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산분할에 합의하지 않았더라도 협의이혼을 할 수는 있습니다. 다만 이혼신고부터 하기로 했다면 합의서에 재산분할은 아직 정하지 않았고, 청구할 권리도 포기하지 않았다는 점을 분명히 남기는 것이 좋습니다. 어떤 재산자료를 언제까지 주고받고 언제 협의할지도 구체적으로 정해야 합니다.
그러나 문구를 잘 남겼다는 이유만으로 안심할 수는 없습니다. 합의서가 상대방의 재산 처분을 막아주지는 않고, 이혼 후 재산분할을 청구할 수 있는 법정 기간을 늘려주지도 않습니다.
1. 재산분할을 미룬 것인지, 지급만 미룬 것인지 구분합니다
“재산분할은 나중에 하자”는 말에는 서로 다른 상황이 섞여 있습니다. 나눌 재산과 금액을 아직 정하지 않은 경우도 있고, 지급할 금액은 정했지만 돈을 주는 날짜만 뒤로 미룬 경우도 있습니다.
- 재산분할 자체가 미정인 경우: 무엇을 나눌지, 각자의 몫이 얼마인지, 어떻게 지급할지에 관한 합의가 남아 있습니다. 미합의 상태와 청구권을 포기하지 않았다는 점, 자료 제공과 협의 일정을 남겨야 합니다.
- 금액과 방법은 정하고 지급만 미룬 경우: 지급할 사람과 받을 사람, 금액, 지급일, 분할 지급 여부와 지급하지 않았을 때의 처리를 구체적으로 적어야 합니다. 이를 다시 “추후 협의한다”는 문구로 바꾸면 이미 정한 내용까지 불분명해질 수 있습니다.
이 글은 첫 번째 상황, 즉 재산분할에 관한 합의를 남겨둔 채 협의이혼부터 하려는 경우를 중심으로 설명합니다. 민법 제839조의2는 협의이혼 후에도 재산분할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하고, 협의가 되지 않으면 가정법원이 당사자의 청구에 따라 분할의 액수와 방법을 정하도록 합니다.
재산분할 합의서가 없어도 이혼 후 재산분할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문서를 남기는 목적은 나중에 상대방이 “각자 명의대로 갖기로 이미 끝낸 일”이라고 주장할 때, 당시 무엇을 정했고 무엇을 남겨두었는지 분명히 하기 위한 것입니다.
2. “더 이상 아무것도 청구하지 않는다”는 문구를 함께 넣으면 곤란합니다
앞부분에는 “재산분할은 추후 협의한다”고 쓰고, 마지막에는 “이혼과 관련하여 서로 일체의 금전청구를 하지 않는다”고 적는 경우를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하나는 협의를 남겨두는 내용이고, 다른 하나는 금전관계를 끝내는 내용이어서 해석상 다툼이 생깁니다.
“각자 명의의 재산은 각자 소유한다”, “향후 민사상 청구를 하지 않는다”, “이 합의로 모든 재산관계를 정산한다”는 문구도 확인해야 합니다. 재산분할을 미루려는 목적이라면 이런 포괄적 청산·청구 제한 문구를 그대로 두어서는 취지가 흐려집니다. 다른 문제를 종결하려고 넣는 문구라면 적용 대상을 특정하고, 재산분할은 그 범위에서 제외한다는 점을 명시하는 편이 좋습니다.
그렇다고 “이혼 전에 쓴 포기각서는 어차피 무효”라고 생각하고 서명하는 것도 적절하지 않습니다. 대법원 2016. 1. 25. 자 2015스451 결정은 아직 구체화되지 않은 재산분할청구권의 사전 포기와, 공동재산의 규모·기여도·분할 방법을 실제로 협의한 결과를 구분합니다.
해당 사건에서는 재산분할을 청구하지 않는다는 서면이 있었지만, 재산액이나 기여도, 분할 방법을 진지하게 논의했다고 볼 자료가 없었습니다. 대법원은 이를 유효한 재산분할 협의로 보아 청구를 각하한 판단을 파기했습니다. 이 결정이 이혼 전의 모든 재산분할 합의를 무효로 본 것은 아닙니다. 실제 재산의 규모·기여도·분할 방법을 협의했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3. 합의서에는 미합의 상태와 다음 협의의 내용을 남깁니다
아래는 재산분할에 관한 합의가 아직 이루어지지 않은 상황을 전제로 한 문구 예시입니다. 이미 일부 재산을 나누었거나 지급할 금액을 확정했다면, 그 내용을 보존하면서 미합의 부분만 구분해야 합니다.
