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동안 별거했더라도 배우자가 이혼을 거부하면 협의이혼은 어렵지만, 재판상 이혼을 청구할 수는 있습니다. 다만 별거 기간만으로 이혼이 인정되는 것은 아닙니다. 부부공동생활이 회복하기 어려울 정도로 파탄되었는지, 그 파탄에 주된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 상대방이 어떤 이유로 혼인을 유지하려는지를 함께 살펴야 합니다.
먼저 현재 상황이 재판상 이혼 사유에 해당하는지 확인하고, 자신에게 주된 책임이 있다면 이혼청구를 허용할 예외적인 사정까지 검토해야 합니다.
1. 장기 별거 이혼, 몇 년이 지나면 배우자의 동의 없이 가능한가요?
법에는 ‘몇 년 이상 별거하면 이혼할 수 있다’는 기간 기준이 없습니다. 그 기간 부부가 실제로 어떤 관계를 유지했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민법 제840조 제6호는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가 있을 때 재판상 이혼을 청구할 수 있도록 정합니다. 장기 별거가 문제라면 별거 전후의 갈등, 연락과 왕래, 경제적 협력, 관계 회복 가능성을 통해 혼인 파탄을 설명하게 됩니다. 근무지나 자녀 교육 때문에 떨어져 살면서 공동생활을 유지한 경우와, 갈등 끝에 연락과 부부로서의 교류가 끊긴 경우는 다릅니다.
같은 조 제5호의 ‘3년 이상 생사불명’도 별거 3년을 뜻하지 않습니다. 배우자가 어디서 생활하는지 알고 있거나 연락할 수 있는 상황이라면, 별거 기간만으로 이 조항을 적용할 수는 없습니다.
2. 먼저 집을 나온 사람이 유책배우자가 되나요?
누가 먼저 집을 나왔는지만으로 혼인 파탄의 주된 책임을 정하지는 않습니다. 집을 나오기 전 어떤 일이 있었고, 왜 따로 살게 되었으며, 별거 이후 각자가 어떻게 행동했는지를 연결해서 보아야 합니다. 일부 잘못이 있더라도 혼인 파탄의 주된 책임자인지는 별도로 판단합니다.
대법원 2015. 9. 15. 선고 2013므568 전원합의체 판결은 혼인 파탄에 주된 책임이 있는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를 원칙적으로 허용하지 않으면서, 다음과 같은 예외를 제시했습니다.
- 상대방도 실제로 혼인을 계속할 의사가 없어, 일방의 의사로 상대방을 혼인관계에서 밀어내는 결과가 생길 우려가 없는 경우
- 상대방과 자녀에 대한 보호와 배려가 이혼을 청구하는 사람의 유책성을 상쇄할 정도로 이루어진 경우
- 세월의 경과로 유책성과 상대방의 정신적 고통이 약화되어, 책임의 경중을 엄밀하게 따지는 것이 더 이상 무의미해진 경우
이는 별거 기간이 늘어나면 과거의 잘못이 자동으로 사라진다는 뜻이 아닙니다. 책임의 정도, 별거 후의 생활, 배우자와 자녀의 보호 필요성 등을 함께 확인해야 합니다. 각 예외를 판단하는 사정과 이혼청구에 대응하는 방법은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 원칙과 예외에서 더 살펴볼 수 있습니다. (15년 별거 후 이혼청구를 예외적으로 허용한 사례)
외도·유기·부당한 대우 등 별거의 원인이 어떤 이혼 사유에 해당하는지는 이혼사유 총정리: 민법 제840조와 필요한 증거에서 함께 확인할 수 있습니다.
3. 배우자가 “이혼하지 않겠다”고 말하면 혼인 유지 의사가 인정되나요?
이혼을 거부한다는 말만으로 판단하지는 않습니다. 실제로 관계를 회복하려고 대화했는지, 갈등을 줄이기 위한 조치를 취했는지, 소송 밖에서도 같은 태도를 보였는지 등을 살펴야 합니다. (장기간 별거에도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가 기각된 사례)
대법원 2022. 6. 16. 선고 2021므14258 판결은 법정에서 밝힌 의사뿐 아니라, 혼인생활 전체와 소송 중 언행·관계 회복 노력을 통해 혼인 유지 의사를 객관적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이혼 뒤 생계나 미성년 자녀의 생활을 걱정해 거부한다면, 혼인 유지 의사가 없다고 섣불리 단정해서는 안 됩니다. 배우자 지위에 따른 연금·보험 혜택 등 실제 생활 여건도 확인해야 합니다.
