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간자의 직장에 부정행위를 알렸다는 이유만으로 명예훼손의 결론이 같아지는 것은 아닙니다. 수원지방법원은 병원 인사담당자에게 한 징계 문의 통화는 무죄로 판단했지만, 병원 정문 앞에서 불륜 사실을 적은 피켓을 들고 한 시위는 유죄로 인정했습니다. 통화 상대방의 업무, 비공개 처리 절차, 발언자의 인식과 공개 방식이 결론을 갈랐습니다.
이 글의 대상은 수원지방법원 2020. 4. 29. 선고 2019노6148 명예훼손 항소심 판결입니다. 제1심인 2019고정229와 상고심인 대법원 2020도5857, 같은 행위에 대한 민사판결인 서울동부지방법원 2018가단107818을 함께 살펴봅니다. 형사사건은 대법원의 쌍방 상고기각으로 통화 무죄·피켓 시위 유죄, 벌금 80만 원이라는 결론이 확정됐습니다.
1. 같은 부정행위를 알렸지만 전달 방식이 달랐습니다
형사사건의 피고인 A는 병원 간호사 E의 남편이었고, 명예훼손 피해자 F는 같은 병원에서 근무한 의사였습니다. 뒤이어 선고된 관련 민사판결에 따르면 남편과 간호사는 2016년 10월 결혼식을 올린 사실혼 관계였으며, 남편은 그해 12월 부정행위를 알게 됐습니다. 형사판결과 민사판결의 익명 기호가 서로 다르므로, 아래 해설에서는 남편·간호사·의사라는 관계로 구별합니다.
남편은 2016년 12월 28일 병원 총무부장에게 전화하여 간호사와 의사 사이의 부적절한 관계에 대한 징계가 가능한지 문의했습니다. 이어 사실혼 부당파기에 관한 손해배상 판결을 받은 뒤인 2018년 1월 31일에는 병원 정문 앞에서 불륜 사실과 징계 요청을 적은 피켓을 들고 1인 시위를 했습니다. 의사는 이 두 행위에 대하여 남편을 명예훼손으로 고소했습니다.
| 행위 | 항소심이 주목한 차이 |
|---|---|
| 2016. 12. 28. 병원 총무부장과 통화 | 인사관리 담당자에게 징계 가능성을 문의했습니다. 비공개 업무 절차와 당시 대화 경위 등을 볼 때, 내용이 불특정 또는 다수인에게 전파될 위험을 남편이 인식하고 용인했다고 증명하기 부족했습니다. |
| 2018. 1. 31. 병원 정문 앞 피켓 시위 | 많은 행인이 볼 수 있는 곳에서 구체적인 불륜 사실을 공개했습니다. 실명이 없어도 주변 사람들이 의사를 알아볼 수 있었고, 표현 방식 등을 고려하면 정당행위로 인정하기 어려웠습니다. |
2. 제1심부터 대법원까지의 판단 흐름
| 심급·사건번호 | 판단과 결과 |
|---|---|
| 제1심 수원지방법원 2019. 10. 18. 2019고정229 | 전화 통화와 피켓 시위를 모두 유죄로 인정했습니다. 인사담당자의 보고·징계 절차를 통해 병원 내에 알려질 수 있다는 점을 예상할 수 있었다고 보았습니다. 벌금 100만 원 |
| 항소심 수원지방법원 2020. 4. 29. 2019노6148 | 통화 부분은 전파가능성에 대한 인식과 위험 용인의 증명이 부족하여 무죄로 변경했습니다. 공개 피켓 시위의 유죄는 유지했습니다. 원심파기 후 직접 판결: 벌금 80만 원 |
| 상고심 대법원 2020. 7. 23. 2020도5857 | 검사는 통화 무죄 부분에, 피고인은 시위 유죄 부분에 불복했습니다. 대법원은 두 부분 모두 원심 판단에 잘못이 없다고 보아 상고를 모두 기각했습니다. |
항소심 주문의 “원심판결을 파기한다”는 문구가 전부 무죄를 뜻하지는 않습니다. 제1심은 두 범죄를 경합범으로 보아 하나의 형을 선고했기 때문에, 그중 하나가 무죄가 되자 전체 형을 다시 정해야 했습니다. 항소심은 사건을 제1심으로 돌려보낸 것이 아니라, 남은 피켓 시위 부분에 대하여 직접 벌금 80만 원을 선고했습니다.