- 재산분할 미합의 확인
당사자들은 협의이혼하기로 합의하였으나, 재산분할의 대상·가액·분할비율 및 분할 방법에 관하여는 아직 합의하지 않았다. 재산분할은 관련 자료를 확인한 후 별도로 협의한다. - 청구권을 포기하지 않는다는 확인
본 합의의 체결 및 이에 따른 협의이혼은 어느 일방의 재산분할청구권 포기, 재산관계의 최종 정산 또는 재산분할에 관한 법원 청구를 제한하는 합의를 의미하지 않는다. - 재산목록과 확인 자료의 제공
당사자들은 [년·월·일]까지 각자 보유한 부동산, 예금, 투자자산, 보험, 퇴직급여 등 재산과 채무의 목록 및 이를 확인할 자료를 상호 제공한다. 각 자료에는 잔액이나 가액의 기준일을 표시한다. 이 목록은 확인된 정보를 정리하기 위한 것이며, 목록에 기재되지 않은 재산에 관한 재산분할청구권을 포기한다는 뜻으로 해석하지 않는다. - 협의 일정과 법원 청구의 관계
당사자들은 제공된 자료를 바탕으로 [년·월·일]까지 재산분할에 관하여 협의한다. 다만 이 협의 일정이나 자료 제공 여부는 어느 일방의 재산분할심판청구 또는 필요한 보전처분 신청을 제한하지 않으며, 법정 청구기간을 연장하는 의미도 아니다.
합의서에는 당사자의 인적사항과 작성일을 적고, 양쪽이 서명 또는 날인한 문서를 각자 보관하는 것이 좋습니다. 별지 재산목록과 자료도 어느 합의서에 붙인 것인지 알 수 있게 정리합니다.
재산목록에는 부동산의 주소와 명의자, 대출잔액, 금융기관과 계좌를 식별할 정보 등을 구체적으로 적습니다. 해당 재산이 분할 대상인지 다투고 있다면 그 점도 표시합니다. 재산목록을 제공하더라도 특정 비율로 나누는 데 동의한 것은 아니라는 점을 명확히 남기는 것이 좋습니다.
이미 일부 금전을 받았다면 그 돈의 명목과 정산 방법도 남겨야 합니다. 재산분할금의 일부를 미리 받은 것인지, 위자료인지, 당장의 생활비인지에 따라 의미가 다릅니다. 재산분할금의 선지급이라면 최종 정산 시 어떻게 반영할지 적고, 그 지급으로 재산분할 전체가 끝난 것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할 필요가 있습니다.
상대방이 금융자료 제공에 협조하지 않아 법원의 절차가 필요하다면, 재산분할 본안에서 어떤 자료를 확보하고 자금의 흐름을 확인할 수 있는지는 금융거래정보제출명령과 재산 추적에서 살펴볼 수 있습니다.
4. 협의 일정을 정해도 이혼 후 2년의 청구기간은 따로 관리해야 합니다
재산분할에 합의하지 못했다면 이혼한 날부터 2년 안에 가정법원에 재산분할심판을 청구해야 합니다. 협의이혼은 법원에서 이혼의사를 확인받은 날만으로 성립하지 않습니다. 민법 제836조에 따라 신고로 이혼의 효력이 발생한 날을 확인해야 합니다.
집값이 오르거나 집이 팔리기를 기다리며 정산을 미루더라도, 이혼 후 2년의 청구기간은 별도로 관리해야 합니다. 상대방이 계속 협의하겠다고 하거나 청구권을 유보한다는 문구를 남겼다는 이유로 법원 청구를 미루지 마세요.
대법원 2023. 12. 21. 선고 2023므11819 판결은 이 2년이 재판 밖에서 권리를 행사하는 것으로 충분한 기간이 아니라, 그 안에 재산분할심판을 청구해야 하는 기간이라고 설명합니다. 상대방에게 문자나 내용증명으로 요구했다는 사실만으로 법원에 청구할 기간을 지킨 것은 아닙니다.
같은 판결은 이혼 후 2년 안에 최초로 재산분할을 청구했다면, 이후 재판에서 재산을 구체적으로 확인했다는 이유만으로 기간을 넘겼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상대방의 자료 제공이 늦어진다고 재산을 모두 확인할 때까지 청구를 미루지는 않아야 합니다. (협의이혼 후 재산분할과 청구기간을 검토한 사건의 평석)
이미 재산분할재판이 확정된 뒤 그 재판에서 전혀 심리되지 않은 재산을 추가로 청구하는 경우에도 이혼한 날부터 2년이라는 기한을 지켜야 합니다. 대법원 2018. 6. 22. 자 2018스18 결정이 설명한 추가 청구의 기준입니다.
