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전 동거 사실을 숨긴 일이 혼인 결정을 좌우한 사기에 해당하면, 법원에 혼인취소를 청구할 수 있습니다. 다만 과거에 다른 사람과 살았다는 사실만으로 취소가 인정되지는 않습니다. 무엇을 속였는지, 그 사실을 알았다면 혼인하지 않았을 것으로 볼 수 있는지를 구체적으로 설명해야 합니다.
이미 끝난 과거 동거와 새 혼인 당시까지 계속된 다른 사람과의 사실혼은 판단할 사정이 다릅니다. 판결은 관계가 이어진 시기, 혼인 전 설명과 실제 사실의 차이, 제출된 증거를 살폈습니다.
1. 동거에 관한 기망과 혼인 결정의 관계를 입증해야 합니다
동거 사실을 속였다는 이유로 혼인취소를 구할 때 적용하는 조항은 민법 제816조 제3호입니다. 해당 호의 문언은 다음과 같습니다.
3. 사기 또는 강박으로 인하여 혼인의 의사표시를 한 때
이를 주장하려면 동거에 관한 거짓 설명이나 은폐 때문에 혼인 결정에 중요한 착오가 생겼고, 그 기망이 없었다면 사회통념상 혼인하지 않았을 것으로 인정되어야 합니다. “알았으면 결혼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말에 더해, 교제 과정과 혼인 전 대화에서도 그 중요성이 드러나야 합니다.
적극적으로 거짓말을 한 경우와, 아무 말도 하지 않은 경우는 판단 과정이 다릅니다. “다른 사람과 함께 산 적이 없다”고 사실과 다르게 설명했다면 그 거짓말의 내용과 혼인 결정에 미친 영향이 문제 됩니다. 동거 사실을 말하지 않았다는 주장이라면, 먼저 그 사실을 상대방에게 알려야 할 의무가 있었는지도 판단해야 합니다.
대법원 2016. 2. 18. 선고 2015므654·661 판결은 침묵이나 미고지도 사기가 될 수 있지만, 법령·계약·관습 또는 조리상 고지의무가 인정되어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당사자의 나이와 혼인 경력, 교제 과정, 해당 사실의 중요성, 사생활 비밀에 해당하는지, 관련 질문을 했는지, 이미 알고 있던 사정 등을 종합하여 판단합니다. 이 판결 자체는 출산 경력의 미고지를 다룬 사건이며, 과거 동거를 숨겼다는 이유로 혼인취소를 인정한 사건은 아닙니다.
2. 동거 사실을 다룬 두 판결은 무엇이 달랐나요?
다른 사람과의 사실혼이 혼인 당시까지 계속된 사건
서울가정법원 2014. 7. 9. 선고 2013드단83889 판결에서는 피고가 다른 사람과의 사실혼을 원고와 혼인할 당시까지 유지하면서도 이를 알리지 않았습니다. 또한 애완동물 판매점 외에 남성 접대부를 공급하는 업소를 운영한 사실도 제대로 알리지 않았습니다.
법원은 사실혼 전력과 직업이 원고의 혼인 의사결정에 매우 중요한 요소였고, 이를 알았다면 혼인하지 않았을 것으로 판단하여 혼인취소를 인정했습니다. 혼인 당시에도 이어진 사실혼과 직업에 관한 미고지가 함께 판단된 사건입니다.
동거 사실을 말하지 않았다는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은 사건
부산가정법원 2018. 12. 12. 선고 2018드단211736 판결에서는 피고의 동거 사실을 알리지 않은 행위도 취소사유라는 주장이 제기되었습니다. 법원은 피고에게 이미 이혼 전력이 있었고, 제출된 증거만으로는 구체적인 동거 경위와 내용을 알 수 없다는 점 등을 고려했습니다. 그 결과 원고가 동거 사실을 알았다면 혼인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보았습니다.
다만 이 사건에서 혼인취소 청구 전체가 기각된 것은 아닙니다. 법원은 범죄 전력과 형사재판 결과를 속인 행위를 이유로 혼인취소를 인정하면서, 동거 사실의 미고지에 관한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따라서 두 판결을 “끝난 동거는 취소할 수 없고, 계속된 사실혼은 취소할 수 있다”는 공식으로 이해해서는 안 됩니다. 동거의 구체적인 내용과 시기, 상대방이 한 설명, 그 사실이 혼인 결정에 미친 영향을 증거로 확인해야 합니다.
