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자가 자신의 신상을 적극적으로 속여 혼인에 이르게 했다면 혼인취소가 인정될 수 있습니다. 거짓말을 알게 된 뒤 함께 여행하거나 성관계를 가졌다는 사실이 있어도, 그 행동의 경위와 전후 사정을 살펴 혼인의 효력을 받아들인 것인지 판단해야 합니다.
서울가정법원 2004. 1. 16. 선고 2002드단69092 판결은 이 두 문제를 함께 다루었습니다. 직업·학력·가족관계와 과거 혼인의 경위를 다르게 설명한 사안에서 혼인취소와 위자료를 인정하고, 소송을 낸 뒤 중국 박람회에 동행하며 성관계를 가졌다는 이유로 제기된 추인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1. 혼인취소와 위자료 2,000만 원을 인정한 판결입니다
| 구분 | 내용 |
|---|---|
| 법원·사건번호 | 서울가정법원 2002드단69092 |
| 선고일 | 2004. 1. 16. |
| 제1심 변론종결일 | 2003. 12. 19. |
| 사건명 | 혼인의 취소 |
| 원고의 청구 | 혼인취소 및 위자료 5,000만 원과 지연손해금 |
| 법원의 판단 | 혼인취소 인용, 위자료 2,000만 원과 지연손해금 인정 |
| 후속 심급 | 공식 수록본에 항소 표시가 있으나, 후속 판결의 사건번호와 결과는 확인되지 않음 |
원고인 남편은 아내가 혼인 전에 자신의 신상과 주변 사정을 속였다고 주장했습니다. 피고인 아내는 자신의 성장 배경과 과거 혼인에 관하여 해명하는 한편, 남편이 소송을 제기한 뒤에도 자신과 동거하고 성관계를 가졌으므로 혼인의 효력을 추인했다고 주장했습니다.
법원은 아내의 신상에 관한 적극적인 기망을 인정했고, 남편의 이후 행동만으로 추인이 있었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이 글은 확인된 제1심 판결을 분석한 것으로, 그 결론이 상급심에서도 유지되거나 확정되었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2. 과거 혼인을 숨긴 것이 아니라, 그 실질을 다르게 설명했습니다
남편은 컴퓨터소프트웨어 관련 회사를 운영하고 있었습니다. 2001년 4월경 공동사업을 원하던 지인을 통해 아내를 소개받았는데, 소개자는 아내를 자신의 사촌동생이라고 하면서 중국에 인맥이 많아 사업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두 사람은 교제를 이어가다가 2002년 2월경 동거를 시작했고, 같은 해 3월 2일 혼인신고를 했습니다. 아내는 그전에 다른 남성과 혼인했다가 1998년 협의이혼한 경력이 있었습니다. 남편에게도 과거 혼인 사실 자체는 이야기했지만, 실제 부부생활을 위한 혼인이 아니라 재산 문제를 처리하기 위한 서류상 혼인이었다고 설명했습니다.
혼인 전 설명과 재판에서의 해명 사이에 큰 차이가 있었습니다
판결문에 나타난 주요 설명을 비교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오른쪽 열은 피고가 재판에서 내놓은 주장으로, 법원이 그 내용을 모두 사실로 인정했다는 뜻은 아닙니다.
| 쟁점 | 혼인 전 남편에게 한 설명 | 재판에서 제시한 해명 |
|---|---|---|
| 학력·직업 | 영국 캠브리지대학에서 금융학을 전공했고, 국민은행의 이사 또는 감사로 일한다고 설명 | 남경대학 상무영어과를 나와 방송국 기자로 일했으며, 한국에서는 직업을 가진 적이 없다고 주장 |
| 가족관계 | 아버지는 한국의 변호사, 어머니는 BBC방송의 피디라고 설명했다가, 이들은 수양부모이고 친부모는 비행기 사고로 사망했다고 설명 | 친부모 사망 후 할머니가 양육했고, 호적부상 부모는 삼촌 부부라고 주장 |
| 소개자와의 관계 | 소개자가 자신의 사촌이라고 설명 | 하숙하던 중 알게 된 사람으로 사촌관계가 아니라고 주장 |
| 과거 혼인 | 상속받을 채권을 토지로 변제받는 과정에서 다른 채권자의 방해를 피하려고 서류상으로만 혼인했다가 이혼했다고 설명 | 중국에서 전남편을 만나 혼인했으나 사업 실패와 국적·금전 문제 등을 겪다가 협의이혼했다고 주장 |
| 수양아버지라고 소개한 사람 | 자신을 키운 아버지이며, 병환이 위중한 상태에서 다른 남성과의 혼인을 추진한다고 설명 | 고모의 소개로 알게 된 사람이고, 남편에게도 고모의 친구라고 이야기했을 뿐이라고 주장 |
과거 혼인에 관한 설명은 구체적이었습니다. 아내는 할아버지가 남긴 채권을 정리하면서 채무자인 전남편으로부터 시가 약 20억 원의 토지를 받으려 했고, 다른 채권자들의 방해를 피하기 위해 서류상 혼인을 했다는 취지로 말했습니다. 이 설명은 전혼이 실제 공동생활을 위한 관계였는지를 남편이 판단하는 데 영향을 줄 수 있는 내용이었습니다.