3. 총무부장에게 한 통화는 왜 무죄가 되었나
한 사람에게 말했다는 사실만으로 결론이 나지는 않습니다
명예훼손죄의 공연성은 불특정 또는 다수인이 인식할 수 있는 상태를 말합니다. 특정한 한 사람에게 이야기했더라도 그 사람이 불특정 또는 다수인에게 전파할 가능성이 있다면 공연성이 인정될 수 있습니다. 반대로 한 사람에게 전달했다는 사실만으로 그러한 전파가능성이 당연히 증명되는 것도 아닙니다.
대상판결은 대법원 2018. 6. 15. 선고 2018도4200 판결을 인용하여, 전파가능성을 이유로 공연성을 인정할 때에는 그 가능성에 대한 인식과 그 위험을 용인하는 내심의 의사가 필요하다고 보았습니다. 다른 사람들이 알게 될 수 있다는 막연한 추측에 그치지 않고, 통화 당시 남편이 어떠한 상황을 예상하고 받아들였는지 살펴본 것입니다.
인사담당자의 업무와 비공개 절차, 실제 대화 경위를 함께 보았습니다
| 원문에 나타난 사정 | 판단에 갖는 의미 |
|---|---|
| 처음에는 명예훼손을 걱정하며 실명을 말하기 어렵다고 했습니다. 총무부장이 서면 민원을 권하자 실명을 이야기했습니다. | 불특정한 사람들에게 적극적으로 소문을 퍼뜨리려는 연락인지, 담당자에게 절차를 문의하는 연락인지 구별하는 사정입니다. |
| 다음 날 다시 통화했을 때, 변호사와 상의한 뒤 명예훼손 문제로 정식 민원은 진행하지 않겠다고 했습니다. | 통화의 일부 표현만 떼어 평가하지 않고, 이어진 대화와 실제 행동을 함께 보았습니다. |
| 총무부장은 결재선인 사무국장·병원장에게 보고하고, 간호부장을 통해 간호사를 만났습니다. 그 밖의 사람에게는 말하지 않았다고 증언했습니다. | 정당한 업무 처리에 필요한 제한적 공유와, 다른 부서나 직원들에게 사생활을 퍼뜨리는 행위를 구별했습니다. |
| 개인정보서약서를 받고 징계위원회를 비공개로 운영하는 등 외부 유출을 막는 장치가 있었습니다. | 업무상 확인한 민감한 사생활이 쉽게 외부로 퍼질 것이라고 예상하기 어려운 사정으로 보았습니다. |
| 손해배상 판결을 받기 전까지 같은 내용으로 연락을 반복하지 않다가 판결 후 다시 징계 가능성을 물었습니다. | 당시 언동과 이후 대응을 함께 보아, 전파 위험을 인식하고 용인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
무죄의 직접적인 이유는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 전파가능성에 대한 인식과 위험 용인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것이었습니다. “인사담당자에게 말하면 언제나 허용된다”는 판단은 아닙니다. 담당자가 누구인지, 업무상 처리 범위가 어디까지인지, 비공개 절차가 있는지, 어떤 내용과 방식으로 전달했는지가 달라지면 결론도 달라질 수 있습니다.
항소심은 병원장 등에 대한 내부 보고를 정당한 업무 절차로 보았고, 인사 담당자들이 다른 직원이나 외부에 민감한 사생활을 퍼뜨릴 것이라고 남편이 예상하기는 어려웠다고 판단했습니다.