3. 어떤 자료부터 정리해야 하나요?
먼저 혼인 전 설명과 실제 관계를 시간순으로 대조하세요. 동거 사실과 그에 관한 기망이 혼인 결정에 미친 영향을 각각 입증해야 합니다.
| 확인할 사실 | 자료로 설명할 내용 |
|---|---|
| 동거의 내용과 기간 | 언제부터 어떤 관계로 함께 살았고, 언제 끝났는지 또는 혼인 당시에도 계속됐는지 |
| 혼인 전 설명 | 관련 질문에 무엇이라고 답했는지, 실제 사실과 어떤 차이가 있는지 |
| 혼인 결정에 미친 영향 | 그 문제를 혼인 전에 어떻게 논의했으며, 상대방의 설명을 믿고 혼인을 결정한 경위 |
| 사기를 알게 된 시점 | 언제 어떤 대화나 자료를 통해 숨겨진 사실과 거짓 설명을 알게 됐는지 |
혼인 전후의 문자·메신저 대화, 상대방이 인정한 내용, 직접 사정을 알고 있는 사람의 진술 등 현재 보유하거나 적법하게 확보할 수 있는 자료를 정리하면 됩니다. 같은 주소에 살았다는 자료만 있다면 두 사람의 관계와 생활 내용까지 설명할 수 있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특히 혼인 당시까지 사실혼이 계속되었다고 주장한다면, 과거 어느 시점의 동거를 보여주는 자료에 그치지 않고 혼인 무렵의 관계를 확인할 자료가 필요합니다.
4. 사기를 이유로 한 혼인취소는 안 날부터 3개월을 확인해야 합니다
동거에 관한 기망을 사기에 의한 혼인취소 사유로 주장한다면, 청구기간은 민법 제823조에 따릅니다. 조문 원문은 다음과 같습니다.
제823조(사기, 강박으로 인한 혼인취소청구권의 소멸) 사기 또는 강박으로 인한 혼인은 사기를 안 날 또는 강박을 면한 날로부터 3월을 경과한 때에는 그 취소를 청구하지 못한다.
이 글에서 다루는 사기의 경우에는 사기를 안 날부터 3개월입니다. 혼인신고일부터 계산하는 기간이 아닙니다. 동거 사실과 그에 관한 기망을 언제 알았는지 확인하고, 기간 안에 법원에 취소를 청구해야 합니다.
사실을 알게 된 당시의 대화와 자료를 날짜별로 남겨 두세요. 상대방의 설명을 듣거나 합의를 논의하는 동안에도 청구기간이 지나갈 수 있으므로, 기간이 임박했다면 확보한 자료로 취소사유와 소 제기 시점을 먼저 검토해야 합니다.
윤혜영 변호사의 실무 인사이트
혼인 전 질문과 답변은 날짜순으로 정리하고, 두 사람이 결혼의 전제로 논의한 내용을 표시해 두세요. 동거 사실을 알리지 않은 것이 문제된다면 고지의무와 혼인 결정에 미친 영향을 판단할 자료가 됩니다.
혼인취소의 다른 사유와 청구기간, 취소가 인정된 뒤의 효과까지 확인하려면 혼인취소 사유와 청구기간에 관한 종합안내를 함께 살펴보세요.
상담에는 혼인 전 대화와 사실을 알게 된 경위를 정리해 가져가면 도움이 됩니다. 사건을 맡길 변호사의 전문분야와 실제 수행 방식을 확인하는 기준은 이혼전문변호사 선택과 상담 준비 안내에 정리했습니다.
자료 출처
- 민법 제816조 제3호 및 제823조: 사기에 의한 혼인취소 사유와 청구기간.
- 대법원 2016. 2. 18. 선고 2015므654·661 판결: 기망과 혼인 의사결정의 관계, 미고지에 관한 고지의무의 판단 기준.
- 서울가정법원 2014. 7. 9. 선고 2013드단83889 판결: 혼인 당시 계속된 사실혼과 직업에 관한 미고지. 국가법령정보센터 판례 검색.
- 부산가정법원 2018. 12. 12. 선고 2018드단211736 판결: 동거 사실의 미고지 주장은 배척하고 범죄·형사재판 결과에 관한 기망으로 혼인취소를 인정한 사례. 부산가정법원 공개자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