혼인신고를 서두르게 한 설명과 확인을 어렵게 한 말도 있었습니다
아내는 수양아버지가 미국 상장회사 사장의 아들과 자신을 혼인시키려 한다고 말했습니다. 자신은 그 사람과 혼인할 생각이 없으므로, 아버지가 먼저 혼인신고를 하기 전에 남편과 혼인신고부터 하고 나중에 부모를 설득해 결혼식을 올리자는 설명이었습니다.
또한 자신의 호적부는 수양아버지가 발급을 막았고, 정보기관에서 일하는 친구가 전산을 조작해 만든 것이므로 관공서에서 발급받은 호적부의 기재를 믿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습니다. 판결문은 아내가 이러한 설명을 했다는 사실을 적고 있습니다. 실제로 공적 기록이 조작되었다고 인정한 것은 아닙니다.
전남편의 설명을 들은 뒤에도 해명은 일치하지 않았습니다
남편은 2002년 7월 13일경 아내의 전남편을 만났습니다. 전남편은 중국에서 아내를 만나 동거하다가 정식으로 혼인했고, 한국에 들어온 뒤에도 함께 생활했다는 취지로 설명했습니다. 아내가 혼인 전에 말한 서류상 혼인과는 다른 내용이었습니다.
전남편은 아내의 부모, 학력과 직업에 대해서도 자신이 들었던 설명과 나중에 알게 된 사정이 달랐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이 부분은 전남편이 그렇게 설명했다는 내용이므로, 그의 말에 등장하는 신상정보를 모두 객관적으로 확정된 사실로 옮겨 읽어서는 안 됩니다.
남편이 아내에게 사실 여부를 확인하려 하자 아내는 혼인 전과 비슷한 이야기를 이어가면서, 남편의 부모가 전남편을 동원해 사실을 조작하려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남편은 결국 2002년 8월 16일 혼인취소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3. 법원은 거짓말의 항목보다 혼인 결정에 미친 정도를 판단했습니다
민법 제816조 제3호는 사기 또는 강박으로 혼인의 의사표시를 한 경우 법원에 혼인취소를 청구할 수 있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이 사건에서 법원은 혼인을 성립시키려는 과정에서 사실을 과장하거나 불리한 사정을 숨기는 일이 있다는 점을 전제로, 혼인취소를 인정할 기망의 내용과 정도를 살폈습니다.
판결은 재산이나 경제력, 집안내력, 직업에 관한 거짓말이 드러났다는 이유만으로 곧바로 혼인취소를 인정하지는 않았습니다. 그러나 그러한 내용에 관한 설명이라도 적극적인 허위 고지 등 위법한 수단에 의한 것이고, 일반인도 그로 인한 착오가 없었다면 혼인하지 않았을 것으로 보이는 경우에는 취소가 허용된다고 판단했습니다.
배우자가 어떤 사람인지에 관한 판단 자체가 흔들린 사안이었습니다
법원은 혼인 전 설명과 아내의 법정 해명 사이의 차이가 크고, 전남편의 진술과도 상당한 차이가 있다고 보았습니다. 아내가 법정에서 내놓은 해명 역시 제출 자료와 본인신문, 가사조사 자료만으로 인정하기 부족하고 이를 인정할 다른 증거도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이때 법원이 사용한 표현이 “배우자의 동일성에 관한 착오”입니다. 이 사건에서는 이름이 다른 사람과 혼인했다는 의미가 아니라, 배우자의 직업·가족관계·혼인 경력 등에 관한 설명이 크게 달라 과연 어떤 사람과 혼인한 것인지 의심할 정도에 이르렀다는 맥락에서 사용되었습니다.
법원은 혼인 전 적극적인 허위 설명이 배우자에 관한 중대한 착오를 일으켰고, 일반인도 그러한 착오가 없었다면 혼인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보아 혼인을 취소했습니다.
