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혼 사실을 뒤늦게 안 뒤 상대방을 몇 차례 더 만났더라도, 그 만남의 경위와 내용을 살펴 상간 위자료 책임을 판단해야 합니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은 혼인 사실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다는 증명이 부족하고, 이후 만남도 관계를 정리하는 과정 등을 고려할 때 부정행위라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위자료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대상은 서울중앙지방법원 2023. 8. 17. 선고 2022가단5319979 판결입니다. 법원은 혼인 사실의 인식 시점에 관한 증명 부족을 판단한 뒤, 그 시점을 가정한 추가 판단도 했습니다.
1. 교제는 인정됐지만, 기혼 사실을 알고 만났는지가 다투어졌습니다
원고 A는 2020년 2월 15일 C와 혼인신고를 했습니다. 피고 B는 같은 해 3월경 소개팅 앱으로 C를 알게 되었고, 4월경부터 교제하며 연인관계를 유지했습니다. A는 B가 C의 혼인 사실을 알면서 부정행위를 했다며 위자료 3,001만 원과 지연손해금을 청구했습니다.
A는 두 사람이 반복적으로 성관계를 하고 데이트를 했으며, 2022년 8월에도 키스하거나 생일 식사와 선물을 주고받았다고 주장했습니다. 반면 B는 C가 자신을 미혼이라고 속였고, 기혼 사실을 알게 된 뒤 관계를 정리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원고가 열거한 개별 만남과 행동이 모두 법원의 인정사실은 아닙니다.
이 사건의 변론은 2023년 7월 6일 종결되었고, 판결은 2023년 8월 17일 선고되었습니다. 법원은 위자료 3,001만 원 및 지연손해금 청구를 전부 기각하고,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하도록 했습니다.
2. 교제 사실과 혼인 사실에 대한 고의·과실은 각각 살펴야 합니다
민법 제750조는 고의 또는 과실로 위법하게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경우의 배상책임을 정하고 있습니다. 상간소송에서도 교제 상대방에게 배우자가 있다는 사실을 알았는지, 알지 못했더라도 충분히 알 수 있었는지를 살펴야 합니다.
피고가 C과 한 성관계 등의 행위가 원고의 배우자로서의 권리를 침해하는 불법행위가 되려면, 피고가 C에게 배우자가 있는 사실을 알거나 충분히 알 수 있는 상태에서 그러한 행위를 하여야 하는데, 원고가 제출한 모든 증거를 종합하여도 이를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다만 판결문에는 개별 증거의 구체적인 내용이 모두 제시되어 있지 않아, 어떤 대화나 생활 정황 때문에 인식과 과실의 증명이 부족했는지까지 확인되지는 않습니다.
실제 소송에서는 가족관계가 언급된 대화나 혼인 사실을 전달받은 기록 등이 상대방의 인식을 뒷받침하는지 검토해야 합니다. 자료별로 증명할 내용을 나누는 방법은 기혼자인 줄 몰랐다는 주장에 대응하는 증거 정리 방법에서 설명합니다.
3. 7월에 알았다는 주장을 배척한 뒤, 그 시점을 가정해서도 판단했습니다
A는 적어도 2022년 7월에는 B가 C의 기혼 사실을 알았으므로, 8월에 이어진 연락과 만남에는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B는 8월 16일 관계를 정리하기 며칠 전에야 알았다고 다투었습니다. 법원은 갑 제5호증만으로 7월에 알았다고 인정하기 부족하고, 다른 증거도 없다고 보았습니다.
여기서 판단이 끝나지는 않았습니다. 법원은 설령 B가 7월에 기혼 사실을 알고도 세 차례 더 만났다고 하더라도 그 만남을 불법행위로 단정하기 어렵다고 덧붙였습니다. 이는 7월 인식을 사실로 인정한 것이 아니라, A의 주장을 가정한 추가 판단입니다.
그 판단에서는 오래된 연인이 기혼자라는 사실을 알고 받은 정신적 충격과 마음을 정리하기 어려웠을 사정을 고려했습니다. 또 8월 16일 관계가 완전히 정리되었고, 관계를 끝내기 위한 마지막 만남을 빼면 두 차례 만남이 있었으며, 그 자리에서 성관계나 이에 준하는 깊은 애정행위를 했다고 볼 증거가 없다는 점을 함께 들었습니다.
법원은 마지막 만남에서 고가의 식사 대접과 명품 가방 선물을 받았다는 A의 지적도 불법행위의 근거로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이 판단은 위와 같은 관계 정리 경위 속에서 이루어졌습니다. 선물의 가격만으로 위자료 책임을 판단하기보다, 선물을 주고받은 당시 두 사람의 관계와 그 뒤의 행동을 함께 살펴야 한다는 점에서 이해할 수 있습니다.