뒤이은 전원합의체 판결도 엄격한 증명을 강조했습니다
이 사건이 확정된 뒤 선고된 대법원 2020. 11. 19. 선고 2020도5813 전원합의체 판결은 전파가능성 이론을 유지하면서도, 특정 소수에게 말한 경우에는 공연성이 부정되는 유력한 사정이 될 수 있고 전파가능성에 관한 검사의 엄격한 증명이 필요하다고 밝혔습니다. 발언자와 듣는 사람의 관계, 발언 경위·내용·방법·장소 등을 구체적으로 살펴야 한다는 뜻입니다. 이는 별개의 사건에 관한 후속 판결이며, 이 사건의 상고심은 앞서 본 2020도5857입니다.
4. 실명 없는 피켓 시위는 왜 유죄였나
이름을 쓰지 않았어도 누구인지 알아볼 수 있었습니다
제1심이 인정한 시위 시간은 2018년 1월 31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2시까지였고, 장소는 병원 정문 앞이었습니다. 피켓에는 해당 병원 레지던트와 전 아내인 간호사의 불륜, 호텔 출입 등 구체적인 내용이 적혀 있었습니다.
당시 병원의 레지던트는 약 33명이었고 남자 레지던트의 수는 더 적었을 것으로 보였습니다. 실제로 의사의 주변 사람들은 피켓이 누구를 가리키는지 알아차렸습니다. 법원은 표현 내용과 주변 사정을 종합하면 의사를 특정할 수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실명을 쓰지 않았더라도 주변인이 의사를 알아볼 수 있다는 점에서 특정성이 인정되었습니다.
징계를 요청하려는 목적과 명예훼손의 고의는 구별됩니다
남편은 징계를 촉구하려고 시위했을 뿐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이 사건에 적용된 형법 제307조 제1항의 명예훼손죄는 별도의 비방 목적을 요구하는 범죄가 아닙니다. 공연히 타인의 사회적 평가를 떨어뜨릴 만한 구체적 사실을 적시한다는 인식이 있으면 고의가 인정될 수 있습니다. 징계 요청이라는 목적이 있다고 해서 공개 방식에 대한 고의가 없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부정행위가 사실이라는 점도 공개를 제한 없이 허용하는 근거는 아닙니다. 형법 제310조는 진실한 사실로서 오로지 공공의 이익에 관한 때 처벌하지 않는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진실성만이 아니라 공익성 등 해당 요건을 함께 따져야 합니다. 이 항소심에서 피켓 시위에 관하여 직접 검토한 위법성 조각 주장은 다음의 사회상규·정당행위였습니다.
공개 방식이 정당행위로 인정되는지도 따로 판단했습니다
남편은 형법 제20조에 따른 정당행위라고도 주장했습니다. 항소심은 대법원 2003. 9. 5. 선고 2003도2903 판결의 법리를 인용한 뒤, 피켓의 표현 방식과 징계 요청을 위한 다른 방법을 강구할 수 있었던 점 등을 고려했습니다. 이 사건의 공개 시위는 수단·방법의 상당성, 긴급성, 보충성 등을 인정하기 어려워 사회상규상 허용되는 행위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대법원 2023. 5. 18. 선고 2017도2760 판결은 정당행위의 목적·수단·법익균형·긴급성·보충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야 하며, 특히 긴급성과 보충성은 수단의 상당성을 판단하는 고려요소이지 그 이상 독립적인 요건으로 요구할 것은 아니라고 밝혔습니다. 다른 법적 절차가 존재한다는 이유만으로 언제나 정당행위가 배제되거나, 가능한 모든 구제절차를 먼저 거쳐야 한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따라서 이 사건의 결론은 공개 장소, 피켓 내용, 상대방의 특정 가능성, 징계 요청의 다른 방법 등 구체적인 사정에 따른 판단으로 이해해야 합니다. 후속 판결이 이 사건의 확정된 유죄판결을 파기하거나 결과를 변경한 것은 아닙니다.
