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가 함께 형성한 돈을 거액으로 인출한 뒤 사용처를 제대로 설명하지 못한다면, 법원이 그 돈을 여전히 보유하는 것으로 보아 재산분할 대상에 포함할 수 있습니다. “생활비로 다 썼다”는 말만으로 계산에서 제외되는 것은 아닙니다. 실제 공동생활비나 공동채무 상환에 사용한 부분은 구분해야 합니다.
통장에서 현금을 찾으면 예금 잔액은 줄어듭니다. 그러나 그 사실만으로 재산까지 없어졌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현금으로 갖고 있는지, 다른 계좌로 옮겼는지, 실제로 소비했는지를 살펴야 합니다.
어떤 재산을 어느 시점을 기준으로 나누는지에 관한 전체 설명은 이혼 재산분할의 대상과 판단 기준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1. 사용처가 설명되지 않은 9,500만 원을 재산에 포함한 사례
대구지방법원 2008. 9. 29.자 2007브44 결정에서는 여러 계좌에서 인출한 돈 중 9,500만 원을 재산분할 대상에 포함했습니다. 돈을 인출한 당사자는 이를 보유하고 있지 않다고 다투었지만, 법원은 다음 사정을 함께 살폈습니다. (원문·후속심 평석)
- 인출한 금액이 컸다는 점
- 인출이 2003년 5월 28일부터 8월 7일까지 짧은 기간에 이루어졌다는 점
- 그 돈을 어디에 소비했는지 명확히 설명하지 못했다는 점
법원은 이러한 사정으로 인출금을 보유하는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대법원 2009. 6. 9.자 2008스111 결정도 예금인출액을 보유재산에 포함한 원심의 판단이 정당하다고 보았습니다.
반면 같은 사건에서 대출금 변제에 사용한 사실이 확인된 3,000만 원은 인출액에서 제외했습니다.
이처럼 여러 사정으로 돈이 남아 있다고 판단하는 것을 현존 추정 또는 보유 추정이라고 설명합니다. 모든 인출금에 자동으로 적용되는 법률상 추정은 아니지만, 거액의 사용처가 설명되지 않는 상황에서 재산분할 주장을 뒷받침하는 중요한 판단 방식입니다.
2. 생활비라는 설명은 금액과 기간, 실제 지출이 맞아야 합니다
생활비라는 말에는 식비부터 자녀 교육비, 주거비, 병원비까지 여러 지출이 들어갈 수 있습니다. 따라서 “생활비로 썼다”는 설명을 받았다면, 언제부터 언제까지 누구를 위해 어떤 비용을 지출했다는 것인지 구체적으로 나누어 볼 필요가 있습니다.
- 소비했다는 기간과 평소 지출 규모: 수년간 사용했다는 돈인지 몇 달 사이에 썼다는 돈인지 구분하고, 해당 가정의 기존 생활비와 비교합니다.
- 생활비를 충당한 다른 돈: 같은 기간 급여나 별도의 생활비 송금이 있었는지, 카드대금과 공과금이 어느 계좌에서 결제되었는지 확인합니다.
- 평소와 다른 목돈 지출: 병원비, 등록금, 이사비 등 특별한 지출이 있었다면 납부내역이나 계약서 등으로 금액과 시점을 대조합니다.
설명을 위한 가상의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평소 월 300만 원 안팎을 생활비로 쓰던 가정에서, 두 달 동안 인출한 5,000만 원을 모두 생활비로 썼다고 주장하는 경우입니다. 그동안 급여로 카드대금과 공과금까지 따로 납부했다면, 그렇게 큰 현금 지출이 추가로 필요했던 이유가 무엇인지 확인해야 합니다.
반대로 가족의 수술비처럼 큰 지출이 실제로 발생했고, 인출 시기와 지급 자료가 맞는다면 그 부분은 따로 판단해야 합니다. 현금으로 생활한 기간이 길고 별다른 소득이 없었던 경우도 짧은 기간에 목돈을 인출한 경우와 같게 볼 수는 없습니다.
소액 지출의 영수증을 모두 보관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돈이 전부 남았다고 단정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습니다. 인출액과 실제 지출을 대조하여 설명되지 않는 잔액을 특정해야 합니다.
3. 실제로 썼더라도 재산분할 계산에 포함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사용처가 확인되었다고 해서 언제나 분할대상에서 빠지는 것은 아닙니다. 혼인관계가 파탄된 뒤 공동생활과 무관하게 재산을 처분한 경우에는 별도의 판단이 필요합니다.