4. 관계를 정리한 사례와 부정행위를 계속한 사례는 결과가 달랐습니다
부산지방법원 2023. 5. 3. 선고 2022나64815 판결에서는 혼인 사실을 안 뒤에도 성관계 등 부정행위를 계속하고, 피해 배우자에게 발각된 뒤에도 일정 기간 관계를 이어간 것으로 인정됐습니다. 관계를 정리하려 했으나 협박과 스토킹 때문에 그만두지 못했다는 주장도 증거 부족으로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항소심은 위자료 3,000만 원을 유지했습니다. 해당 판결의 원문과 평석에서 구체적인 판단을 비교할 수 있습니다.
이번 서울중앙지방법원 사건은 기혼 사실을 알게 된 시점의 증명이 부족했고, 더 이른 시점을 가정해도 관계 정리 경위와 이후 행동에 관한 증거를 고려하여 책임을 부정했습니다.
또한 성관계 증거가 있어야만 부정행위를 인정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대법원 1993. 4. 9. 선고 92므938 판결은 간통이 증명되지 않은 사안에서도 포옹, 식당에 자주 드나들며 늦은 시간 함께 나간 정황 등을 바탕으로 부정행위를 인정하고, 제3자에게 위자료를 지급하도록 한 판단을 유지했습니다. 이번 판결의 “깊은 애정행위”라는 표현도 이 사건의 증거 평가에 관한 문맥에서 읽어야 합니다.
혼인 사실을 안 뒤의 책임과 알기 전 과실을 나누어 검토하는 방법은 미혼인 줄 알았다가 나중에 알게 된 경우의 상간 책임에서 함께 살펴볼 수 있습니다.
5. 서울중앙지방법원 2022가단5319979 판결 원문
사 건
2022가단5319979 손해배상(기)
원고
A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강현
담당변호사 장은영
피고
B
소송대리인 변호사 이다슬
변론종결
2023. 7. 6.
판결선고
2023. 8. 17.
주 문
1.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2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청구취지
피고는 원고에게 30,010,000원 및 이에 대한 이 사건 소장부본 송달일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12%의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이 유
1. 기초사실
가. 원고는 C과 2020. 2. 15. 혼인신고를 마친 C의 처이다.
나. 피고는 대만 국적의 여자로 2020. 3.경 ‘D’라는 소개팅 어플을 통하여 C을 알게 되어 2020. 4.경부터 교제하게 되면서 그와 연인관계를 유지하였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을제1, 8호증의 기재
2. 당사자들의 주장
가. 원고의 청구원인
1) 피고는 C이 가정이 있는 유부남이라는 사실을 알면서 2020. 3.경부터 C과 아래와 같이 부정행위를 하였다.
– C과 주 1~2회 정도 만났으며 주로 저녁식사 후 피고 집에서 잠자리를 가짐
– 2020. 12. 25.(토) 파인다이닝 E 데이트
– 2021. 8. 14.~15.(토,일) 피고 생일이라 종로 가회동에서 식사 후 피고 집으로 이동, 아침에 브런치 먹고 원고 귀가
– 2021. 9. 1.(수) 강남구 삼성동에서 데이트
– 2021. 10. 24.(일) 이른 저녁에 데이트
– 2021. 11. 25.(일) 종로구에서 스테이크 먹으며 데이트
– 2021. 12. 31.(금) 저녁 7시에 용산 F 건물에서 데이트
– 2022. 5. 15.(일) 오전부터 저녁 무렵까지 데이트
– 2022. 5. 27.(수) 용산구 한남동에서 데이트
– 2022. 8. 1. 피고 자택에서 만나 키스함
– 2022. 8. 8. 피고 자택에서 만나 키스함
– 2022. 8. 16.(화) 피고 생일이라 레스토랑 G에서 C과 만나 인당 18만원 이상의 식사 후 100만원 상당의 루이비통 가방선물 받음
2) 피고가 배우자가 있는 C과 한 이러한 성관계를 포함한 부정행위는 C의 배우자인 원고에 대한 불법행위인바, 피고는 이로 인하여 원고가 입은 정신적 고통에 대한 위자료로 청구취지 기재 금액을 원고에게 지급하여야 한다.
나. 피고의 주장
C은 피고에게 미혼이라고 적극적으로 속이고 교제하였으므로, 자신은 C이 유부남이라는 사실을 전혀 몰랐고, 오히려 C의 적극적인 기망으로 인하여 성적 자기결정권이 침해된 채 그와 성관계를 하게 된 피해자이다.