판결문에는 당사자가 제출한 서류와 영상, 증인들의 일부 증언, 구청에 대한 사실조회 결과, 양쪽 당사자의 본인신문과 가사조사관의 조사보고서 등이 판단 자료로 제시되어 있습니다.
4. 소송 후 동거·성관계가 있었어도 추인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혼인취소 사유가 인정되더라도, 취소할 수 있는 혼인임을 알면서 그 효력을 받아들인 것으로 볼 수 있다면 추인이 문제 됩니다. 민법 제143조는 취소할 수 있는 법률행위를 추인한 뒤에는 취소하지 못한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아내는 남편이 혼인취소 소송을 낸 뒤에도 자신과 중국 박람회에 참석하고, 같은 방에서 지내며 성관계를 가졌다는 사실을 근거로 추인을 주장했습니다. 법원도 이러한 행동이 있었다는 사실은 인정했습니다. 다만 그 의미를 판단할 때 박람회에 참석한 경위와 전후의 사정을 함께 살폈습니다.
| 시기 | 추인 판단에 관련된 경과 |
|---|---|
| 2002년 5월경 | 아내의 소개로 중국 국제투자박람회에 초청받음. 참석 계기는 혼인취소 소송 전부터 있었음 |
| 2002. 8. 16. | 혼인의 효력을 다투며 남편이 혼인취소 소송을 제기함 |
| 소 제기 후 | 아내가 남편 회사의 대주주에게 회사 일을 말하겠다며 소 취하를 요구하고, 실제 대주주를 만남. 남편이 사업상 위해를 우려하게 됨 |
| 2002. 9. 3.~9. 14. | 중국 박람회에 동행하고 같은 호텔방에서 지내며 성관계를 가짐. 아내가 추인의 근거로 제시한 행동 |
| 귀국 후 | 남편이 다시 별거를 요구함 |
| 2002. 9. 29. | 아내가 별거 후 살 집의 임대차계약을 하고 남편이 계약금을 지급함 |
| 2002년 10월 초 | 남편이 짐을 싸서 집을 나와 별거함 |
판결문은 남편이 중국행에 동의한 이유도 구체적으로 적고 있습니다. 아내가 자신의 사업에 위해를 가할까 두려웠고, 박람회 참석이 사업에 도움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했으며, 중국에서 아내의 실체를 확인해 볼 수 있으리라는 기대도 있었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참석 경위와 전후 사정을 바탕으로 법원은 다음과 같이 판단했습니다.
“그와 같은 사정만으로 원고가 사기로 인한 혼인임을 알면서 혼인의 효력을 추인하였다고 보기 곤란하므로, 위 항변은 이유 없다”
5. 위자료는 사기로 혼인한 데 따른 정신적 손해를 배상한 것입니다
남편은 위자료 5,000만 원과 지연손해금을 청구했습니다. 법원은 아내의 사기로 혼인한 남편에게 정신적 고통이 발생했다고 인정하고, 당사자의 나이·직업·재산 정도, 혼인에 이르게 된 경위와 혼인 후 사정 등을 종합하여 위자료를 2,000만 원으로 정했습니다.
판결문에는 아내가 남편에게 받은 현금카드를 이용해 2002년 2월부터 7월까지 약 1,500만 원을 인출하고, 남편의 신용카드로 매달 약 300만~400만 원 상당의 물품을 구입했다는 사실도 기재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이 판결이 지급을 명한 2,000만 원은 이러한 지출액을 합산하여 돌려주도록 한 돈이 아니라, 사기로 인한 혼인에 따른 정신적 손해의 배상액입니다.
주문에 따른 지연손해금은 청구취지변경서 부본 송달 다음 날인 2002년 11월 1일부터 판결 선고일인 2004년 1월 16일까지 연 5%, 그다음 날부터 완제일까지 연 20%입니다. 원고는 연 25%를 청구했지만 법원은 위와 같이 인정했습니다. 이는 당시 사건의 주문에 기재된 이율이며, 현재 사건에 적용할 지연손해금 이율을 안내하는 수치가 아닙니다.
나머지 위자료 청구는 기각되었고, 소송비용은 원고와 피고가 절반씩 부담하도록 했습니다. 위자료 지급을 명한 부분에는 가집행도 허용했습니다. 이 사건의 2,000만 원 역시 2004년 당시의 구체적인 사정을 반영한 금액으로, 오늘날 혼인취소 사건의 정액 기준으로 사용할 수는 없습니다.
