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했다고 믿고 만난 경우, 상대방이 혼인 중이라는 사실을 몰랐고 그에 관한 과실도 없다면, 상간 위자료를 지급할 책임은 없습니다. 실제로 상대방의 “이미 이혼했다”는 말을 믿고 교제한 사람에게 책임을 묻지 않은 대법원 판결과 최근 하급심 판결이 있습니다.
다만 “이혼했다고 해서 믿었다”는 설명을 뒷받침할 당시의 사정이 필요합니다. 이혼했다는 설명을 언제 들었고, 혼인 중이라는 사실을 언제 알았는지 대화와 날짜를 정리해 보세요.
1. 이혼했다고 믿고 만났다면, 확인하지 않은 잘못도 있나요?
교제를 시작할 때 누구나 상대방의 혼인관계를 조사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혼인관계증명서를 확인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곧바로 상간 책임이 생기지는 않습니다.
대법원 1987. 8. 18. 선고 87므19 판결은 이 질문을 직접 다루었습니다. 남성이 정식으로 이혼했고 아들 등과 함께 살고 있다고 말하자, 상대방 여성은 이를 믿고 교제하며 결혼 이야기까지 나누었습니다. 이후 혼인 사실을 확인한 뒤에는 관계를 끊었습니다.
아내는 약 2년간 교제했다면 가족관계나 생활환경을 확인할 수 있었으므로 과실이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대법원은 통상 상대방에게 배우자가 있는지 조사·확인할 주의의무가 있다고 할 수 없다는 이유로 책임을 부정한 원심 판단을 유지했습니다.
상간 위자료는 민법 제750조에 따른 불법행위책임입니다. 혼인 사실을 알았던 경우뿐 아니라, 구체적인 사정에 비추어 알 수 있었는데도 주의를 기울이지 않은 경우에는 과실이 문제 됩니다. 따라서 누구에게나 혼인관계를 조사할 의무가 있다고 전제하는 대신, 실제로 접한 정보와 교제 경위를 바탕으로 주의가 부족했는지 판단해야 합니다.
또한 “이미 이혼했다”와 “곧 이혼할 것이다”는 다릅니다. 이혼을 앞두었다거나 배우자와 사이가 나쁘다는 말은 혼인관계가 끝났다는 설명이 아닙니다. 무엇이라고 들었는지를 정확히 구별해야 합니다.
2. 최근 판결에서도 ‘이혼한 줄 알았다’는 주장이 받아들여졌나요?
돌싱으로 소개받고 결혼 편지까지 받은 사건
서울중앙지방법원 2024. 1. 12. 선고 2023가단5126273 판결에서는 아내가 교제 상대방에게 청구한 위자료 4,000만 원이 기각되었습니다. 피고는 남성이 자신을 돌싱으로 소개하여 이미 이혼하고 아들과 살고 있는 것으로 알았다고 주장했습니다. (원문·평석)
법원은 소장을 받은 직후 피고가 남성에게 거짓말을 추궁한 대화, 같은 날 친구에게 속았다고 하소연한 대화, 피고의 딸도 남성을 돌싱으로 소개받았다는 진술 등을 살폈습니다. 남성 자신도 법원에 제출한 회신에서 혼인 사실을 숨겼다고 밝혔고, 법률상 배우자가 있으면서 피고에게 결혼하자는 편지까지 보냈습니다.
이 법원은 앞서 본 대법원 87므19 판결을 인용하면서, 피고가 혼인 사실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는데도 교제했다고 인정할 증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주변 사람들에게도 이미 이혼했다고 말해 온 사건
대전지방법원 2023. 5. 30. 선고 2022가단138310 판결도 위자료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교제한 여성이 친구와 직장 동료들에게 이미 이혼했다고 말해 왔고, 주변인과 주고받은 메시지에도 피고가 여성을 이혼한 사람으로 알고 있었다고 볼 사정이 나타났습니다. (원문·평석)
법원은 여성이 별거하며 혼자 살던 생활 모습과 짧은 교제 기간 등도 함께 검토했습니다. 이 사건에서는 기존 부부관계가 이미 회복하기 어려운 상태였다는 사정도 함께 판단했습니다. 단순히 혼자 살았다는 이유만으로 책임을 부정한 사건은 아닙니다.
3. 이혼했다는 말을 믿었어도 책임을 인정한 경우는 무엇이 달랐나요?
이미 혼인 사실을 알고 있던 사람이 이후 “이혼했다”는 말을 들었다면, 그 말을 믿게 된 경위와 당시 가족생활에 관한 사정을 더 구체적으로 살펴야 합니다. 최근 판결에서도 이 부분에서 과실이 인정되었습니다.
수원지방법원 안산지원 2025. 12. 24. 선고 2025가단64201 판결에서 피고는 남성이 결혼한다는 말을 듣고 연락을 끊었다가, 수년 뒤 이혼했다는 연락을 받고 다시 교제했습니다. 피고는 남성의 집에서 어린 자녀들을 돌보기도 했으므로 부부관계가 이미 끝난 것으로 믿었다고 주장했습니다. (원문·평석)
그러나 법원은 교제 시작 무렵 피고가 배우자와 미성년 자녀의 존재를 알고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 점, 당시 부부가 함께 아이들을 키우며 살고 있었던 점 등을 살폈습니다. 피고가 집에 드나들며 아이들을 돌본 것은 아내가 집을 나온 이후의 일이어서, 그 사정만으로 교제 초기의 믿음을 뒷받침하기도 어려웠습니다.