상담에 참석하지 못한 이유와 금전을 요구한 내용도 살펴야 합니다. 안전 문제로 공동상담이 어려웠거나 이혼 후 생계를 위해 구체적인 정산을 요구한 것인지에 따라 의미가 달라집니다. 상대방의 실제 혼인 유지 의사를 설명하려면 그 전후의 대화와 생활 여건까지 함께 제시해야 합니다.
4. 13년 이상 별거한 사건에서 대법원은 무엇을 확인했나요?
대법원 2022. 7. 28. 선고 2021므11112 판결에서는 약 24년의 혼인 기간 중 13년 이상 별거한 부부가 문제 되었습니다. 남편은 일방적으로 집을 나간 뒤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았지만, 가족이 거주하는 아파트의 대출원리금과 세금은 부담했습니다. 부부는 모두 초등학교 교사였고, 자녀 둘은 성인이었습니다.
대법원은 가출과 양육비 미지급만 볼 것이 아니라, 긴 별거 동안 쌍방이 관계 회복을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지도 살펴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 아내가 법정에서는 이혼을 거부하면서도 소송 밖에서는 금전 요구가 충족되면 이혼에 응할 뜻을 밝힌 점, 구체적인 관계 회복 노력이나 계획이 확인되지 않은 점, 직업·재산과 자녀들의 상황도 고려했습니다.
이에 대법원은 이혼청구를 기각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다시 심리하도록 사건을 돌려보냈습니다. 이 판결 자체로 이혼이 확정된 것은 아니며, ‘13년 별거하면 이혼된다’는 기준을 정한 것도 아닙니다.
반대로 앞서 본 2013므568 전원합의체 사건에서는 남편이 다른 여성과 동거하며 장기간 별거했어도 이혼청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아내는 혼자 자녀들을 양육했고, 건강과 경제적 여건이 좋지 않은 상태에서 혼인 유지 의사를 보였습니다.
5. 장기 별거와 혼인 파탄을 입증하려면 어떤 자료가 필요한가요?
별거 전후의 경위를 다음 항목에 따라 날짜순으로 정리합니다.
- 별거의 원인: 별거 직전의 갈등을 보여주는 메시지, 당시 도움을 요청한 기록, 관련 합의서나 신고·진료 자료 등입니다. 왜 집을 나오거나 상대방과 떨어져 살게 되었는지 설명하는 데 사용합니다.
- 실제 별거 기간과 생활: 주민등록 주소 변동, 임대차계약서, 이사·주거비 지출 내역 등을 준비합니다. 주소 기록과 실제 거주가 다르면 그 차이도 설명해야 합니다.
- 관계 회복 시도와 반응: 재결합이나 상담을 논의한 대화, 제안한 내용과 상대방의 답변, 합의가 이루어졌다가 중단된 경위 등입니다. 연락이 있었다면 자녀나 돈 문제에 관한 연락인지, 부부관계 회복에 관한 연락인지도 구별합니다.
- 배우자와 자녀의 생활보장: 생활비·양육비 지급, 주거 제공, 주택 대출 부담, 자녀와의 교류 내역 등을 정리합니다. 이혼 이후의 주거와 양육을 어떻게 마련할 것인지도 구체적으로 설명합니다.
메시지는 앞뒤 맥락과 날짜가 보이도록 보존하고, 거래 내역에는 지급 목적을 표시하면 판단에 도움이 됩니다. 상대방이 자신에게 유리하게 설명할 만한 자료도 함께 검토해야 합니다. 불리한 사정이 빠진 설명으로는 별거의 전체 경위를 설득하기 어렵습니다.
6. 이혼을 거부하는 배우자를 상대로 조정과 소송은 어떻게 진행하나요?