6. 이후 대법원 법리와 혼인취소 청구기간도 함께 확인해야 합니다
사실을 말하지 않은 경우에도 고지의무가 있으면 사기가 문제 됩니다
이 사건에서는 적극적인 허위 설명이 문제 되었습니다. 이후 대법원 2016. 2. 18. 선고 2015므654·661 판결은 사실을 알리지 않거나 침묵한 경우도 민법 제816조 제3호의 사기에 포함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다만 불고지나 침묵을 위법한 기망으로 보려면 법령·계약·관습 또는 조리상 그 사실을 미리 알려야 할 의무가 인정되어야 합니다.
따라서 현재 사건을 검토할 때에는 적극적으로 거짓말한 경우와, 말하지 않은 사실에 고지의무가 있었는지를 판단해야 하는 경우를 나누어 살펴야 합니다. 상대방이 알았다면 혼인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말만으로 모든 불고지를 취소 사유로 볼 수는 없습니다. 위 대법원 판결은 이러한 범위를 설명하는 별개 사건의 후대 판례이며, 2002드단69092 사건의 상급심 판결은 아닙니다.
추인 여부와 별도로 사기를 안 날부터 3개월의 기간을 확인합니다
민법 제823조에 따르면 사기로 인한 혼인취소는 사기를 안 날부터 3개월이 지나면 청구할 수 없습니다. 함께 생활한 경위가 추인에 해당하는지와 별개로, 언제 어떤 사실을 알게 되었는지를 먼저 정리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이 판결에서는 3개월의 기간 준수 여부가 별도 쟁점으로 판단되지는 않았습니다. 판결문에 적힌 전남편과의 만남 날짜를 법원이 확정한 기간 기산점으로 이해해서는 안 됩니다. 실제 사건에서는 처음 의심한 때, 구체적인 설명을 들은 때, 자료를 확인한 때를 구분하여 사기를 안 시점을 검토해야 합니다.
윤혜영 변호사의 실무 인사이트
혼인 전에 들은 말, 그 말이 사실과 다르다고 판단할 자료, 혼인 결정에 영향을 준 사정을 나누어 정리하면 주장해야 할 내용이 분명해집니다.
예를 들어 직업에 관한 설명이 사실과 다르다면, 상대방이 정확히 어떤 직업과 경력을 말했는지부터 확인해야 합니다. 이어 그 설명과 어긋나는 자료를 제시하고, 단순한 기대와 실제 생활의 차이를 넘어 혼인의 의사결정에 중대한 착오가 생긴 이유를 설명해야 합니다. 상대방의 해명이 바뀌었다면 각 설명의 시점과 내용을 함께 비교하는 것이 좋습니다.
거짓말을 알게 된 뒤에도 함께 지낸 사정이 있다면 그 사실 역시 상담에서 빠뜨리지 마세요. 당시의 대화, 별거 요구, 주거 마련과 실제 생활 변화 등을 시간순으로 정리하면 그 행동의 의미를 판단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거짓말을 알고도 함께 살았다면 혼인취소가 어려워지나요?)
다만 자료를 모두 모은 뒤에야 청구기간을 확인하려 해서는 곤란합니다. 사기를 알게 된 경과와 현재 확보한 자료부터 제시하고, 3개월의 기간과 혼인취소 사유, 추인 여부를 함께 검토하는 순서로 준비하는 것이 좋습니다.
혼인취소 요건을 충족하는지와 별도로, 거짓말 이후의 갈등으로 부부공동생활이 회복하기 어려워졌다면 재판상 이혼 사유도 검토할 수 있습니다. 이혼을 청구할 수 있는 사정과 필요한 증거는 이혼 사유와 증거에 관한 종합 안내에서 살펴볼 수 있습니다.
상담에서는 혼인 전 설명과 이를 확인한 경과, 이후의 생활을 함께 전달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사건을 맡길 변호사의 경험과 업무 방식, 상담에 준비할 자료는 이혼전문변호사 선택기준과 상담 요령에 정리해 두었습니다.
자료 출처
- 서울가정법원 2004. 1. 16. 선고 2002드단69092 판결 — 신상 기망에 따른 혼인취소, 소 제기 후 동거·성관계와 추인 여부, 위자료 판단.
- 대법원 2016. 2. 18. 선고 2015므654·661 판결 — 사기에 의한 혼인취소에서 불고지·침묵과 고지의무에 관한 법리.
- 민법 제816조 — 혼인취소 사유.
- 민법 제143조 — 추인의 방법과 효과.
- 민법 제823조 — 사기·강박으로 인한 혼인취소청구권의 소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