대법원 2025. 10. 16. 선고 2024므13669, 13676 판결은 혼인파탄 후 부부공동생활이나 공동재산의 형성·유지와 관계없이 처분한 재산을 그대로 보유한 것으로 보아 분할대상에 포함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반면 공동생활이나 공동재산을 위해 사용하여 남아 있지 않은 재산은 같은 방식으로 포함할 수 없다고 구분했습니다.
이 판결은 증여 등으로 처분한 재산을 다룬 사건입니다. 대법원은 원심이 인정한 혼인파탄일 이전의 처분이라는 점과 공동재산 유지와의 관련성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판단을 바로잡았습니다. 따라서 별거 후 돈을 썼다거나 배우자의 동의를 받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 결론을 낼 수는 없습니다.
사용처가 불분명한 돈은 인출 규모·기간 등으로 현존을 추정하고, 실제로 처분한 돈은 혼인파탄 이후 공동생활이나 공동재산의 형성·유지와 무관하게 사용했는지를 따져 계산에 반영합니다. 어느 근거를 주장할지는 확인된 사용처에 따라 달라집니다.
4. 인출내역과 생활비 주장을 거래별로 맞추어 정리합니다
우선 문제 삼을 거래마다 인출일, 계좌, 금액을 적고, 그 옆에 상대방이 설명한 사용처와 이를 확인하거나 반박할 자료를 붙이는 것이 좋습니다. 인출금의 출처도 함께 정리해야 해당 돈이 부부의 분할대상 재산에서 나온 것임을 설명할 수 있습니다.
거래내역이 부족하다면 소송 중 법원에 금융거래정보 제출명령을 신청하는 방법을 검토할 수 있습니다. 금융실명거래 및 비밀보장에 관한 법률 제4조 제1항 제1호는 법원의 제출명령에 따른 거래정보 제공을 허용합니다.
신청할 때는 대상 금융기관과 명의인, 필요한 거래기간과 자료, 확인하려는 사실을 구체적으로 밝혀야 합니다. 법원이 필요성을 인정해 제출을 명하면 금융기관이 자료를 회신하고, 그 내역을 토대로 인출 전후의 흐름과 상대방의 설명을 대조하게 됩니다.
다만 거래내역에 현금 인출만 표시된다면 이후 사용처까지 바로 밝혀지는 것은 아닙니다. 이때 생활비를 별도로 지급한 내역, 카드 결제내역, 큰 지출이 있었다는 설명과 맞지 않는 자료 등을 함께 제시하는 것입니다.
앞서 본 대구지방법원 결정은 보험 해약환급금이 이미 분할대상으로 잡힌 인출액에 포함되어 있다면 환급금을 다시 더할 수 없다고 보았습니다. 다른 계좌로 옮긴 돈을 예금과 인출금으로 각각 계산하는 일도 피해야 합니다.
윤혜영 변호사의 실무 인사이트
현금의 현재 보관 장소까지 찾아야만 재산분할을 요구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거액의 인출이 확인되고, 그 규모와 기간에 맞는 지출 설명이 없다면 현존재산에 포함해야 한다는 주장을 구체적으로 제시할 사안입니다.
생활비로 썼다는 설명과 실제 자료의 불일치를 표시하도록 권합니다. 별도로 지급한 생활비가 얼마였는지, 이미 결제된 비용을 현금 지출로 다시 설명하고 있는지, 목돈이 필요했다는 시기와 인출일이 맞는지를 짚는 방식입니다.
사용이 확인된 부분은 구분하고, 끝내 설명되지 않는 금액을 분명히 해야 합니다.
확보한 거래자료를 어떤 순서로 설명할지, 자료가 부족한 상태에서도 상담을 시작할 수 있는지는 이혼전문변호사 선택과 상담 준비 안내에서 함께 확인할 수 있습니다.
자료 출처
- 대구지방법원 2008. 9. 29.자 2007브44 결정 — 다액·단기간 인출과 소비처 소명 부족에 따른 보유 추정, 대출금 변제액 제외 및 중복 계산 방지. 국가법령정보센터 원문.
- 대법원 2009. 6. 9.자 2008스111 결정 — 위 사건 예금인출액의 보유 및 분할대상 포함 판단을 수긍한 부분. 국가법령정보센터 원문.
- 대법원 2025. 10. 16. 선고 2024므13669, 13676 판결 — 혼인파탄 후 처분재산의 분할대상 포함 여부와 공동생활·공동재산 관련성. 국가법령정보센터 원문.
- 금융실명거래 및 비밀보장에 관한 법률 제4조 — 법원의 제출명령에 따른 금융거래정보 제공. 국가법령정보센터 현행 조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