게 사실혼 파탄을 결정적으로 고착시킨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이로써 원고는 최초 갈등의 고리를 제공한 자신의 잘못에 비교할 수 없는 심대한 정신적 고통을 받았다고 할 것이므로 피고는 원고에게 위자료를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할 것이다.”

여기서 원고는 아내이고 피고는 남편입니다. 아내에게 외박과 초기 해명의 잘못이 있었어도, 그것이 남편의 이후 행동을 모두 정당화하지는 않는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법원은 외박 이후 남편의 대응, 임신중절을 둘러싼 사정과 평소 태도를 함께 고려했습니다.

법원은 사실혼 파탄의 경위와 책임 정도, 관계가 지속된 기간, 두 사람의 나이·직업·경제력 등을 참작하여 위자료를 1,000만 원으로 정했습니다. 이는 대법원 1998. 8. 21. 선고 97므544·551 판결이 설명한 사실혼 부당파기 위자료의 판단 요소와도 연결됩니다.

청구법원의 판단
아내의 본소 위자료 3,000만 원남편이 아내에게 1,000만 원 지급. 나머지 청구 기각
남편의 반소 위자료 5,000만 원기각
아내의 재산분할 청구남편이 아내에게 6,600만 원 지급

재산분할은 위자료와 별도로 판단했습니다.

4. 쌍방에게 잘못이 있다는 것과 책임이 대등하다는 것은 다릅니다

제가 이혼 사건을 진행하며 관찰한 바로는, 어느 한쪽이 전적으로 잘못했고 다른 한쪽에는 문제 삼을 행동이 전혀 없는 경우는 15% 미만입니다. 상대방의 잘못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자신도 비난하거나 관계를 악화시키는 행동을 한 사건을 훨씬 자주 접합니다. 이는 제가 접한 사건에 관한 실무 관찰이며 법원의 공식 통계는 아닙니다.

이 사건에서 법원은 아내의 잘못을 인정하면서 남편에게 위자료를 명했습니다. 양쪽 모두에게 잘못이 있는지와, 혼인 파탄에 대한 책임 정도가 대등한지는 별개의 판단입니다.

상담에서는 당사자가 상대방과 자신의 잘못을 7:3이나 6:4 정도로 생각하며 상대방 책임이 더 크다고 설명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러나 그 숫자는 당사자의 평가이지 법원의 법률상 기준이 아닙니다. 자신에게는 상대방 잘못이 훨씬 크게 느껴지더라도, 법원은 전체 경과를 살펴 파탄 책임이 대등하다고 판단할 수 있습니다.

법률혼의 이혼 위자료에 관한 대법원 2024. 6. 27. 선고 2023므16678 판결도 혼인 파탄에 관한 부부 쌍방의 책임 정도가 대등하다고 판단되는 경우를 구별합니다. 이때에는 상대방 배우자에게 혼인 파탄에 대한 손해배상의무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보았습니다. 다만 이 판결은 앞서 살펴본 2014년 사실혼 사건의 후속심은 아닙니다.

따라서 소송에서는 “누가 먼저 잘못했는가”만 설명해서는 부족합니다. 그 뒤 어떤 일이 있었고, 각자가 어떻게 대응했으며, 관계가 회복되지 못한 이유가 무엇인지까지 제시해야 합니다. 혼인 파탄의 원인과 책임을 판단하는 큰 구조는 재판상 이혼 사유와 파탄 책임의 판단 기준에서 살펴볼 수 있습니다.

윤혜영 변호사의 실무 인사이트

제 상담 경험으로는 의뢰인 열 명 중 아홉 명은 상대방이 먼저 잘못했으므로 자신은 일방적인 피해자라는 취지로 말씀하십니다. 이 역시 공식 통계가 아니라 상담 현장에서 제가 접하는 관찰입니다. 억울한 이유를 듣는 일은 중요하지만, 재판을 준비할 때에는 그 이후에 자신이 한 말과 행동까지 함께 살펴야 합니다.

저는 상대방의 잘못을 확인한 때부터 관계가 끝날 때까지의 경과를 시간순으로 정리하도록 권합니다. 문제를 제기한 내용, 상대방의 해명과 사과, 대화나 상담을 시도한 경과, 약속과 그 이행 여부, 집을 나가거나 함께 살지 않게 된 이유를 이어서 적어 보세요. 불리해 보이는 자신의 행동도 그 경위와 함께 설명해야 사건 전체를 판단할 수 있습니다.

이 사건에서는 아내의 외박뿐 아니라 해명이 바뀐 과정, 사과와 편지, 남편의 답장, 각서를 파기한 뒤에도 이어진 비난과 가출이 함께 드러났습니다. 문자는 앞뒤 대화와 실제 생활의 변화를 함께 살펴야 합니다.

상대방을 응징하려는 축출이나 반복적인 가출과, 폭력·위협을 피해 안전한 곳으로 이동하는 것은 구별해야 합니다. 대법원 1981. 9. 8. 선고 80므53 판결은 구타와 학대를 견디지 못해 친정으로 피신한 사안을 악의의 유기로 보지 않았습니다. 안전을 먼저 확보하고, 떠나게 된 이유와 당시의 연락·진료·신고 자료 등을 남겨 주세요. (집을 나온 경위와 악의의 유기)

블랙박스 자료는 외부 영상과 차 안의 대화 녹음을 구분해야 합니다. 통신비밀보호법을 위반한 타인 간 대화 녹음은 이혼·상간소송에서도 사용할 수 없습니다. 평소 작동하던 장치에 고의 없이 우연히 저장된 대화는 위법 녹음과 달리 볼 수 있다는 학술적 해석이 있으나, 내 차라거나 나중에 발견했다는 이유만으로 적법성이 보장되지는 않습니다. 최초 녹음의 주체와 고의, 파일 확보 경위를 먼저 검토해야 합니다. 자세한 기준은 타인 간 대화 녹음과 민사재판의 증거사용 기준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상담에서는 상대방의 잘못만 요약한 자료보다 갈등의 시작과 이후 대응을 함께 정리한 자료가 도움이 됩니다. 상담을 앞두고 있다면 이혼전문변호사 선택과 상담 준비 안내에서 자신의 사건을 설명하고 확인할 사항을 정리해 보세요.

자료 출처

대한변협 전문분야 등록 인증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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