5. 관련 민사소송에서는 공개 시위에 위자료 300만 원을 인정했습니다
서울동부지방법원 2020. 8. 18. 선고 2018가단107818 판결은 같은 분쟁에서 의사가 남편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사건입니다. 앞의 형사사건에 대한 상소심이 아니라 별도의 민사사건입니다. 의사는 5,000만 원을 청구했으나 법원은 피켓 시위에 대한 위자료 300만 원만 인정했습니다.
| 문제 된 행위 | 관련 민사판결의 판단 |
|---|---|
| 병원 총무부장에게 한 통화 | 결혼식 이후에도 부정행위가 있었다는 내용은 허위라고 볼 수 없었습니다. 형사 무죄가 확정된 경위와 통화 내용 등을 함께 보아, 명예훼손의 고의가 있었다거나 사회상규에 위배될 정도로 위법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
| 병원 앞 공개 피켓 시위 | 실명이 없어도 대상 의사를 알아볼 수 있었고, 동료 의료인 등 불특정 다수인이 볼 수 있도록 공개한 행위가 불법행위에 해당한다고 보아 위자료 300만 원을 인정했습니다. |
| 의사의 여자친구에게 보낸 “조심하세요”라는 메시지 | 그 메시지에는 의사에 대한 평가를 추단할 구체적인 사실관계의 적시가 없다는 이유로 해당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
| 인터넷 카페에 올라온 시위 사진과 불륜 관련 글 | 남편이 직접 게시하거나 다른 사람에게 게시하도록 시켰다는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해당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게시 내용 자체가 언제나 적법하다는 판단은 아닙니다. |
민사법원은 통화 경위와 발언 내용 등을 심리하여 통화에 대한 배상책임을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피켓 시위에는 국가에 납부할 벌금 80만 원과 별도로, 의사에게 지급할 위자료 300만 원을 인정했습니다.
민사판결 주문은 위자료 300만 원에 대하여 2018년 3월 21일부터 2020년 8월 18일까지 연 5%, 그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12%의 지연손해금을 명했습니다. 이는 명예훼손 불법행위에 대한 손해배상금의 이율이며, 재산분할금의 지연손해금과는 다른 문제입니다. 시위일은 1월 31일이지만, 법원은 원고가 구한 범위에 따라 그 이후인 3월 21일을 기산일로 삼았습니다. 이 민사판결의 후속 상소 결과와 확정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6. 수원지방법원 2019노6148 판결 원문
아래는 항소심 판결의 주문과 이유입니다. 원문에서 말하는 “피해자”는 명예훼손의 대상이 된 의사이며, 부정행위로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한 남편은 형사사건의 피고인입니다. 원문의 표현과 판단 순서를 그대로 보존했습니다.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한다.
피고인을 벌금 80만 원에 처한다.
피고인이 위 벌금을 납입하지 아니하는 경우 10만 원을 1일로 환산한 기간 피고인을 노역장에 유치한다.
위 벌금에 상당한 금액의 가납을 명한다.
이 사건 공소사실 중 2016. 12. 28.경 명예훼손의 점은 무죄.
이유
1. 항소이유의 요지
가. 2016. 12. 28. 경 명예훼손의 점에 관하여(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피고인은 피해자가 근무하는 병원의 징계를 담당하는 사람에게 피해자의 징계요청을 하였을 뿐이므로 명예훼손죄가 성립하지 않으며, 만약 명예훼손죄에 해당한다고 하더라도 사회상규에 반하지 않는 행위 또는 정당행위로서 위법성이 조각된다.
나. 2018. 1. 31. 경 명예훼손의 점에 관하여(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피고인은 피해자를 특정하지 않았고, 피해자에 대한 징계가 이루어지지 않아 이를 촉구하기 위한 1인 시위를 한 것일 뿐이므로 명예훼손죄가 성립하지 않으며, 만약 명예훼손죄에 해당한다고 하더라도 사회상규에 반하지 않는 행위 또는 정당행위로서 위법성이 조각된다.
