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벌이인데도 육아와 집안일을 혼자 감당하는 상황은 재판상 이혼 사유가 될 수 있습니다. 배우자가 정당한 이유 없이 가정에서의 책임을 계속 외면하고, 그로 인해 부부의 신뢰와 공동생활이 회복하기 어려울 정도로 무너졌다면 그렇습니다. 다만 집안일을 더 많이 했다는 사실만으로 판단하지는 않습니다. 부담이 한쪽에 쏠린 이유와 기간, 배우자의 태도, 혼인관계에 미친 영향을 함께 살펴야 합니다.
1. 육아와 집안일도 부부가 함께 책임져야 할 생활의 일부입니다
민법 제826조 제1항은 부부가 서로 부양하고 협조할 의무를 정하고 있습니다. 직장에 다니며 소득을 얻는 일과 함께, 자녀를 돌보고 가정을 유지하는 일도 이러한 협조가 필요한 영역입니다.
그렇다고 모든 집안일을 매일 정확히 절반씩 나누어야 한다는 뜻은 아닙니다. 근무시간과 출퇴근 거리, 건강 상태, 자녀의 나이 등에 따라 분담 방식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야간근무를 하는 배우자를 대신해 다른 배우자가 평일 저녁 돌봄을 맡는 것처럼, 부부가 서로의 사정을 고려하여 역할을 정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문제가 되는 것은 한쪽이 감당하기 어려운 부담을 지속적으로 떠안는데도 다른 쪽이 협력을 거부하는 경우입니다. 이런 갈등이 혼인관계에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를 민법 제840조 제6호의 ‘기타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에 비추어 검토하게 됩니다. 법원은 혼인파탄에 대한 각자의 책임과 관계 회복 가능성 등도 함께 살핍니다.
2. 대법원은 직장생활과 육아·가사를 홀로 감당한 사안을 어떻게 보았을까요?
대법원 2022. 5. 26. 선고 2021므15480 판결은 아내가 직장생활과 육아·가사를 병행한 사안입니다.
이 사건에서 남편은 잦은 해외 체류를 하면서 생활비를 제대로 지급하지 않았고, 아내는 자녀들의 양육비와 생활비를 책임지며 직장생활, 육아, 가사를 병행했습니다. 아내가 함께 가정생활을 할 것을 요청했지만 남편의 태도는 바뀌지 않았습니다. 부부 사이에는 이러한 가정 소홀 외에도 신뢰를 훼손한 사정들이 있었습니다.
대법원은 부모의 양육 의무가 비용 부담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자녀를 실질적으로 보호하고 돌보는 의무를 포함한다고 설명했습니다. 한쪽이 양육 의무를 소홀히 하여 다른 쪽이 전적으로 자녀를 양육하게 되는 문제도 지적했습니다.
또한 남편의 행동이 악의의 유기에 해당하는 정도까지는 아니더라도, 양육 의무를 성실하게 이행하지 않은 사정은 아내의 신뢰를 무너뜨리고 혼인관계를 유지하기 어렵게 할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이에 이혼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은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혼인파탄 여부 등을 다시 심리하도록 사건을 돌려보냈습니다.
이 판결을 ‘집안일을 적게 하면 이혼이 인정된다’는 뜻으로 읽어서는 안 됩니다. 생활비 미지급과 장기간의 부재 등이 함께 문제 된 사건입니다.
3. 부담이 편중된 이유와 배우자의 대응을 구체적으로 살펴야 합니다
이혼 사유를 검토할 때에는 먼저 부부가 실제로 어떻게 생활했는지를 확인해야 합니다. 같은 맞벌이라도 근무시간과 업무 강도, 돌봄에 참여할 수 있는 시간은 다릅니다. 배우자의 질병이나 일시적인 업무 사정으로 부담이 늘어난 경우와, 분담할 여건이 있는데도 오랫동안 책임을 회피한 경우는 구별할 필요가 있습니다.
소득이 더 많아도 육아·가사에 협조할 의무는 있습니다. 분담은 소득 비율만으로 정하지 않고 실제 근무 여건과 필요한 돌봄을 함께 살펴야 합니다.
가사 부담의 차이는 통계에서도 확인됩니다. 통계청의 2024년 생활시간조사에 따르면, 18세 미만 자녀가 있는 맞벌이 가구의 하루 평균 가사노동시간은 남편 1시간 24분, 아내 3시간 32분이었습니다. 다만 이 수치는 사회적 현황을 보여주는 자료입니다. 개별 부부의 이혼 여부를 판단할 때에는 평균과의 차이보다 해당 가정에서 누가 어떤 일을 감당했고, 부담을 조정할 수 있었는지가 중요합니다.
보도 출처: 베이비뉴스, 「5년 새 맞벌이 가구 가사노동 시간, 남편↑·아내 ↓」, 2025. 7. 28. 발행.
