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의이혼을 전제로 돈을 받고 위자료·재산분할을 포기하는 서약서에 지장을 찍었더라도, 협의이혼이 성립하지 않고 재판상 이혼에 이르렀다면 다시 청구할 여지가 있습니다.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협의이혼의 성립을 조건으로 한 합의는 그 조건이 이루어져야 효력이 발생하기 때문입니다.
서울가정법원 1997. 4. 3. 선고 96드27609 판결은 포기 약정의 효력을 부정하면서, 이미 받은 돈은 위자료 산정에 참작했습니다. 약정의 효력이 발생하지 않았더라도 기지급금은 별도로 살핀 사례입니다.
1. 2,000만 원을 받고 이의를 제기하지 않기로 한 사건
이 사건 부부는 1963년 혼인신고를 하고 네 자녀를 두었습니다. 아내는 남편의 폭언·폭행과 외도, 생활비 미지급 속에서 생선 장사를 하며 가계를 꾸려 왔습니다. 혼인관계가 악화된 뒤에는 같은 집에서도 각방을 사용했습니다.
1996년 아내는 집을 나가 별도로 살기 위해 돈을 요구했고, 남편에게서 두 차례에 걸쳐 합계 2,000만 원을 받았습니다. 아내는 협의이혼을 하고 이 돈 외에는 더 이상 이의를 제기하지 않으며, 협의이혼 절차에도 협조한다는 내용의 서약서에 무인했습니다. 무인은 도장 대신 손가락 지문을 찍는 것을 말합니다.
그러나 부부는 그 합의에 따른 협의이혼을 마치지 않았습니다. 아내가 이혼소송을 제기하면서 위자료와 재산분할을 함께 청구하자, 남편은 이미 돈을 받고 더 이상 이의를 제기하지 않기로 했으므로 추가 청구는 허용될 수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2. 서약서에 찍힌 지장보다 합의의 전제가 중요했습니다
서울가정법원 1997. 4. 3. 선고 96드27609 판결은 남편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법원은 이 약정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협의이혼의 성립을 전제로 한 조건부 의사표시라고 보았습니다.
쉽게 말하면, 부부가 정한 내용은 “어떤 방식으로든 이혼하면 2,000만 원으로 모든 문제를 끝낸다”는 합의로 인정된 것이 아니었습니다. 협의이혼이라는 전제가 있었는데 그 절차로 이혼하지 않고 재판상 이혼에 이르게 되었으므로, 조건이 성취되지 않아 합의의 효력이 발생하지 않았다는 판단입니다.
이 사건에서 특히 주목할 점은 아내가 속아서 지장을 찍었다는 주장이 받아들여진 것은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법원은 기망에 관한 증거가 부족하다고 보면서도, 별도로 합의의 조건과 효력을 검토했습니다.
판결이 참조한 대법원 1995. 10. 12. 선고 95다23156 판결은 협의이혼을 전제로 한 재산분할 협의의 조건부 성격을 설명합니다. 합의의 조건은 서명·날인의 유무뿐 아니라 문서 전체와 작성 경위를 통해 확인해야 합니다. (비교 사례: 협의이혼 조건과 사전포기를 구별한 재산분할 각서 판결)
3. 이미 받은 2,000만 원은 위자료 산정에서 고려됐습니다
서울가정법원은 포기 약정의 효력을 부정한 뒤, 이미 받은 2,000만 원을 혼인기간·파탄 경위·당사자의 나이와 재산 상태 등과 함께 참작했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남편에게 위자료 3,000만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습니다.
3,000만 원은 주문에서 추가 지급을 명한 금액입니다. 이미 받은 2,000만 원을 다시 빼서 1,000만 원만 지급하라는 뜻이 아닙니다.
협의이혼이 무산된 뒤 먼저 받은 돈을 반환하거나 정산할지는 지급 명목과 합의 내용에 따라 따로 판단해야 합니다.