2. 2016. 12. 28. 경 명예훼손의 점에 관한 판단
가. 이 부분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은 2016. 12. 28. 경 용인시 기흥구 B 건물 앞에서, C병원에 전화를 걸어 위 병원 총무부장 D에게 “나는 C병원에 근무하는 E 간호사의 남편인데, 그 쪽에서 근무하는 F이라는 의사가 내 아내 E 간호사와 바람이 났다. 결혼식을 올린 후에도 성관계를 하는 등 파렴치한 행위를 하였으니 인사조치 하라. “라고 말하였다. 이로써 공연히 사실을 적시하여 피해자 F의 명예를 훼손하였다.
나. 원심의 판단
원심은 위와 같은 사항에 관하여 총무부장에게 비밀유지의무가 있는 것이 아니고, 총무부장은 의사들을 포함한 병원직원들에 대한 징계절차에 있어서 절차적·실무적인 일을 담당하는 사람으로서 총무부장이 해당 사안을 병원장과 과장 등에게 보고하고 필요한 절차를 이행하는 과정에서 해당 사안이 병원 내에 알려질 수 있음은 누구나 예상할 수 있는 것이며, 피고인 또한 이러한 사정을 충분히 인식하고 그러한 결과를 감수하는 의사에서 위 행위를 하였다고 봄이 상당하므로, 피고인의 행위에 전파성 내지 공연성이 있고, 피고인에게 명예훼손의 객관적 구성요건요소에 대하여 적어도 미필적 고의가 있음을 인정할 수 있다는 이유로 이 부분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하였다.
다. 당심의 판단
1) 명예훼손죄의 구성요건인 공연성은 불특정 또는 다수인이 인식할 수 있는 상태를 말한다.
비록 개별적으로 한 사람에 대하여 사실을 유포하였다고 하더라도 그로부터 불특정 또는 다수인에게 전파될 가능성이 있다면 공연성의 요건을 충족하지만 이와 달리 전파될 가능성이 없다면 특정한 한 사람에 대한 사실의 유포는 공연성이 없다고 할 것이다. 한편 위와 같이 전파가능성을 이유로 명예훼손죄의 공연성을 인정하는 경우에는 적어도 범죄구성요건의 주관적 요소로서 미필적 고의가 필요하므로 전파가능성에 대한 인식이 있음은 물론 나아가 그 위험을 용인하는 내심의 의사가 있어야 한다.
그 행위자가 전파가능성을 용인하고 있었는지 여부는 외부에 나타난 행위의 형태와 상황 등 구체적인 사정을 기초로 일반인이라면 그 전파가능성을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를 고려하면서 행위자의 입장에서 그 심리상태를 추인하여야 할 것이다(대법원 2018. 6. 15. 선고 2018도4200 판결 등 참조).
2) 원심에서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을 종합하여 인정할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면,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인이 위와 같은 행위 당시 전파가능성에 대한 인식과 그 위험을 용인하는 내심의 의사가 있다고 보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따라서 피고인의 2016. 12. 28.경 명예훼손의 점에 관한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주장은 이유 있다.
① 피고인은 2016. 12. 28.경 C병원의 인사관리를 담당하는 총무부장에게 전화하여 C병원의 사내규정에 간호사와 의사간의 부적절한 관계가 있을 때 징계하는 내용이 있는지 문의하면서 명예훼손 문제가 있어 조심스럽고, 실명을 거론하기 어렵다는 취지로 이야기하였다. 이에 총무부장은 병원에 서류로 민원을 접수하면 사실관계를 조사하여 판단하겠다는 취지로 요청하였고, 피고인은 서류로 접수하기는 어렵다고 하면서 피해자의 실명을 이야기하였다. 총무부장은 당시 정확하지는 않으나 개인정보 보호법 때문에 사실관계가 모두 공개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취지로 피고인에게 이야기했다고 증언하였다.
