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합의서의 약속을 어겼다면 남은 재산분할금을 안 줄수도 있나?

이혼합의서에 적힌 다른 약속을 어겼다는 이유만으로 남은 재산분할금 지급 의무가 당연히 없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그 약속을 지키는 것이 돈을 지급할 조건이었는지, 서로 동시에 이행하기로 한 의무인지, 위반에 따른 손해배상이나 상계가 가능한지는 합의서 내용에 따라 달라집니다.

지급일이 지난 뒤 상대방이 “당신부터 합의서를 어겼다”며 돈을 주지 않는다면, 지급 거절의 근거 조항과 위반 내용을 구체적으로 확인해야 합니다.

1. 같은 합의서에 적힌 약속이라고 모두 맞교환 관계는 아닙니다

이혼합의서에는 재산분할금의 액수와 지급일 외에도 집에서 나가는 시기, 물건을 가져가는 방법, 계정 정리, 서로의 사생활에 관여하지 않겠다는 약속 등이 함께 들어갈 수 있습니다. 그러나 한 문서에 적혀 있다는 사실만으로 모든 약속이 재산분할금 지급과 대가관계에 놓이는 것은 아닙니다.

인터넷에는 퇴거 후 아파트 관련 앱을 삭제하기로 했는데 이를 지키지 않았다는 이유로, 상대방이 남은 이혼합의금을 주지 않겠다고 한다는 질문도 있습니다. 이에 대해 앱 삭제 약속과 금전 지급 약속을 구분해야 하며, 삭제 의무를 위반했다고 곧바로 잔금 지급 의무가 소멸하는 것은 아니라는 변호사 의견이 제시됩니다.

이때 확인할 것은 “앱을 삭제한다”는 조항만이 아닙니다. 잔금 지급 조항에 어떤 조건이 붙어 있는지, 약속을 어기면 어떻게 처리하기로 했는지, 그 약속이 합의 과정에서 어떤 의미를 가졌는지까지 함께 보아야 합니다. 앱 삭제 의무가 부수적인 약속인지도 문구와 작성 경위를 확인하지 않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2. 지급 조건과 동시이행 약정이 있다면 판단이 달라집니다

가상 사례로 합의서에 “아파트 지분 이전에 필요한 서류를 제공함과 동시에 재산분할금 잔액을 지급한다”고 명확히 정했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이러한 약정이 유효하다면 서류 제공을 받지 못한 사람이 잔금 지급을 거절할 여지가 있습니다.

민법 제536조는 서로 대가관계에 있는 의무에 관하여, 상대방이 이행을 제공할 때까지 자신의 이행을 거절할 수 있는 동시이행의 항변권을 정하고 있습니다. 상대방의 의무가 아직 이행기에 이르지 않았다면 이를 이유로 거절할 수 없다는 제한도 있습니다.

동시이행의 항변권은 상대방의 이행을 확보할 때까지 지급을 거절할 수 있는 권리이며, 재산분할금 채무 자체가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이혼합의서 위반을 이유로 한 재산분할금 지급 거절을 판단한 사례)

또한 특정 약속의 이행을 잔금 지급의 조건으로 정했다면 그 조건의 내용과 충족 여부를 따져야 합니다. 다만 합의서에 ‘조건’이라는 단어를 썼다는 이유만으로, 그 아래 적힌 모든 약속이 돈을 받을 권리의 발생 조건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3. 다른 약속을 어겼다고 합의 전체를 해제할 수 있을까요?

계약의 부수적인 의무를 이행하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 합의 전체를 해제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대법원 2012. 3. 29. 선고 2011다102301 판결은 토지 지분을 인정하는 약정과 함께 다른 토지의 취득을 돕기로 한 의무가 문제 된 사건입니다. 약정서에 조건을 부여한다는 표현이 있었지만, 대법원은 문서 전체와 체결 경위 등을 살펴 해당 의무를 지분 취득의 법률상 정지조건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아울러 부수적 의무의 불이행을 이유로 계약을 해제하려면, 그 불이행 때문에 계약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거나 특별한 약정이 있는 등의 사정이 필요하다고 설명했습니다. 해당 사건에서도 부수적 의무의 이행불능만으로 약정을 해제할 수 있다고 본 원심판결을 파기했습니다.

이 판결은 이혼합의서를 직접 판단한 사건은 아닙니다. 다만 이번 질문에서도 위반한 약속이 합의의 핵심이었는지, 그 위반으로 합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게 되었는지를 살펴야 한다는 계약 해석의 기준을 참고할 수 있습니다.

합의서에 “이 조항을 위반하면 남은 금액을 지급하지 않는다”는 문구가 있다면 이를 생략하고 판단해서는 안 됩니다. 그 문구가 지급 조건을 정한 것인지, 위반에 대한 금전적 제재를 정한 것인지와 그 효력을 따로 확인해야 합니다.

4. 손해배상이나 상계로 잔금을 줄일 수는 있나요?

다른 약속 위반이 재산분할금 지급 의무를 없애지 않더라도, 그 위반에 대한 책임까지 없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약속 위반으로 상대방에게 손해를 입혔다면 민법 제390조에 따른 손해배상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손해배상을 주장하는 쪽에서는 어떤 의무가 위반되었고 그로 인해 어떤 손해가 발생했는지 등을 뒷받침해야 합니다.