법원은 이러한 사정 아래에서 상대방의 말만 믿고 객관적인 확인 없이 교제한 데 적어도 고의 또는 과실이 있다고 보아 위자료 500만 원을 인정했습니다. 다만 아내가 이후 부부공동생활을 유지하지 않겠다는 메시지를 보낸 뒤의 행위에 대해서는 별도로 고의·과실을 부정하여 책임 기간을 제한했습니다.
이혼했다는 말을 들은 시점에 가족관계와 실제 생활 모습을 어디까지 알고 있었는지 대조해야 합니다.
4. 교제 도중 아직 혼인 중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면 어떻게 되나요?
처음에 이혼한 사람으로 믿었다는 사정만으로, 혼인 사실을 알게 된 뒤의 교제까지 책임을 피할 수는 없습니다. 알게 된 시점 전후의 행동을 나누어 보아야 합니다.
인천지방법원 2022. 6. 30. 선고 2020나74996 판결에서는 부부가 실제로 이혼했다가 다시 혼인신고를 한 사정이 있었습니다. 법원은 피고가 한때 남성이 이혼한 상태라고 알고 동거한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습니다. (원문·평석)
그러나 아내가 직접 찾아와 자신이 법률상 배우자라고 알린 뒤에도 피고는 남성과 여행을 가고 관계를 이어갔습니다. 법원은 적어도 그 통지 이후의 관계 지속에 대해서는 불법행위라는 인식이 있었다고 보아 위자료 1,500만 원을 인정한 1심을 유지했습니다.
따라서 혼인 사실을 알게 되었다면 상대방이 다시 해명하는 말만 듣고 교제를 계속하기보다 관계를 중단하는 것이 우선입니다. 알게 된 계기와 날짜, 그때 주고받은 대화, 관계를 끝낸 경위를 함께 남겨 두어야 처음 속았던 상황과 이후의 행동을 설명할 수 있습니다.
5. 상간소송을 당했다면 어떤 자료부터 정리해야 하나요?
고의·과실 등 불법행위의 요건은 위자료를 청구하는 원고가 증명해야 합니다. 피고가 자신의 무과실을 전부 증명해야 한다는 뜻은 아닙니다. 다만 원고가 혼인 사실을 알고 있었다는 정황을 제시한다면, “몰랐다”는 부인에 그치지 않고 그 정황과 자신의 설명을 대조할 자료를 내는 것이 중요합니다. 어떤 대화와 생활 정황이 기혼 사실에 대한 인식이나 과실을 뒷받침하는지는 상간소송에서 고의·과실을 판단하는 증거 정리 기준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 정리할 자료 | 설명할 사실 |
|---|---|
| 처음 소개받을 때의 대화 | 이혼한 사람이라고 언제, 어떤 설명을 들었는지 |
| 교제 중 메시지·편지 | 이혼 완료라는 설명이 계속되었는지, 결혼을 약속했는지 |
| 가족·지인에게 소개한 내용 | 주변 사람들도 어떤 혼인 상태로 알고 있었는지 |
| 배우자의 연락·소장과 당시 대화 | 혼인 사실을 처음 알게 된 시점과 반응 |
| 관계 종료에 관한 기록 | 혼인 사실을 안 뒤 교제를 중단한 경위 |
메시지는 앞뒤 맥락과 날짜가 보이도록 보존합니다. 교제 상대방이 뒤늦게 “내가 속였다”고 인정하는 말도 자료가 될 수 있지만, 그 말 하나에만 기대기보다 실제 교제 당시 남은 기록과 함께 제시하는 편이 설명에 힘을 더합니다.
반대로 배우자와 함께 살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던 대화 등 불리한 자료가 있다면, 그 시점에 무엇을 어떻게 설명받았는지도 같이 정리해야 합니다. 교제 초기에는 몰랐는데 나중에 알게 된 사건을 처음부터 끝까지 전혀 몰랐다고 주장하면 기록과 설명이 어긋날 수 있습니다.
윤혜영 변호사의 실무 인사이트
이 질문에서는 교제 당시 왜 상대방을 이혼한 사람으로 믿었고, 그 설명과 실제 생활 모습이 어떻게 맞아떨어졌는지부터 살펴봅니다.
상간소송에서 고의·과실과 기존 혼인파탄을 판단하는 기준, 위자료 청구의 전체 구조는 배우자 외도·상간소송 총정리에서 함께 살펴볼 수 있습니다.
상담을 준비할 때에는 소장과 함께 당시 대화, 자신에게 불리하게 제시된 자료도 가져가는 것이 좋습니다. 사건을 맡길 변호사와 자료를 공유하고 대응 방향을 의논하는 방법은 이혼전문변호사 선택기준과 상담 요령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자료 출처
- 민법 제750조 — 고의·과실에 따른 불법행위책임. 국가법령정보센터.
- 대법원 1987. 8. 18. 선고 87므19 판결 — 이혼했다는 설명을 믿은 경우와 혼인 사실의 일반적인 확인 의무. 국가법령정보센터.
- 서울중앙지방법원 2024. 1. 12. 선고 2023가단5126273 판결 — 이혼한 사람으로 속았다는 항변과 고의·과실의 증명. (국가법령정보센터 판례 검색)
- 대전지방법원 2023. 5. 30. 선고 2022가단138310 판결 — 이혼했다고 믿은 경위, 주변인 대화와 생활 모습에 대한 판단. (국가법령정보센터 판례 검색)
- 수원지방법원 안산지원 2025. 12. 24. 선고 2025가단64201 판결 — 혼인 사실을 알고 있던 사람의 이혼 오인 주장과 과실 판단. (국가법령정보센터 판례 검색)
- 인천지방법원 2022. 6. 30. 선고 2020나74996 판결 — 혼인 사실을 통지받은 뒤 관계를 지속한 경우의 책임. (국가법령정보센터 판례 검색)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