협의가 되지 않으면 관할 가정법원에 이혼조정을 신청하거나 이혼소장을 제출하는 방법을 검토합니다. 상대방의 동의나 서명을 받아야만 소송을 시작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가사소송법 제50조에 따라 재판상 이혼은 원칙적으로 먼저 조정을 거칩니다. 조정신청 없이 소장을 제출한 경우에도 법원은 원칙적으로 조정에 회부하며, 조정이 성립될 수 없다고 인정되는 경우 등에는 예외가 있습니다.
조정에서는 이혼 여부뿐 아니라 재산분할, 위자료, 미성년 자녀의 양육 등을 함께 논의할 수 있습니다. 조정에서 합의되지 않아 판결이 필요한 경우에는 소송절차에서 이혼 사유와 증거를 심리합니다. 상대방이 계속 반대하더라도 법원이 이혼 사유를 인정하면 이혼 판결을 할 수 있지만, 반대한다는 사실 자체가 상대방의 잘못이나 이혼 사유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이혼을 인용한 판결이 확정되면 상대방의 추가 동의 없이 혼인관계가 해소됩니다. 가족관계등록부를 정리하기 위한 이혼신고는 별도로 해야 하며, 판결 확정일부터 1개월 이내에 판결등본과 확정증명서 등 필요한 서류를 갖추어 신고합니다.
7. 예전에 이혼소송이 기각됐어도 다시 청구할 수 있나요?
과거에 이혼청구가 기각되어도 이후의 사정에 따라 재청구를 검토할 수 있습니다. 다만 종전 소송의 사실심 변론종결, 즉 사실관계를 심리하는 재판에서 주장과 증거의 심리가 끝난 시점 이후 무엇이 달라졌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앞서 본 2021므14258 사건에서는 유책배우자라는 이유로 이혼청구가 기각된 뒤 다시 소송이 제기되었습니다. 대법원은 이후의 관계 회복 가능성, 보호·배려와 유책성의 변화를 현재 소송의 사실심 변론종결 시점에서 살펴야 한다며 파기환송했습니다.
재청구를 준비한다면 이전 판결문과 그 이후의 연락·부양·양육 기록을 비교해야 합니다. 시간이 더 흘렀다는 설명을 넘어 무엇이 달라졌는지 보여주는 자료가 필요합니다. 생활비나 양육비를 끊어 별거를 굳히는 방식은 보호·배려의 필요성과도 충돌합니다.
윤혜영 변호사의 실무 인사이트
상담 전 연표에 별거 원인, 관계 회복을 시도한 날짜와 답변, 생활비·양육비·주거 지원 내역을 적고 관련 기록을 붙여 두는 것이 좋습니다.
상담에는 별거 전후의 경위를 정리한 메모와 주요 자료, 이전 소송이 있었다면 판결문을 함께 준비하면 도움이 됩니다. 사건을 맡길 때 확인할 사항은 이혼전문변호사 선택기준과 상담 준비 방법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자료 출처
- 민법 제840조: 재판상 이혼 사유와 생사불명의 구별. 국가법령정보센터.
- 대법원 2015. 9. 15. 선고 2013므568 전원합의체 판결: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 원칙과 예외, 해당 사건의 기각 이유. 국가법령정보센터 판결문.
- 대법원 2022. 6. 16. 선고 2021므14258 판결: 혼인 유지 의사의 객관적 판단, 생활보장과 자녀 복리, 종전 기각 이후의 사정. 국가법령정보센터 판결문.
- 대법원 2022. 7. 28. 선고 2021므11112 판결: 13년 이상 별거한 부부의 관계 회복 노력과 이혼 거절 사유에 대한 심리. 국가법령정보센터 판결문.
- 가사소송법 제50조: 조정 전치주의와 예외. 국가법령정보센터.
- 대한민국 법원 재판상 이혼절차 안내 및 판결 등 확정 후의 절차 안내: 이혼소송의 청구사항과 확정 후 신고 절차. 법원 절차 안내.
- 찾기쉬운 생활법령정보 「재판상 이혼의 절차」: 조정에서 소송으로의 이행과 신고 절차. 법제처 절차 안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