다만 위반 시 지급할 금액을 미리 정해 두었다면 실제 손해액을 일일이 입증하는 경우와는 다릅니다. 민법 제398조는 손해배상액의 예정을 허용하고, 위약금 약정을 손해배상액의 예정으로 추정합니다. 이 경우에도 해당 위반이 약정에 해당하는지 등을 확인해야 하며, 손해배상 예정액이 부당하게 과다하면 법원이 감액할 수 있습니다.

상대방에게 손해배상채권 등이 실제로 인정된다면, 자신이 지급할 재산분할금과 서로 같은 액수만큼 없애는 상계를 주장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내가 손해를 봤다”는 말만으로 원하는 금액을 빼고 지급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민법 제492조·제493조에 따라 상계에 사용할 채권의 존재와 금액, 이행기, 상계를 제한하는 사유 등을 확인하고 상대방에게 상계 의사를 표시해야 합니다. 손해배상 판결을 먼저 받아야만 상계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다툼이 생기면 상계를 주장하는 사람이 그 근거를 입증해야 합니다. 상계가 인정되더라도 채권이 서로 소멸하는 범위를 넘는 잔액은 여전히 지급 대상입니다.

5. 남은 돈을 받는 절차는 합의서와 조정조서가 다릅니다

먼저 합의한 총액, 이미 지급받은 금액, 남은 금액과 지급일을 정리하고, 상대방이 지급을 거절한 문자나 메시지를 보관하는 것이 좋습니다. 합의서에 덧붙인 각서나 이후 변경한 약속이 있다면 함께 확인해야 합니다.

당사자끼리 작성한 합의서만 있는 경우

일반적인 사적 합의서는 그 자체만으로 상대방의 예금이나 급여를 압류할 수 있는 집행권원이 되지는 않습니다. 유효한 재산분할 합의와 지급기일 도래를 전제로, 관할 민사법원에 약정금 청구소송 등을 제기하여 집행할 수 있는 판결 등 집행권원을 확보하는 절차가 필요합니다. 이미 정한 금액을 지급하라는 청구라는 점에서, 분할 비율과 액수를 새로 정해 달라는 재산분할 심판과 구분됩니다.

공증은 사서증서 인증인지, 일정한 금전채무에 관해 강제집행을 승낙한 취지가 기재된 공정증서인지 확인해야 합니다. 후자는 민사집행법 제56조가 정한 집행권원이 될 수 있습니다.

재산분할금 지급 내용이 조정조서에 있는 경우

조정조서에 지급 의무가 명확하게 정해져 있다면, 같은 돈을 받기 위해 처음부터 다시 지급청구소송을 할 필요는 없습니다. 지급기일이 지났는지와 조건의 충족 여부를 확인하고, 집행문·송달 등 필요한 요건을 갖추어 상대방의 예금채권 등에 대한 압류·추심을 신청할 수 있습니다.

이때 상대방이 “합의 위반으로 더는 지급할 의무가 없다”고 주장하더라도 그 말만으로 집행이 중단되지는 않습니다. 상대방이 청구이의의 소로 다투는 경우에도 소송을 제기한 사실만으로 강제집행이 정지되는 것은 아니며, 민사집행법 제46조에 따른 별도의 집행정지 결정 등이 필요합니다.

윤혜영 변호사의 실무 인사이트

상대방에게 지급 거절의 근거를 구체적으로 밝혀 달라고 요청하는 것이 좋습니다. 조건 미충족인지, 동시이행 항변인지, 해제나 상계 주장인지 확인한 뒤 관련 조항과 실제 이행 내역을 대조합니다.

합의서 전체와 변경 약정, 실제 지급 내역을 함께 검토해야 합니다. 상대방의 일방적인 주장만 듣고 잔금을 포기하는 확인서나 감액 합의서에 서명하는 일은 피하는 편이 좋습니다.

분할 대상 재산과 기여도, 재산분할의 기본적인 판단 구조는 이혼재산분할 실무 총정리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합의서와 지급 거절 자료를 가지고 상담을 준비한다면 이혼전문변호사 선택기준과 상담 요령을 참고할 수 있습니다.

자료 출처

대법원 2012. 3. 29. 선고 2011다102301 판결 — 약정의 정지조건 해당 여부, 부수적 의무 불이행과 계약 해제의 관계. 국가법령정보센터 판결문 원문 확인. 이혼합의서 자체를 판단한 사건은 아니며, 계약 해석의 일반 기준에 관한 판결입니다. (국가법령정보센터 판례 검색)

민법 제536조 — 동시이행의 항변권. 국가법령정보센터 조문 확인.

민법 제390조·제398조 — 채무불이행에 따른 손해배상과 손해배상액의 예정. 국가법령정보센터 확인.

민법 제492조·제493조 — 상계의 요건과 방법·효과. 국가법령정보센터 조문 확인.

가사소송법 제59조·민사집행법 제56조 — 조정의 효력과 집행권원. 국가법령정보센터 확인.

민사집행법 제46조 — 청구이의의 소 제기와 강제집행 정지의 관계. 국가법령정보센터 조문 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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