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아이를 임신했다는 말을 믿고 결혼했는데 다른 남성의 아이였다면, 사기를 이유로 혼인취소를 청구할 수 있습니다.
다만 유전자 검사에서 친자가 아니라는 결과가 나왔다는 사실만으로 혼인취소가 결정되는 것은 아닙니다. 배우자가 혼인 전에 어떤 사정을 알고 있었고 무엇을 설명했는지, 그 설명이 혼인을 결정하는 데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를 함께 밝혀야 합니다.
1. 친자관계를 속여 혼인하게 했다면 사기에 의한 혼인취소가 문제됩니다
이 경우의 법적 근거는 민법 제816조 제3호입니다. 제816조의 본문과 제3호는 다음과 같습니다.
제816조(혼인취소의 사유) 혼인은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의 경우에는 법원에 그 취소를 청구할 수 있다.
3. 사기 또는 강박으로 인하여 혼인의 의사표시를 한 때
사기에 의한 혼인취소에서는 상대방이 중요한 사실을 속였고, 그 때문에 혼인을 결정했는지가 핵심입니다. 진실을 알았다면 혼인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점도 구체적인 경위에 비추어 인정되어야 합니다.
대법원 2016. 2. 18. 선고 2015므654·2015므661 판결은 적극적인 거짓말뿐 아니라 알려야 할 사실을 말하지 않은 경우에도 사기가 성립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다만 침묵을 기망으로 보려면 먼저 그 사실을 알려야 할 의무가 인정되어야 합니다. 아래 부산가정법원 사건에서는 다른 남성의 아이일 가능성을 알려야 했는지가 문제되었습니다.
2. 다른 남성의 아이일 가능성을 알리지 않아 혼인취소가 인정된 사례
부산가정법원 2017. 2. 23. 선고 2016드단206860·2016드단211930 판결에서 두 사람은 결혼을 전제로 교제하고 있었습니다. 여성은 다른 남성과 성관계를 가진 뒤 며칠 후 남편이 될 사람과도 성관계를 가졌고, 이후 임신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남성은 자신의 아이를 임신한 것으로 생각하여 혼인신고를 서둘렀습니다. 그러나 출산 후 아내가 다른 남성과의 관계로 생긴 아이라고 밝혔고, 유전자 검사에서도 남편과 아이 사이에 친생자관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법원은 아내가 다른 남성의 아이일 가능성을 충분히 인식할 수 있었는데도 남편의 아이를 임신했다고 말한 점을 살폈습니다. 설령 적극적으로 속이려는 의사가 없었다고 하더라도, 이 사건의 구체적인 사정에서는 다른 남성의 아이일 수도 있다는 점을 알려야 할 의무가 있었다고 판단했습니다.
남편은 자신의 아이를 임신했다는 생각 때문에 혼인신고를 서둘렀고, 진실을 알았다면 혼인하지 않았을 것으로 인정되었습니다. 법원은 친자관계가 부부의 애정과 신뢰 형성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는 사정이라는 점도 고려하여 혼인을 취소했습니다.
다른 남성의 아이임을 확실히 알았는지뿐 아니라, 임신 경위상 그 가능성을 충분히 예견할 수 있었는지까지 판단했습니다.
3. 유전자 검사결과와 혼인 전 대화를 함께 준비해야 합니다
유전자 검사결과는 생물학적 친자관계를 확인하는 자료입니다. 배우자가 혼인 당시 무엇을 알고 있었는지, 어떤 말로 혼인을 결정하게 했는지는 당시 대화와 교제·임신·혼인신고의 경과를 통해 설명해야 합니다.
| 자료 | 확인할 내용 |
|---|---|
| 유전자 검사결과 | 본인과 아이 사이의 생물학적 친자관계 |
| 혼인 전 메시지·대화 | 누구의 아이를 임신했다고 설명했는지, 그 설명을 듣고 혼인신고를 결정하거나 앞당겼는지 |
| 교제·임신 확인 경과 | 배우자가 다른 남성의 아이일 가능성을 인식할 수 있었던 사정 |
| 출산 후 설명·인정 내용 | 배우자가 밝힌 임신 경위와 그 사실을 본인이 알게 된 시점 |
대화는 필요한 문장만 따로 옮기기보다 날짜와 앞뒤 내용이 드러나는 원본을 보관하세요. 임신 사실을 알린 때, 혼인신고를 논의한 때, 실제 신고한 때를 연결하면 그 설명이 혼인 결정에 미친 영향을 구체적으로 보여줄 수 있습니다.
앞의 부산가정법원 사건에서도 두 사람은 임신을 확인하기 전부터 결혼을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법원은 그러한 사정 속에서도 친자관계에 관한 설명 때문에 혼인신고를 서두른 경위와, 진실을 알았다면 혼인하지 않았을 사정을 함께 판단했습니다.
4. 사기를 안 날부터 3개월의 청구기간을 확인해야 합니다
친자관계를 속였다는 이유로 혼인취소를 청구하는 경우에는 사기에 관한 민법 제823조가 적용됩니다.
제823조(사기, 강박으로 인한 혼인취소청구권의 소멸) 사기 또는 강박으로 인한 혼인은 사기를 안 날 또는 강박을 면한 날로부터 3월을 경과한 때에는 그 취소를 청구하지 못한다.
이 글에서 다루는 사기의 경우에는 사기를 안 날부터 3개월 안에 혼인취소의 소를 제기해야 합니다. 혼인신고일이나 출산일로부터 일률적으로 계산하는 기간이 아닙니다.
유전자 검사결과를 받은 날도 확인해야 하지만, 그날부터 기간이 시작한다고 단정해서는 안 됩니다. 검사 전에 배우자의 설명이나 인정으로 이미 사기 사실을 알았다면 그 시점이 문제될 수 있습니다. 다만 단순한 의심과 사기 사실을 알게 된 상태는 구별해야 합니다. 배우자의 설명을 들은 날짜와 내용, 검사결과를 받은 날짜를 각각 기록해 두세요.
사유에 따라 달라지는 취소 요건과 청구기간, 혼인무효·이혼과의 차이는 혼인취소 사유와 청구기간 종합 안내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윤혜영 변호사의 실무 인사이트
이 사안에서는 친자관계 확인에만 집중하다가 혼인취소 청구기간을 놓치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사기 사실을 언제 알았는지부터 확인하고, 검사결과와 함께 혼인 전 임신에 관한 설명이 담긴 대화를 준비하세요.
사건을 맡길 변호사의 실무 경험과 실제 사건 수행 방식을 확인할 때는 이혼전문변호사 선택과 상담 준비 안내를 참고하세요.
자료 출처
- 민법 제816조 제3호 — 사기 또는 강박에 의한 혼인취소.
- 민법 제823조 — 사기에 의한 혼인취소 청구기간.
- 대법원 2016. 2. 18. 선고 2015므654·2015므661 판결 — 사기에 의한 혼인취소의 요건과 고지의무.
- 부산가정법원 2017. 2. 23. 선고 2016드단206860·2016드단211930 판결 — 친자관계에 관한 고지의무와 혼인취소. 법원 공식 게시물 · 국가법령정보센터 판례 검색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