② 피고인은 그 다음 날인 2016. 12. 29.경 총무부장과 다시 통화하였다. 총무부장은 피고인에게 내용증명 등의 서류로 병원에 정식으로 민원을 접수해 달라고 재차 요청하였으나, 피고인은 변호사와 상의를 한 결과 명예훼손문제가 있어 진행하지 않겠다고 말하였다. 총무부장은 통화내용만으로는 징계절차를 더 이상 진행하지 않을 것이고, 피고인의 말만 듣고는 사실관계가 확인되지 않았기 때문에 피해자가 판결 등을 받게 되면 다시 연락을 달라고 하였다.
③ 총무부장은 결재선에 따라 사무국장, 병원장에게 위와 같은 내용을 이야기하였고, 간호부장을 통하여 E 간호사를 만났다. 총무부장은 그 외의 사람에게는 위 내용을 이야기한 사실이 없다고 증언하였다. 위와 같이 총무부장이 사무국장, 병원장이나 간호부장에게 피고인과 통화한 내용을 이야기한 것은 정당한 업무로서의 절차에 불과한 것으로 보이고, 직원들의 인사나 관리를 담당하고 있는 위와 같은 사람들이 다른 부서나 직원들에게 확실치도 않은 민감한 사생활을 쉽사리 발설한다는 것은 건전한 일반인의 상식으로서는 예측하기 어렵다.
④ C병원에서는 관련자들에게 개인정보서약서를 작성하게하고 징계위원회는 비공개로 진행되는 등 징계절차로 인한 내용이 외부로 유출되는 것을 방지하는 장치가 마련되어 있고, 일정한 규모 이상의 조직에서 이러한 절차가 마련되어 있는 것은 일반적이다.
⑤ 통화 당시 피고인의 언동, 피고인이 피해자에 대한 손해배상청구를 하여 그 판결을 받기까지 총무부장에게 위와 같은 연락을 하지 않다가 판결을 받은 후 다시 총무부장에게 전화하여 징계가 가능한지 여부에 대하여 문의한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피고인은 당시 자신의 행위가 명예훼손죄에 해당하지 않도록 조심하였던 것으로 보이고 통화 당시 총무부장의 언동이나 태도로 보아도 피고인으로서는 위 통화내용이 전파될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하기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
3. 2018. 1. 31.경 명예훼손의 점에 관한 판단
명예훼손죄는 피해자를 명시하지 않더라도 그 표현의 내용을 주위 사정과 종합하여 볼 때 표시가 누구를 지목하는가를 알아차릴 수 있을 정도이면 성립하는데, 피고인이 C병원 앞에서 C병원 레지던트가 자신의 전 아내인 간호사와 불륜관계라는 내용의 피켓을 들고 1인 시위를 하였고, 당시 C병원의 레지던트는 약 33명에 불과하였으며 남자의 수는 더 적었을 것인 점, 실제로 피해자 주변 사람들이 피켓에 지목된 사람이 피해자임을 알아차렸던 점 등에 비추어 보면 피해자를 아는 사람이나 주변 사람들은 그 표현내용과 주위 사정을 종합하여 조금만 알아보면 피켓의 내용이 피해자를 지목하는 것을 알아차릴 수 있을 정도였다고 봄이 타당하다. 또한 명예훼손죄의 고의는 공연히 사람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키는데 충분한 구체적 사실을 적시하는 행위를 한다는 사실을 인식하는 것으로 족하므로, 피고인에게 명예훼손죄의 고의도 인정된다 할 것이다.
나아가 피고인의 행위가 사회상규에 반하지 않는 행위 또는 정당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관하여 본다.
형법 제20조의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아니하는 행위’란 법질서 전체의 정신이나 그 배후에 놓여 있는 사회윤리 내지 사회통념에 비추어 용인될 수 있는 행위를 말한다.