2022. 8.경 C이 유부남이라는 사실을 알고 그 즉시 관계를 정리하였다.
3. 판 단
가. 피고가 C과 한 성관계 등의 행위가 원고의 배우자로서의 권리를 침해하는 불법행위가 되려면, 피고가 C에게 배우자가 있는 사실을 알거나 충분히 알 수 있는 상태에서 그러한 행위를 하여야 하는데, 원고가 제출한 모든 증거를 종합하여도 이를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나. 원고는, 피고가 최소한 2022. 7.에는 C이 유부남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2022. 8.에도 C과 연인처럼 연락을 주고받고, 만나서 데이트를 하고, 스킨십을 나누는 등 부정한 관계를 지속하였으므로 적어도 그 부분에 대해서는 부정행위가 인정되어야 한다는 취지의 주장을 한다.
살피건대, 피고는 2022. 8. 16. 관계를 정리하기 며칠 전에야 비로소 C이 기혼인 사실을 알게 되었다고 주장하는 이 사건에서, 갑제5호증의 기재만으로는 피고가 C의 기혼 사실을 알게 된 시기가 2022. 7.경이라고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한편 오래된 연인이 기혼자임을 알게 된 피고로서는 크나큰 정신적 충격을 받았을 것이고, 단번에 마음을 정리하는 것이 쉽지 않았을 것인 점을 고려하면, 설령 피고가 2022. 7.경에 C의 기혼 사실을 알게 되었고 그럼에도 3차례 더 C을 만났다고 하더라도, C의 기혼 사실을 알게 된 직후인 2022. 8. 16.에 관계를 완전히 정리하였고, 마지막에 관계를 정리하려고 만났던 날을 제외하면 그 사이에 단 2차례의 만남이 있었던 것이며, 그 만남들에서 성관계 내지 그에 준하는 깊은 애정행위를 하였다고 볼만한 증거는 없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가 2022. 8.에 C과 만난 행위나 만나서 한 행위를 두고 함부로 원고의 배우자로서의 권리를 침해하는 불법행위라고 단정할 수 없다(원고는 피고가 생일날인 2022. 8. 16. C으로부터 고가의 식사 대접 및 명품가방 선물을 받은 것도 나무라지만 이는 원고에 대한 불법행위가 될 수 없다).
4. 결 론
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한다.
판사
김홍도
윤혜영 변호사의 실무 인사이트
이런 사건에서는 교제 전체를 하나의 기간으로 묶기보다, 혼인 사실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던 시점과 그 이후의 행동을 맞추어 보아야 합니다. 원고는 상대방이 혼인 사실을 인식한 자료와 그 뒤에도 애정관계가 이어졌음을 보여주는 자료를 연결해야 합니다. “알고도 만났다”는 설명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그 만남이 어떤 관계에서 이루어졌는지를 밝혀야 하기 때문입니다.
피고가 관계를 정리하기 위한 연락이나 만남이었다고 주장한다면, 당시 대화의 앞뒤 내용과 실제 관계가 끝난 경위를 함께 제시해야 합니다. 이 판결은 누구에게나 일정한 정리 기간이나 허용되는 만남 횟수를 인정한 기준이 아닙니다.
상간소송의 책임 요건과 증거, 합의와 위자료 회수까지의 흐름은 배우자 외도·상간소송 실무 총정리에 정리되어 있습니다.
상담 전에는 교제 시작일, 혼인 사실을 알게 된 시점, 이후의 연락과 만남을 날짜별로 정리해 두세요. 확보한 자료와 수집 경위를 설명하고 사건 수행 방향을 확인할 때는 이혼전문변호사 선택 기준과 상담 준비 안내를 참고할 수 있습니다.
자료 출처
서울중앙지방법원 2023. 8. 17. 선고 2022가단5319979 판결 — 혼인 사실에 대한 고의·과실의 증명, 인식 시점 및 관계 정리 과정의 만남을 평가하여 청구를 기각한 사례. (국가법령정보센터 판례 검색)
부산지방법원 2023. 5. 3. 선고 2022나64815 판결 — 기혼 사실을 안 뒤 계속된 부정행위 등을 고려하여 위자료 3,000만 원을 유지한 사례. (국가법령정보센터 판례 검색)
대법원 1993. 4. 9. 선고 92므938 판결 — 간통의 증명 여부와 부정행위에 따른 제3자의 위자료 책임을 구별한 사례.
민법 제750조 — 고의·과실에 따른 불법행위의 손해배상책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