4. 재산분할 포기도 인정되지 않아 1억 5,000만 원 지급이 선고됐습니다
재산분할에 대해서도 법원은 협의이혼을 조건으로 한 포기 합의의 효력이 발생하지 않았다고 보았습니다. 그에 따라 실제 분할대상 재산과 아내의 기여를 심리했습니다.
남편 명의의 토지·건물, 예금, 승용차를 합한 적극재산은 6억 505만 4,000원이었습니다. 여기에서 임대차보증금 반환채무 1억 8,800만 원을 공제한 순재산은 4억 1,705만 4,000원이었습니다. 남편이 별도로 주장한 1억 5,000만 원의 채무는 증거가 없어 인정되지 않았습니다.
법원은 아내의 재산 형성·유지 기여를 “약 35%를 상회하는 정도”로 평가하고, 남편에게 재산분할금 1억 5,000만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습니다. 분할금은 순재산에 정확히 35%를 곱한 금액과 다릅니다.
정리하면 이 1심 판결은 이혼과 함께 위자료 3,000만 원, 재산분할금 1억 5,000만 원의 지급을 명했습니다. 공식 판례 자료의 이후 경과는 ‘항소화해’로 표시되어 있어 최종 정산·지급 결과와 구별해야 합니다. 1997년 사건의 금액과 비율을 현재 사건의 예상 결과로 그대로 적용할 수는 없습니다.
5. 합의서 전체와 돈을 지급한 경위를 함께 확인해야 합니다
합의의 효력을 판단하려면 협의이혼만을 전제로 했는지, 이혼 방식과 관계없이 효력을 유지하기로 했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협의이혼이 이미 성립했거나 이후 조정조서로 새롭게 정리했다면 그 진행 경과와 새 합의 내용을 함께 살펴야 합니다.
자료를 검토할 때에는 다음 사항을 함께 정리하는 것이 좋습니다.
- 합의서 원본 전체와 작성 전후에 주고받은 메시지
- 협의이혼 절차의 진행 경과와 이혼신고 여부
- 지급한 돈의 액수·날짜·명목을 확인할 이체 내역이나 영수증
- 협의이혼이 성립하지 않을 때의 처리에 관한 약정 유무
- 합의 이후 추가로 작성한 문서나 조정조서의 유무
돈을 받거나 지급한 양쪽 모두 문서에서 예정한 이혼 절차와 실제 진행된 절차가 일치하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더 이상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는 문구는 그 합의의 전제와 함께 읽어야 합니다.
윤혜영 변호사의 실무 인사이트
문서 작성과 금전 수령을 인정하면서 합의 조건의 불성취를 주장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서약서 자체를 부인할 증거가 부족한 사건이라면 합의의 전제와 실제 이혼 경과를 먼저 대조할 필요가 있습니다.
합의서의 포기 문구가 협의이혼에만 적용되는지, 재판상 이혼까지 포함하는지와 지급금의 명목을 확인하세요.
합의서를 새로 작성한다면 지급액·지급일과 함께, 예정한 이혼 절차가 성립하지 않을 때 합의와 기지급금을 어떻게 처리할지 적어 두세요.
합의금에 위자료와 재산분할금이 함께 포함되어 있다면, 각각 무엇을 정산하는지 구분해 두세요. 재산분할의 보상적 요소와 위자료에서 두 청구의 관계와 합의에 남길 내용을 살펴볼 수 있습니다.
재산분할의 대상과 기여도, 정산 방법의 전체 흐름은 이혼 재산분할 총정리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합의서와 관련 자료를 준비해 상담할 때 확인할 사항은 이혼전문변호사 선택과 상담 준비 안내에서 설명합니다.
자료 출처
- 서울가정법원 1997. 4. 3. 선고 96드27609 판결 — 협의이혼을 전제로 한 포기 약정의 효력과 기지급금의 위자료 산정 참작. 공식 판례 자료의 이후 경과는 항소화해로 표시. 국가법령정보센터.
- 대법원 1995. 10. 12. 선고 95다23156 판결 — 협의이혼을 전제로 한 재산분할 협의의 조건부 성격. 국가법령정보센터. (국가법령정보센터 판례 검색)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