어떠한 행위가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아니하는 정당한 행위로서 위법성이 조각되는 것인지는 구체적인 사정 아래서 합목적적, 합리적으로 고찰하여 개별적으로 판단하여야 하고, 이와 같은 정당행위를 인정하려면 첫째 그 행위의 동기나 목적의 정당성, 둘째 행위의 수단이나 방법의 상당성, 셋째 보호이익과 침해이익과의 법익균형성, 넷째 긴급성, 다섯째 그 행위 외에 다른 수단이나 방법이 없다는 보충성 등의 요건을 갖추어야 한다(대법원 2003. 9. 5. 선고 2003도2903 판결 등 참조). 위 법리에 비추어 보건대, 피고인의 표현 방식, 징계요청을 위한 다른 방법을 강구할 수 있었던 점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의 행위가 행위의 수단이나 방법의 상당성, 긴급성, 보충성 등을 인정하기 어려워, 법질서 전체의 정신이나 사회통념에 비추어 용인될 수 있는 행위로서 정당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
따라서 피고인의 이 부분 범죄사실에 대한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주장은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4. 결론
그렇다면 원심판결 중 2016. 12. 28. 명예훼손의 점에는 위와 같은 직권파기사유가 있다 할 것인데, 원심판결은 당심이 무죄로 판단한 위 부분과 나머지 범죄사실이 형법 제37조 전단의 경합범 관계에 있다는 이유로 하나의 형을 선고하였으므로 그 전부가 더 이상 유지될 수 없게 되었다. 따라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2항에 따라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변론을 거쳐 다시 다음과 같이 판결한다.
[다시 쓰는 판결]
범죄사실
이 법원이 인정하는 범죄사실 및 증거의 요지는 원심판결 범죄사실란 중 1. 2016. 12. 28. 경의 명예훼손 부분을 삭제하는 것 외에는 원심판결의 해당란 기재와 같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9조에 따라 이를 그대로 인용한다.
법령의 적용
1. 범죄사실에 대한 해당법조 및 형의 선택
형법 제307조 제1항, 벌금형 선택
1. 노역장유치
형법 제70조 제1항, 제69조 제2항
1. 가납명령
형사소송법 제334조 제1항
양형의 이유
이 사건 범행의 동기, 경위, 수단과 결과, 피고인의 연령, 성행, 환경 등 변론에 나타난 여러 사정을 종합하여 주문과 같이 형을 정한다.
무죄부분
이 부분 공소사실의 요지는 위 2. 의 가. 항 기재와 같은데, 이는 앞서 본바와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따라 무죄를 선고하고, 형법 제58조 제2항 단서에 따라 무죄판결의 요지를 공시하지 아니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재판장
판사
김은성판사
이경선판사
김재학
항소심이 인용한 제1심의 피켓 시위 범죄사실과 증거
항소심은 통화 부분을 삭제하고 나머지 범죄사실과 증거를 제1심에서 인용했습니다. 그에 해당하는 제1심 원문은 다음과 같습니다.
2. 2018. 1. 31.경의 명예훼손
피고인은 2018. 1. 31. 10:00경부터 14:00경까지 서울 중구 G에 있는 C병원 정문 앞에서, 많은 행인들이 보고 있는 가운데 “불륜으로 한 가정을 파탄낸 의사, 의사 자격이 있는가? 저의 전 아내는 C병원 간호사였습니다. 상간남 역시 C병원 레지던트입니다. 그들의 불륜으로 인해 한 가정이 파탄 났습니다. 결혼식 전날까지도 호텔에 가는 등 그들은 결혼 전부터 후까지 여러 호텔을 다니며 불륜을 저질렀습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단 한 번의 사과 없이 뻔뻔하게 의료행위를 하고 있습니다. 비윤리적인 이 의사에게 강력한 징계를 C병원 측에 간곡히 부탁드립니다.”라는 피켓을 들고 1인 시위를 하였다. 이로써 공연히 사실을 적시하여 피해자 F의 명예를 훼손하였다.