분담을 요청했을 때의 대응도 살펴볼 부분입니다. 등하원이나 주말 돌봄처럼 구체적인 역할을 부탁했는데 계속 거절했는지, 약속한 일을 반복해서 지키지 않았는지, 상대방의 피로와 어려움을 알고도 무시했는지에 따라 갈등의 성격이 더 분명해집니다. 한 차례 다툼에서 나온 말보다는 그 전후의 행동과 지속된 생활 모습이 함께 드러나야 합니다.
이러한 상황으로 수면이나 건강, 직장생활에 어떤 어려움이 생겼고, 대화와 신뢰가 어떻게 무너졌는지도 연결하여 설명할 필요가 있습니다.
분담 요구나 부부상담 기록이 반드시 있어야 이혼을 청구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이미 갈등이 충분히 드러나는 자료가 있다면 그 자료를 검토하면 됩니다. 증거를 만들기 위해 같은 요구를 반복하거나 다툼을 유도할 필요는 없습니다.
4. ‘혼자 다 했다’는 설명을 일상의 기록으로 뒷받침합니다
누가 육아와 가사를 맡았는지 한눈에 보여주는 자료가 없다면, 현재 보유한 다음 기록을 날짜순으로 정리할 수 있습니다.
- 근무 일정과 돌봄 일정: 출퇴근 시간, 야근·교대근무, 자녀의 등하원과 병원 방문 등을 함께 정리하면 직장생활과 돌봄이 어떻게 겹쳤는지 설명할 수 있습니다.
- 어린이집·학교와 주고받은 연락: 등하원 조정, 준비물, 상담, 아이가 아플 때의 연락 등을 누가 처리했는지 확인하는 자료입니다. 직접 돌보는 시간뿐 아니라 일정을 챙기고 조율한 역할도 정리할 수 있습니다.
- 부부 사이의 대화와 분담 약속: 구체적으로 어떤 도움을 요청했고 배우자가 어떻게 답했는지, 합의한 역할이 실제로 이행되었는지를 보여줍니다. 메시지는 앞뒤 맥락과 날짜를 함께 보존하는 것이 좋습니다.
- 휴가·조퇴 기록과 돌봄 비용: 자녀를 돌보기 위해 누가 근무를 조정했는지, 돌봄 서비스를 누가 알아보고 비용을 부담했는지 등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부모님 등 가족의 도움을 받았다면 그 범위도 함께 정리합니다.
- 건강과 생활에 생긴 변화: 실제 진료기록이나 당시 작성한 메모가 있다면 어려움이 나타난 시점과 경과를 설명하는 데 활용할 수 있습니다. 다만 진료기록만으로 그 원인이 모두 배우자에게 있다고 입증되는 것은 아닙니다.
정리되지 않은 집 사진 몇 장이나 다툰 날의 메시지만으로 오랜 생활 전체가 드러나지는 않습니다. 반대로 집이 늘 정돈되어 있었다고 해서 분담이 잘 이루어졌다는 뜻도 아닙니다. 한쪽이 계속 일을 떠맡았기 때문에 일상이 유지되었을 수 있으므로, 그 과정이 나타나는 자료를 연결해야 합니다.
기록에는 배우자가 실제로 담당한 일과 분담하지 못한 사정도 함께 담는 편이 좋습니다. 기억에 의존해 나중에 작성한 내용은 당시 기록과 구별해 두는 것이 좋습니다.
윤혜영 변호사의 실무 인사이트
아이가 아팠던 날, 야근과 하원 시간이 겹쳤던 날, 분담 약속이 지켜지지 않은 날을 골라 당시 일정·대화·휴가 기록을 함께 정리하는 것이 좋습니다.
그 상황이 반복된 기간과 분담을 요청한 뒤 배우자의 대응을 연결하면, 부담이 한쪽에 쏠린 경위와 신뢰가 무너진 과정을 설명할 수 있습니다.
재판상 이혼 사유와 이를 뒷받침하는 자료의 관계는 이혼 사유와 증거에 관한 안내에서 함께 확인할 수 있습니다.
확보한 자료를 바탕으로 상담을 준비하거나 사건을 맡길 변호사를 검토하고 있다면 이혼전문변호사 선택 기준과 상담 준비에 관한 글을 참고할 수 있습니다.
자료 출처
- 민법 제826조 제1항 — 부부의 부양·협조 의무. 국가법령정보센터.
- 민법 제840조 제6호 —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에 따른 재판상 이혼. 국가법령정보센터.
- 대법원 2022. 5. 26. 선고 2021므15480 판결 — 양육 의무 불이행과 가정 소홀을 혼인파탄 판단에 반영한 파기환송 사례. 국가법령정보센터 판결문.
- 통계청 「2024년 생활시간조사 결과」 브리핑, 2025. 7. 28. — 18세 미만 자녀가 있는 맞벌이 가구의 가사노동시간. 대한민국 정책브리핑에 게시된 통계청 공식 조사 브리핑.
- 베이비뉴스, 「5년 새 맞벌이 가구 가사노동 시간, 남편↑·아내 ↓」, 2025. 7. 28. 발행 — 맞벌이 가구의 가사노동시간 차이에 관한 보도.