5. 합의서만으로 재산 처분이나 지급 불이행을 막을 수는 없습니다
“재산을 처분하지 않는다”는 약속을 적더라도 그것만으로 부동산 등기나 예금 인출이 막히지는 않습니다. 상대방이 재산을 빼돌리거나 지급할 재원을 없앨 우려가 구체적이라면, 이혼신고 전에 보전처분의 필요성을 검토해야 합니다.
금전으로 받을 재산분할채권을 확보하려는 경우에는 가압류를, 특정 재산에 관한 권리를 보전하려는 경우에는 그 권리에 맞는 가처분을 검토할 수 있습니다. 가사소송법 제63조 등에 따른 별도의 법원 절차이며, 보전할 권리와 필요성을 소명해야 합니다. 보전처분은 이혼소송을 제기하기 전에도 신청할 수 있지만, 합의서 문구만으로 위 요건을 충족하는 것은 아닙니다.
한편 금액과 지급 조건까지 합의할 수 있다면, 이를 법원의 조정조서에 구체적으로 담거나 일정한 금전 지급에 관하여 강제집행을 승낙하는 공정증서를 작성하는 방법도 검토할 수 있습니다. 민사집행법 제56조가 정한 집행권원을 갖추는 문제입니다.
단순히 합의서의 서명·날인을 인증받는 것과 강제집행이 가능한 공정증서를 만드는 것은 다릅니다. 아직 지급할 금액과 의무의 내용도 정하지 않은 채 “공증만 해두면 된다”고 생각해서는 실제 회수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습니다.
지급할 금액과 조건을 정해 집행권원을 갖춘 뒤에도 돈을 받지 못한다면, 재산분할금 강제집행 안내에서 예금·급여·부동산별 회수 방법과 한계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윤혜영 변호사의 실무 인사이트
다만 재산을 받을 쪽이라면, 상대방이 지금까지 미루던 협의를 이혼신고 후에는 어떤 이유로 이행할 것인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저는 이런 상황에서 “나중에 청구할 수 있다”는 설명만으로 이혼신고를 서두르는 것은 권하지 않습니다. 현재 확인된 재산이 무엇인지, 상대방이 자료를 제공할 의사가 있는지, 재산을 처분할 가능성이 있는지부터 살펴야 합니다. 합의서 문구를 정리하면서 필요한 보전조치와 협의가 결렬됐을 때의 법원 청구도 함께 준비하는 편이 좋습니다.
특히 상대방이 재산목록 제공과 청구권 유보 문구는 거부하면서 이혼신고만 재촉한다면, 문장 몇 줄을 보완하는 것으로 문제가 끝나기는 어렵습니다. 이혼신고 전에 해결할 수 있는 부분을 최대한 구체화하고, 남겨두는 문제에는 자료 제공일과 협의 기한, 법원 청구를 검토할 시점을 정해야 합니다.
분할 대상 재산과 기여도, 재산조회 및 보전·회수 절차는 이혼재산분할 총정리와 실무 안내에서 함께 확인할 수 있습니다.
합의서 검토를 의뢰하거나 이혼신고 전 상담을 준비한다면 이혼전문변호사 선택기준과 상담 요령을 참고할 수 있습니다.
자료 출처
- 국가법령정보센터, 민법 제836조·제839조의2 — 협의이혼의 성립과 신고, 이혼 후 재산분할청구 및 2년의 청구기간.
- 대법원 2016. 1. 25. 자 2015스451 결정, 국가법령정보센터 결정문 전문 — 구체화되지 않은 재산분할청구권의 사전 포기와 실질적인 재산분할 협의의 구별. (국가법령정보센터 판례 검색)
- 대법원 2023. 12. 21. 선고 2023므11819 판결, 국가법령정보센터 판결문 전문 — 재산분할청구권의 제척기간과 기간 내 최초 청구 후 재산 특정의 관계. (국가법령정보센터 판례 검색)
- 대법원 2018. 6. 22. 자 2018스18 결정, 대한민국 법원 공개 결정문 — 확정된 재산분할재판에서 전혀 심리되지 않은 재산에 관한 추가 청구와 이혼한 날부터 2년의 기한. (국가법령정보센터 판례 검색)
- 국가법령정보센터, 가사소송법 제59조·제63조 — 조정의 성립과 효력, 가압류·가처분.
- 국가법령정보센터, 민사집행법 제56조·제276조·제277조 — 집행권원, 가압류의 목적과 보전의 필요성.
- 찾기쉬운 생활법령정보, 「협의이혼과 재산문제」·「이혼 상대방의 재산처분 방지 조치」 — 재산분할 미합의 상태에서의 협의이혼과 소송 전 보전처분 안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