증거의 요지
1. 피고인의 일부 법정진술
1. 증인 F, 증인 H, 증인 I, 증인 D의 각 법정진술
1. 피의자의 1인 시위 사진 및 게시글
7. 대법원 2020도5857 판결 원문
주 문
상고를 모두 기각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검사의 상고이유에 대하여
원심은 판시와 같은 이유로 이 사건 공소사실 중 2016. 12. 28.경 명예훼손 부분에 대하여 범죄의 증명이 없다고 보아, 이를 무죄로 판단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관련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판단에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명예훼손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2. 피고인의 상고이유에 대하여
원심은 판시와 같은 이유로 이 사건 공소사실 중 2018. 1. 31.경 명예훼손 부분을 유죄로 판단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관련 법리와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판단에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명예훼손죄의 성립, 위법성조각사유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3. 결론
그러므로 상고를 모두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재판장
대법관
박상옥대법관
안철상
주심
대법관
노정희대법관
김상환
윤혜영 변호사의 실무 인사이트
부정행위 손해배상 판결을 받았더라도 그 내용을 직장이나 일반인에게 공개할 때에는 전달 대상과 방법을 따로 검토해야 합니다.
직장에 문제를 제기할 필요가 있다면 먼저 담당 부서와 업무상 권한, 내부 처리 절차, 공개되는 범위를 확인해야 합니다. 담당자에게 필요한 내용을 제한적으로 전달하는 경우와 동료들에게 널리 알리거나 공개 장소에 게시하는 경우는 다릅니다. 비밀로 해 달라고 말하거나 징계 요청이라는 제목을 붙였다는 사정만으로 책임이 배제되는 것은 아닙니다. 실제 대화 내용과 전달 경위를 남겨두는 것도 중요합니다.
또한 법원이 적법한 절차에 따라 직장으로 소장 등을 송달하는 것과, 당사자가 스스로 판결문이나 불륜 내용을 직장에 발송·공개하는 것은 다른 행위입니다. 내용증명을 사용한다고 사적인 공개가 법원의 송달과 같은 성격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내용증명과 직장에 대한 사적 공개를 구별하는 대응 방법에서 관련 절차와 실익을 함께 확인할 수 있습니다. (상간소송 소장을 직장으로 송달하는 것은 괜찮나요?)
상대방에게 책임을 묻기 위한 준비는 부정행위에 대한 법원의 판단 기준과 증거 수집 전략을 기준으로 정리하는 것이 좋습니다. 확보한 증거를 누구에게 어떤 목적으로 제출할 것인지까지 함께 검토하면, 본래의 손해배상 청구와 별개인 분쟁이 생길 위험을 줄일 수 있습니다.
부정행위 위자료 청구의 요건과 절차 전반은 상간소송 총정리에서 이어서 살펴볼 수 있습니다.
사건을 상담하기 전 준비할 자료와 소송 수행 방식을 확인하려면 이혼전문변호사 선택 기준과 상담 요령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자료 출처
대상 및 심급별 판결: 수원지방법원 2019. 10. 18. 선고 2019고정229, 수원지방법원 2020. 4. 29. 선고 2019노6148, 대법원 2020. 7. 23. 선고 2020도5857. 관련 민사판결: 서울동부지방법원 2020. 8. 18. 선고 2018가단107818. 사실혼 손해배상 사건인 서울가정법원 2017. 12. 8. 선고 2017드단300520의 경과는 위 관련 민사판결에 기재된 사실인정에 따랐습니다.
대상판결의 인용 법리: 대법원 2018. 6. 15. 선고 2018도4200 판결 · 대법원 2003. 9. 5. 선고 2003도2903 판결. 이후 법리 확인: 대법원 2020. 11. 19. 선고 2020도5813 전원합의체 판결 · 대법원 2023. 5. 18. 선고 2017도2760 판결.
관련 법령: 형법 제307조 제1항 · 형법 제20조 · 형법 제310조. 공공 판례 검색: 국가법령정보센터 판례 검색.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